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사제들에게 “성직자의 위선은 안 됩니다. 우십시오. 눈물이 마음을 정화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3월 28일 성목요일 성유 축성 미사 강론을 통해 통회(뉘우침)와 쓰라린 통곡이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우리의 비참함과 하느님의 자비 사이의 만남을 통해 우리 내면이 거듭난다고 설명했다.

Michele Raviart

“회개와 눈물이 없으면 마음은 굳어집니다. 처음에는 습관적으로 변하다가 문제를 참지 못하고 사람들에게 무관심해지게 됩니다. 냉혹하고 깨지지 않는 껍질에 싸인 것처럼 거의 무감각해지다가 끝끝내 돌의 심장으로 변합니다. 그러나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 것처럼 눈물은 돌처럼 굳은 마음을 서서히 뚫을 수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3월 28일 성목요일 성유 축성 미사를 위해 성 베드로 대성전에 모인 약 4000명의 신자들에게 “좋은 슬픔은 기적처럼 감미로움으로 이어진다”며 이 같이 강론했다. 이날 미사에서 1500명의 사제들이 교황과 로마교구 총대리 안젤로 데 도나티스 추기경과 함께 성찬례를 거행했다.

사랑을 다시 발견케 하는 쓰라린 통곡

교황은 강론에서 쓰라린 통곡이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나자렛 회당에서 예수님의 고향 사람들이 자신들의 잘못된 기대가 드러나자 그리스도를 고을 밖으로 쫓아냄으로써(루카 4,28 참조)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친” 것처럼, 베드로도 처음부터 주님의 말씀을 믿지 못해 “주님을 잃고” 닭이 울기 전 주님을 부인했다(루카 22,57 참조)고 설명했다. 교황은 베드로의 눈이 주님의 눈과 마주친 후 “상처받은 마음에서 솟아나는 눈물로 가득 찼다”며 “그 눈물은 그릇된 신념과 정당화에서 그를 해방시켰다”고 덧붙였다. “정치적이고 강력하며 결정적인 메시아”를 기대했던 베드로는, 예수님이 저항 없이 체포되시는 사건 앞에서 그분을 모른다고 부인했다. 교황은 베드로가 “그분을 알지 못한다”고 말한 것은 참으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베드로는 예수님을 알지 못했습니다. 예수님을 부인한 그는 부끄러움과 회개의 눈물을 흘렸을 때, (…) 주님의 시선이 자신에게 완전히 스며들었을 때 비로소 그분을 진실로 알게 될 터였습니다.”

“베드로의 마음의 치유, 사도의 치유, 사목자의 치유는 슬픔에 잠겨 회개하며 예수님께 용서를 받을 때 일어났습니다. 눈물과 쓰라린 통곡 그리고 사랑을 다시 발견케 하는 고통 속에서 이뤄진 것입니다.”

통회의 재발견

교황은 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스스로 구식이라고 일컬은 단어, 곧 ‘통회’(痛悔, 뉘우침)를 다시 살펴보기로 했다. 통회는 “찌르다”는 표현과 관련된다. 교황은 통회가 “마음을 찌르는 것”, 이를테면 오순절 날 베드로가 예루살렘 주민들에게 그들이 주님을 십자가에 못 박았다(사도 2,36 참조)고 선포했을 때 사람들이 “마음이 꿰찔리듯 아파하며” 회개의 눈물을 흘리게 하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이것이 통회입니다. 죄책감으로 낙담하거나 자신의 무가치함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 내면을 불타오르게 하고 치유하는 유익한 꿰찔림입니다. 우리가 죄를 인식하면 내면에서 눈물을 흘리게 하는 생명의 물인 성령의 활동에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가면을 벗어 던지고 하느님께서 자기 마음을 꿰찔리게 하는 이는 누구나 세례수 다음으로 가장 거룩한 물인 이 통회의 눈물이라는 선물을 받게 됩니다.”

