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신자들에게 고해성사 거행 “하느님은 항상 용서하시고, 모든 것을 용서하십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3월 8일 로마의 성 비오 5세 광장에 위치한 성 비오 5세 성당에서 올해로 11회째를 맞이한 사순시기 기도와 화해의 프로젝트 ‘주님을 위한 24시간’ 참회예식을 거행했다. 교황은 신자들에게 “죄의 나병이 우리의 아름다움을 더럽혔으니 이렇게 말하자”며 “예수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마르 1,40 참조)라는 기도를 권고했다. 아울러 고해사제들에게는 용서를 구하는 이들에게 항상 용서를 베풀고, 하느님의 용서를 교회의 중심에 다시 놓자고 당부했다.

Salvatore Cernuzio

“하느님께서는 지치지 않고 용서하십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신자들과 함께 명확한 목소리로 이 같이 세 번 반복하고 고해사제들에게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 “사랑하는 형제 여러분, 용서합시다! 지치지 않고 용서하시는 하느님처럼 우리도 항상 용서합시다. 용서를 구하는 이들에게 항상 용서를 베풉시다. 용서를 구하는 이들에게 너무 많이 캐묻지 맙시다. 그들이 말하게 놔둡시다. (...) 그저 모든 것을 용서합시다. (...)”

최근 감기에서 회복 중인 교황은 바티칸에서 10분도 걸리지 않는 성 비오 5세 성당을 찾았다. 로마 아우렐리아 지역에 위치한 이 성당은 트리엔트 공의회의 주역(성 비오 5세 교황)을 주보로 모시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순시기마다 로마의 주교로서 화해의 성사(고해성사)를 집전하고, 한때 고해성사를 받기도 했던 사순시기 기도와 화해의 프로젝트 ‘주님을 위한 24시간’ 11회 참회예식을 거행하기 위해 이 성당을 방문했다. 교황이 한쪽에 위치한 의자에 앉아 약 30분 동안 남녀 신자 9명에게 고해성사를 집전하는 모습은 ‘주님을 위한 24시간’ 참회예식을 특징짓는 모습이었다.

성 비오 5세 성당 앞에 모인 신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프란치스코 교황
성 비오 5세 성당 앞에 모인 신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프란치스코 교황

주민들에게 인사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교황은 2024년 ‘주님을 위한 24시간’ 참회예식을 거행하기 위해 로마의 한 본당인 성 비오 5세 성당을 방문했다. 이 본당은 작은 마을 본당처럼 주민들을 위한 만남의 장소이자 다양한 사목활동이 펼쳐지는 현장으로, 교통량이 많은 도시의 작은 광장에 위치해 있다. 또한 시로-말라바르 가톨릭 공동체가 전례를 거행하기 위해 자주 모이는 집과 같은 본당이기도 하다. 성당 입구의 앞뜰에는 주민과 상인 등 많은 사람들이 플래카드를 든 한 무리의 스페인 사람들과 함께 벌써 두어 시간 동안 교황을 기다리고 있었다. “교황님 보러 안 오세요?” 한 남성이 가게 밖에서 큰소리로 지인에게 이 같이 외쳤다.

교황이 검정 피아트 500L 차량을 타고 광장에 도착하자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발코니에서 “교황님 만세!”라고 적힌 깃발이나 십자가를 그린 흰색 종이를 흔드는 이들도 있었다. 교황은 휠체어를 타고 교황청 복음화부 세계복음화부서 장관 직무 대행 살바토레 리노 피시켈라 대주교와 본당 주임 도나토 라 페라 신부에게 인사를 건넨 뒤 경찰통제선이 설치된 주변으로 향했다. 갓난아기를 볼 때면 가던 길을 멈추고 아이의 어머니에게 인사를 건넸다. 교황은 “프란치스코 교황님!” “교황님, 건강하세요!”를 외치는 부모들 곁을 지나며 최소 10명의 아이들을 입맞춤하고 축복했다. 기온이 뚝 떨어진 날씨 탓에 아이들은 두꺼운 패딩을 입고 있었다. 

교황과 성 비오 5세 성당에 모인 신자들과의 인사
교황과 성 비오 5세 성당에 모인 신자들과의 인사

성당 입구

교황은 전면이 붉은 벽돌로 된 성당 중앙 입구로 입장하기에 앞서 성당 앞쪽 계단에서 잠시 멈춰 광장에 모인 주민들에게 인사했다. 그때도 주민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날 성당 안팎에는 600여 명의 주민과 신자들이 모였다. 교황은 자색 영대를 착용하고 참회예식을 시작했다. 감기 때문에 연설문을 대독시켰던 지난 3월 6일 수요 일반알현 때와 달리 이번 강론에서 교황은 즉흥적인 발언을 더해가며 참회예식에 참례한 신자들이 기억할 수 있도록 특정 문장을 되풀이해서 따라하도록 유도했다. 

