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일치의 길로 나아가십시오. 분열은 결코 하느님의 뜻이 아닙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월 25일 성 바오로 대성전에서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을 마무리하는 성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 제2저녁기도를 거행했다. 강론에서 교황은 마음의 회심을 요청하면서 “과거에 연연해 거리를 두거나 손가락질하지 않는” 사랑, “자신의 종교 제도를 철통같이 지키기보다 하느님의 이름으로 형제자매를 먼저 생각하는 이 사랑만이 우리를 일치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Adriana Masotti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루카 10,27). 이 말씀은 올해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의 주제 성구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월 25일 성 바오로 대성전에서 성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 제2저녁기도를 거행하며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을 마무리했다. 성 바오로 대성전은 1500명의 신자로 가득 찼다. 이날 전례에는 영국 성공회 수장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와 동방정교회 콘스탄티노폴리스 총대주교좌 대표 폴리카르포스 대주교, 가톨릭 교회와 동방정교회의 신학적 대화를 위한 국제공동위원회 위원들, 로마에서 열린 일치와 선교를 위한 성공회-로마 가톨릭 국제 위원회(IARCCUM) 총회에 참석 중인 가톨릭 교회 주교들과 성공회 주교들이 참례했다.

제2저녁기도를 주례하며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을 마무리하는 교황
제2저녁기도를 주례하며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을 마무리하는 교황

잘못된 두 개의 질문

“제가 무엇을 해야 영원한 생명을 받을 수 있습니까?”(루카 10,25)와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루카 10,29)라는 두 질문은 교황이 강론에서 초점을 맞춘 복음 말씀이다. 교황은 “무엇을 해야 (…) 받을 수 있는가”라는 표현을 두고 소유하기 위해 행동한다는 측면을 지적하며 “주는 것보다 받는 것에 기반한 왜곡된 종교성”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하느님은 온 마음을 다해 사랑받으셔야 할 분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수단이 되고 맙니다.” 

“첫 번째 질문은 하느님을 ‘나’ 자신의 필요로 축소시킬 위험이 있다면, 두 번째 질문은 가르려고 합니다. 사랑해야 할 사람과 외면해도 되는 사람을 가르려는 시도입니다. 이러한 분열은 절대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게 아닙니다. 분열시키는 이, 곧 악마에게서 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추상적으로 말하지 않으시고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와 구체적인 이야기로 답하시며 우리에게도 질문을 던지게 하십니다.”

제2저녁기도가 거행되는 성 바오로 대성전
제2저녁기도가 거행되는 성 바오로 대성전

거저 주는 사랑만이 우리를 일치시킬 것입니다

교황은 복음의 비유에 나오는 착한 사마리아인이 사제나 레위인이 아니라 형제의 상처를 치료함으로써 스스로 이웃을 자처한 “이교도인”이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라는 질문이 아니라 “나는 이웃처럼 행동하는가?”라고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저 주는 봉사가 되는 이러한 사랑, 예수님께서 선포하시고 실천하신 이러한 사랑만이 갈라진 그리스도인들을 서로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과거에 연연해 거리를 두거나 손가락질하지 않는 이 사랑, 자신의 종교 제도를 철통같이 지키기보다 하느님의 이름으로 형제자매를 먼저 생각하는 이 사랑, 이 사랑만이 우리를 일치시킬 것입니다. 형제자매가 먼저이고 제도는 그다음입니다.” 

주님, 제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

교황은 우리가 개인 차원이든 교회 차원이든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라고 물을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이웃처럼 행동하는지” 아니면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장벽을 치고 (…) 무엇이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가 하고 따져보고 있지 않는지” 자문해 보라고 제안했다.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잘못된 전략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복음에 대한 불신의 문제입니다.” 교황은 다시 첫 번째 질문으로 돌아가 바오로 성인이 목표를 설정하지 않고 단순히 “주님, 제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는 올바른 질문을 던졌다고 상기했다. 

“바오로 성인의 회심은 더 이상 율법 앞에서 자신의 역량을 우선시한 게 아니라 하느님께 자신을 맡기고 그분께서 원하시는 것에 온전히 자신의 마음을 열어젖힌 실존적 반전에서 비롯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의 보화라면 우리 교회의 행동계획은 반드시 그분의 뜻을 행하고 그분께서 바라시는 것을 이루는 것이어야만 합니다.”

주님께서 바라시는 것은 일치입니다

교황은 예수님께서 하느님 아버지께 “모든 이가 하나가 되게 해달라”(요한 17,21 참조)고 기도하셨듯이 일치가 주님의 뜻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일치를 실현하려면 기도와 마음의 회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도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함께 걷고 함께 봉사하는 여정이 우리 앞에 놓여있습니다.” 교황은 일치를 위해 기도하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전쟁이 종식될 수 있도록, 특히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성지에서 전쟁이 종식될 수 있도록 계속 기도하자”고 초대했다. 아울러 올해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을 위해 자료를 준비한 부르키나파소의 그리스도 공동체에 감사를 전하며 “이웃을 향한 사랑이 조국을 고통스럽게 하는 폭력을 대신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예수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그리고 일치를 위해 헌신하는 우리에게 ‘일어나 가거라’(사도 22,10 참조) 하고 말씀하십니다. 이제 우리도 일어나 갑시다.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우리의 피로와 우리의 구습으로부터 일어나, 그분께서 바라시고 ‘세상이 믿게’(요한 17,21) 하길 바라시는 일치를 위해 계속 앞으로 나아갑시다.”

교황과 웰비 대주교가 전한 사명

교황의 강론이 끝나자 바티칸에서 이날 오전 교황을 만난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가 “증오의 사슬에서” 해방되고 그러한 자유의 결실인 “사랑”의 선물을 청하며 일치를 향한 여정을 하느님과 성모님께 의탁했다. 교황은 일치와 선교를 위한 성공회-로마 가톨릭 국제 위원회(IARCCUM) 위원들인 가톨릭 교회 주교들과 성공회 주교들이 각자의 지역에서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일치를 함께 증거할 수 있는 사명을 요청했다. 

인사말을 전하는 영국 성공회 수장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
인사말을 전하는 영국 성공회 수장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

코흐 추기경의 인사말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부 장관 쿠르트 코흐 추기경의 인사말을 끝으로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 전례가 마무리됐다. 코흐 추기경은 부르키나파소의 교회 일치 공동체가 선택한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루카 10,27)는 성경 말씀을 상기하며 “교회 일치를 위한 모든 노력에는 사랑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교회 일치 운동이 “사랑의 교회 일치”로 정의되는 것은 “진리에 대한 모든 신학적 대화”를 위한 “없어서는 안 될 전제조건”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사랑은 차이를 지워버리지 않으며 “더욱 아름다운 일치 안에서 차이를 어우러지게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만날 때마다 주님의 사랑의 계명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그 계명을 확실하게 실천할 수 있도록, 기도 안에서 그분의 사랑을 끊임없이 베풀 수 있도록 주님께 도움을 청합시다.”

번역 안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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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1월 2024, 2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