성직자의 위선을 조심하십시오

교황은 “우리 자신에 대해 눈물을 흘린다는 것”은 “죄로 하느님을 슬프게 해 드렸다는 것”, “항상 결코 갚지 못하는 빚을 지고 있으며” 우리를 위해 목숨을 바치신 그분의 사랑에 대한 믿음을 지키지 못해 “성덕의 길에서 벗어났음을 인정하는 것”을 뜻한다고 강조했다.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나의 배은망덕과 변덕스러움을 슬퍼하는 것입니다. 나의 이중성과 위선을 슬픔으로 묵상하는 것입니다. 내 위선의 밑바닥으로 깊이 내려가는 것입니다.”

교황은 교회가 너무 많이 빠져드는 유혹, 곧 성직자의 위선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 유혹으로부터 십자가에 못 박히신 분을 다시 바라보며 “언제나 용서하시고, 다시 일으켜 세우시며, 당신을 신뢰하는 이들의 기대를 결코 저버리지 않으시는” 그분의 사랑에 감동받도록 해야 한다. 교황은 그렇게 눈물이 솟구쳐 뺨을 타고 흘러내려 우리의 마음을 정화한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이렇게 우는 것이 “우리가 종종 유혹을 받는 것처럼” 자기 연민으로 우는 것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우리의 기대가 좌절되어 낙담하거나 속상할 때, 동료 사제나 장상으로부터 오해를 받았을 때 이런 일이 발생합니다. 혹은 우리의 잘못에 대해 슬퍼하거나, 자기 연민에 빠지거나, 우리가 마땅히 받아야 할 대우를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거나, 미래에 더 불쾌한 일들이 일어날까 두려워하면서 기이하고 병적인 기분을 느낄 때에도 이런 일이 생깁니다. 바오로 사도가 우리에게 가르치듯이 이는 하느님의 뜻에 맞는 슬픔이 아니라 현세적 슬픔입니다(2코린 7,10 참조).”

완고한 마음의 치료제

교황은 성 베네딕토,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니느웨의 이사악 등 영성생활의 많은 대가들이나 『준주성범』(Imitazione di Cristo)이 가르치는 통회가 사실 노력을 필요로 한다면서도 “평화를 되찾고”, “죄의 상처에 항유 역할을 하여 눈물로 우리 마음을 부드럽게 변화시키시는 주님의 어루만짐을 받을 수 있도록 우리를 준비시킨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는 “예수님께서 자주 꾸짖으신 완고한 마음”에 대한 치료제라고 덧붙였다. 우리가 죄인이라는 진실로 돌아가게 하면서도 용서받은 죄인이라는 무한히 더 큰 현실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영적 삶에서 우는 이는 성숙해집니다

교황은 사실 우리의 모든 내적 거듭남은 “항상 우리 인간의 비참함과 하느님의 자비 사이의 만남에서 비롯된다”며, 성령께서 우리를 풍요롭게 하시는 영혼의 가난을 통해 그것이 발전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형제 사제들에게 “해가 갈수록 눈물이 더 많아지는지” 자문해 보자고 초대했다.

“자연적으로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눈물을 덜 흘립니다. 그러나 영성생활에서 우리는 어린아이처럼 되라는 요청을 받습니다. 울지 않으면 퇴보하고 내면이 늙어가는 반면, 기도가 갈수록 단순해지고 깊어지며 하느님 앞에서 경배하고 놀라워하는 사람은 성숙해집니다. 이런 사람들은 서서히 자기 자신에 대한 집착이 줄어들고 그리스도께 대한 애착이 커집니다. 이렇게 마음이 가난해진 이들은 하느님께 가장 소중한 존재인 가난한 이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갑니다.”

주님은 교회의 죄를 슬퍼하는 이들을 찾으십니다

교황은 통회의 또 다른 특징이 연대라고 설명했다. “마음으로 슬퍼하는 이들은 우월한 겉모습이나 가차없이 판단을 내리지 않고, 사랑을 베풀고 보속하려는 열망으로 불타올라 세상의 모든 죄인을 점점 더 형제자매로 느끼게 됩니다.” 교황은 온유한 마음을 통해 “형제자매들이 저지른 해악에 분노하고 분개하기보다는 그들의 죄 때문에 눈물을 흘린다”고 덧붙였다. “자기 자신에게는 한없이 너그럽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융통성이 없는 자연스러운 경향이 전복되고, 하느님의 은총으로 자기 자신에게는 엄격해지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자비로워지는 일종의 반전이 일어납니다.”