“나쁜 것”을 씻어내는 “새로운 삶”에 관한 강론

교황의 성찰은 이번 ‘주님의 24시간’의 주제인 “새로운 삶”(로마 6,4)의 개념에 관한 것이다. 교황은 “치유와 기쁨의 성사”인 고해성사가 새로운 삶을 선물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리스도께서 주신 새로운 삶이 모든 이의 영혼 속에 있는 “낡은 것”과 “추악한 것”을 씻어낸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죄의 나병이 우리의 아름다움을 더럽혔으니 이렇게 말하자”며 “예수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마르 1,40 참조)라는 기도를 수없이 반복하도록 초대했다. 

“예수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매일 당신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때마다 이렇게 말합시다. 예수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당신의 용서 안에서 자유에 이르는 길을 찾지 않고 나의 이중성으로 평온을 구하며 사는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이렇게 말합시다. 예수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선한 지향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을 때, 기도를 통한 주님과의 만남을 미루려 할 때마다 이렇게 말합시다. 예수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사순시기 기도와 화해의 프로젝트 ‘주님을 위한 24시간’ 참회예식을 거행 중인 교황
사순시기 기도와 화해의 프로젝트 ‘주님을 위한 24시간’ 참회예식을 거행 중인 교황

예수님께 드리는 기도

교황은 “악과 불경과 거짓을 용납하고, 다른 이들을 판단하고 멸시하며 험담하면서 모든 이와 모든 것에 대해 불평할 때마다 ‘예수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하고 말하자”고 초대했다. 교황은 예수님에 의해 새로워진 우리가 “새로운 삶”으로 다시 걸어가게 된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매일매일 반복되는 생활방식에 휘말리며 수천 가지 일로 고민하고, 수많은 정보에 현기증을 느끼면서 즐거움과 새로움, 자극과 긍정적인 감정을 모든 곳에서 찾지만 우리 안에 이미 새로운 삶이 흐르고 있으며 그 새로운 삶이 ‘잿더미’ 아래의 불씨처럼 모든 것을 불태우고 빛을 발하길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립니다.”

사순시기 기도와 화해의 프로젝트 ‘주님을 위한 24시간’ 참회예식 중 성체조배
사순시기 기도와 화해의 프로젝트 ‘주님을 위한 24시간’ 참회예식 중 성체조배

우리 마음에 쌓인 잿더미

교황은 “우리 마음에 쌓인 잿더미, 우리 영혼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게 숨기는 잿더미” 아래에서 불씨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잿더미는 우리로 하여금 하느님을 아버지가 아니라 우리 위에 군림하는 지배자로 보게 함으로써 그분을 사랑하는 대신 두려워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다른 이들을 같은 아버지의 자녀인 형제자매로 보지 않고 장애물과 원수로 보게 합니다. 여정의 동반자를 원수로 보는 것은 나쁜 습관입니다. 우리는 수시로 이렇게 합니다. 우리 이웃의 결점은 과장되고 그들의 장점은 숨겨져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다른 이들에게 융통성 없이 대하면서 우리 자신에게 관대한지 모릅니다!” 교황은 “우리는 악을 피하려 하지만 악을 행하려는 멈출 수 없는 힘”을 감지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이정표

교황은 이것이 바로 우리에게 “새로운 이정표”가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어 잿더미 아래에 있는 우리 본연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려면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 방법은 하느님의 용서의 길을 따르는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지치지 않고 용서하신다는 사실을 여러분의 생각과 마음에 새겨두세요. 제 말을 들으셨나요? 여러분 모두 저와 함께 따라해 봅시다. [모두 함께 반복한다] 하느님께서는 지치지 않고 용서하십니다. 그런데 문제는 무엇일까요? 우리가 용서를 구하는 데 지친다는 것입니다!”

교황은 “우리가 용서를 구하는 데 지친다는 게 문제”라며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용서하시는 데 결코 지치지 않으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하느님의 용서가 “우리를 다시 새롭게 하고 내면을 깨끗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그분께서는 모든 것을 용서하십니다. ‘신부님, 저에게는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죄가 있습니다.’ ‘들어보세요. 하느님께서는 지치지 않고 용서하십니다. 그래서 모든 것을 용서하십니다.’” 교황은 또 “주님은 우리가 새로워지고, 자유롭고, 내면이 밝아지고, 행복하고, 삶의 여정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 전진하길 바라신다”며 “그분은 우리가 얼마나 쉽게 넘어지고, 쓰러지고, 움츠러드는지 아시고,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길 원하신다”고 말했다. “그분을 슬프게 하지 맙시다. 그분께서 베푸시는 용서와의 만남을 미루지 맙시다.”

교회의 중심에 용서를 놓읍시다

끝으로 교황은 다음과 같이 호소했다.

“하느님의 용서를 교회의 중심에 다시 놓읍시다!”

교황은 성당을 떠나기 전 앞줄에 위치한 병자들, 가족의 부축을 받으며 이날 예식에 함께한 몇몇 노인들과 인사를 나눴으며, 신자들은 다시 한번 “교황님 만세!”를 외쳤다. 이어 교황이 성 비오 5세 광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몇몇 신자들은 “정말 아름다운 순간”이라고 말했다. 

번역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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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3월 2024, 0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