안토니오 스파다로 신부 안토니오 스파다로 신부 

스파다로 신부, “교황청-중국 잠정 합의는 희망과 평화의 신호”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트해 연안 3국 사도적 순방에 동행했던 예수회 잡지 「치빌타 카톨리카」(La Civiltà Cattolica) (이탈리아어판) 편집장 안토니오 스파다로 신부는 바티칸 뉴스 알레산드로 데 카롤리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 9월 22일 토요일 중국 베이징에서 교황청과 중국이 체결한 주교 임명에 관한 잠정 합의문에 대해 설명했다.

Alessandro De Carolis / 번역 김단희

알레산드로 데 카롤리스(이하 문): 안토니오 스파다로(Antonio Spadaro) 신부님, 교황청과 중국과의 이번 잠정 합의 결과 중국 교회에 생기는 변화는 무엇입니까?

안토니오 스파다로 신부(이하 답): 이번 잠정 합의 결과 중국 교회를 두 개의 공동체로 분열시켰던 문제들이 사라지게 됐습니다. 이제 중국에는 보편교회와의 친교, 그리고 교황과의 관계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이번 잠정 합의문으로 달성한 목표입니다. 동시에 이 합의를 통해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시작한 이래 오랫동안 계속된 절차, 곧 중국 정부가 교황의 승인 없이 불법적으로, 임의로 성성한 주교들의 인정 및 그들을 교황과의 친교 안으로 다시 받아들이는 문제에 관한 일련의 절차들을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2000년부터 지금까지 약 40명의 주교들이 합법화됐으며,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이 과제를 완수하셨습니다. 이는 의심할 여지없이 복음의 사명을 위해서도 중대한 과정입니다. 이제 더 이상 분열되지 않은 교회는 화합의 단계를 밟으며 더욱 자유롭게 복음 선포라는 가장 중요한 사명에 매진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이번 잠정 합의문이 지난 2007년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 중국 가톨릭 신자들에게 보내신 서한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봐도 되는지요?

: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는 우리가 중국 정부, 중국 당국, 교황청 사이에서 신뢰를 구축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매우, 매우 확실한 견해를 갖고 계셨습니다. 신뢰는 대화를 위한 공간을 열어 줄 것이며 우리는 서서히 오늘날 우리가 다다른 지점에 도달하게 될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 그 중요한 문서에서 언급하신 깊은 열망들을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완성하셨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우리는 지금까지 고통스러웠던 긴 과거를 말해 왔습니다. 이제는 희망적으로 시작되는 새로운 현재를 말하고 있습니다. 다가올 미래의 전망은 어떨 거라고 보십니까?

: 미래는 복음 전파에 달려 있습니다. 이번 합의에는 이것 외에 또 다른 목표가 없습니다. 합의문에 나타난 사목적 차원은 명백히 그 속에 미래의 씨앗을 품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것이 보편교회에 의미하는 바를 이해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는 중국어판 『세상의 빛』(The Light of the World) 서문에서, 온전히 그리스도적인 동시에 온전히 중국적인 ‘중국적 그리스도교’를 희망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그 지혜에 감탄하셨다고 여러 차례 호소한 중국이라는 나라의 위대한 문화를 감안했을 때, 이것이 신학과 숙고의 측면에서 의미하는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근본적인 도전은 사목적 성격의 것들입니다. 오늘날 세상은 복음의 선포를 필요로 합니다. 만약 우리가 원한다면 이번 합의는 특별히 동양과 서양 사이에서 일부 사람들이 여전히 벽을 세우고 있는 이 세상에, 아마도 희망의 신호가, 평화의 신호가 되어줄지도 모릅니다.

: 잠정 합의문에 서명한 날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발트해 연안 3개국 순방 첫 단계인 리투아니아 방문 날짜와 일치했습니다. 교황님께서는 리투아니아 당국자들과 젊은이들과 만난 자리에서 영혼을 보호하고 민족의 뿌리를 재발견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교황님의 이 메시지가 중국 가톨릭 신자들에게도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 리투아니아에 남기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메시지는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 가톨릭 교회에 확실히 소중한 가치가 있습니다. 리투아니아 수도인 이곳 빌뉴스에서 교황님께서는 ‘뿌리’에 대해 이야기하시면서 환대와 개방에 대해서도 언급하셨습니다. 결국, 우리는 열매를 맺지 못한 채로, 뿌리에 집착하며 매달리지 않기 위해서, 뿌리를 재발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뿌리란 열매를 맺는 나무의 뿌리입니다. 교황님께서는 빌뉴스에 도착하시면서부터 리투아니아는 뿌리가 튼튼한 나라이며, 다른 국적이나 언어나 종교를 가진 사람들을 환대할 줄 아는 나라라고 아주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이 미래입니다.

: 예수회 신부이자 선교사인 마태오 리치(Matteo Ricci)가 약 500년 전에 시작한 중국 내 예수회는 아주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이번 합의가 예수회에 의미하는 바는 무엇입니까?

: 이번 합의는 저희 예수회 회원들에게 아주 큰 의미를 지닙니다. 우리는 모든 예수회원들의 마음속에 중국이 있다고 말하곤 합니다. 르네상스의 혜택을 받고 성장한 마태오 리치 신부님은 유럽의 문화를 품고 중국으로 떠나기로 결심하셨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양성배경(르네상스) 덕분에 마태오 리치 신부님은 중국이라는 위대한 나라의 문화와 사랑에 빠져 그 문화를 배우고 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마태오 리치 신부님 이후 중국으로 건너간 예수회원들은 유교를 비롯한 중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배우며 그것을 유럽에 전달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예수회원들은 유럽을 조금 ‘중국화’할 수 있었습니다. 초기 예수회원들의 경우, 복음화 사업이 한 나라의 문화에 대한 깊은 애정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입니다. 당시 복음화의 특징은 근본주의적 복음화나 문화선교(cultural mission)의 열망을 지닌 게 아니라, 그 나라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생각을 접하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중국 관영지 「글로벌 타임스」(Global Times)는 교황청과 중국이 잠정 합의문에 서명한 날을 보도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가리켜 “최초의 예수회 출신 교황”이라고 묘사했는데 저는 매우 놀랐습니다. 그 신문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마태오 리치 신부님과 직접적으로 연결시키면서, 교황님께서 당신의 전임자와 마찬가지로 복음화에 매우 유연하고 역동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그의 사람들(그리스도인)을 사랑할 줄 안다고 적고 있습니다. 제가 이 기사에 놀란 이유는 그것이 바로 ‘신뢰를 쌓고 국민을 사랑한다’는 합의문의 의미와 정확히 맞닿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23 9월 2018, 16: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