“주님께서는 특히 교회와 세상의 죄를 두고 눈물을 흘리며 모두를 대신해 중재의 도구가 되는 이들을 당신께서 축성한 이들 가운데에서 찾으십니다. 교회에서 얼마나 많은 영웅적인 증인들이 우리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줬는지요! 동서방의 사막 수도자들을 생각해 봅시다. 비탄과 눈물로 이뤄진 나렉의 성 그레고리오 아빠스의 끊임없는 전구, 사랑이신 하느님을 위한 프란치스코회의 봉헌, 고해성사를 베풀며 살았던 아르스의 본당 신부 요한 마리아 비안네 성인처럼 타인의 구원을 위해 참회의 삶을 살았던 수많은 사제를 떠올려 봅시다. 사랑하는 형제 여러분, 이는 시가 아닙니다. 이것이 성직입니다!”

폭풍으로부터 우리를 구하는 평온

교황은 주님께서 “믿지 않는 이들을 업신여기는 가혹한 판단이 아니라 사랑, 당신에게서 멀어진 이들에 대한 눈물을 원하신다”고 말했다. “우리가 마음으로 뉘우친다면 매일 어려운 상황과 고통, 부족한 믿음과 마주치더라도 단죄가 아니라 인내와 자비로 반응하게 될 것입니다.”

“가혹함과 비난, 이기심과 야망, 완고함과 불만에서 벗어나 우리 자신을 온전히 하느님께 맡기고 우리 주위에 몰아치는 폭풍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평온을 그분 안에서 찾으려면 얼마나 자유로워져야 할까요! 주님께서 놀라운 일을 하시도록 다른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중재하며 우십시오. 그분께서 반드시 우리를 놀라게 하실 것이니 두려워하지 맙시다!”

교황은 성직이 다음과 같은 유익을 준다고 말했다. 

“오늘날 세속화된 사회에서 우리는 지나치게 많이 활동하는 동시에 무력감을 느낄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그 결과 열정을 잃고 ‘(교회라는 배의) 노를 젓기를 그만두며’, 불평에 사로잡혀 불평의 비애 속에 스스로 갇혀버려 하느님이 우리의 모든 문제보다 무한히 크시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게 됩니다. 그럴 때 우리는 눈물로 원망하며 항상 남을 헐뜯고 불평합니다. 그러나 그 원망과 불만의 대상이 세상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으로 향한다면 주님께서는 반드시 우리를 찾아오시고 우리를 일으켜 세우실 것입니다.”

시야를 넓히는 것은 마음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됩니다

끝으로 교황은 통회가 기도를 통해 청해야 할 은총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형제 사제들에게 두 가지 조언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삶과 소명을 효율성과 즉각적인 성과의 관점에서 바라보지 말고 과거와 미래라는 더 큰 지평에서 바라보라는 조언이다. 과거는 하느님의 신실하심과 그분의 용서를 기억하고 그분의 사랑에 확고히 닻을 내리는 것이고, 미래는 우리가 부름받은 영원한 목표, 곧 우리 삶의 궁극목표를 바라보는 것이다. 교황은 우리 시야를 넓히는 것이 “우리 마음을 넓히고, 주님과 다시 하나가 되고, 통회를 체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두 번째 조언은 “의무적이고 기능적으로 바치는 기도가 아니라 조건 없고 고요하며 항구한 기도”를 바치라는 것이다. 교황은 이날 함께한 사제들에게 열린 마음과 온유한 마음, 그들의 수고와 눈물 그리고 “우리 시대의 형제자매들에게” 하느님 자비의 기적을 선사한 데 대해 감사를 표하면서 항상 베드로 사도와 그의 눈물로 돌아가라고 권고했다. 

사제들을 위한 책 선물

교황은 미사 말미에 안토니오 스파다로 신부(예수회)가 편집하고 데오니아네 볼로냐 출판사가 펴낸 프란치스코 교황의 저서 『식별에 대하여: 미겔 앙헬 피오리토와 디에고 파레스의 에세이』를 미사에 함께한 사제들에게 선물했다.

번역 이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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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3월 2024, 1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