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엇도 그 누구도 흐리게 할 수 없는 하느님의 모상이 우리 안에 새겨져 있습니다”

사회에 이바지하고 공동선을 위해 헌신하면서도 모든 것이 주님께 속해 있음을 깨닫는 책임감 있는 시민,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인의 삶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0월 22일 연중 제29주일 삼종기도 훈화를 통해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드려라”(마태 22,21)는 예수님의 말씀을 되새기며 이러한 측면을 강조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전례의 복음은 예수님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헤로데 당원들과 결탁한 몇몇 바리사이파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들은 항상 예수님께 올가미를 씌우려고 했습니다. 그들은 사람들을 예수님께 보내어 이렇게 물었습니다. “황제에게 세금을 내는 것이 합당합니까, 합당하지 않습니까?”(마태 22,17) 이는 계략입니다. 예수님께서 세금을 내야 한다고 말씀하시면 민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정치 세력의 편에 서게 되는 것이고, 세금을 내지 말아야 한다고 말씀하시면 제국을 거스르는 반역죄로 고발당할 수 있기 때문이죠. 진짜 함정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이 함정에서 벗어나십니다. 그분께서는 황제(카이사르)의 초상이 새겨진 동전 한 닢을 보여달라고 청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드려라”(21절). 이 말씀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예수님의 이 말씀은 오늘날 관용적으로 쓰이는 표현이 되었지만, 때때로 교회와 국가, 그리스도인과 정치의 관계를 논할 때 오용되거나 적어도 그 의미를 축소하여 마치 예수님이 “황제”와 “하느님”, 곧 지상 현실과 영적 현실을 분리하길 원하셨던 것처럼 해석되기도 합니다. 많은 경우 우리도 이런 식으로 생각합니다. 신앙, 신앙생활과 일상생활은 별개라고요. 이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마치 신앙을 현실의 구체적인 삶, 사회의 도전, 사회 정의, 정치 등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처럼 생각하는 “정신적 어려움”(schizofrenia)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황제”와 “하느님”을 각각 적절한 위치에 두도록 도와주려 하십니다. 지상의 질서를 돌보는 일은 황제에게, 다시 말해 정치, 시민단체, 사회 및 경제 프로세스에 속해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책임감 있는 시민으로서 우리에게 맡겨진 것을 돌보고, 노동계에서 법과 정의를 증진하며, 정직하게 세금을 납부하고, 공동선을 위해 헌신하는 등 각자의 공헌으로 우리가 사회에서 받은 것을 사회에 되돌려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예수님께서는 인간, 곧 ‘모든 인간과 모든 인류 구성원’이 하느님께 속해 있다는 근본적인 현실을 강조하십니다. 이는 우리가 지상의 어떤 현실, 그 어떤 “황제”에게도 속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주님의 것이므로 세속 권력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동전에는 황제의 모습이 새겨져 있지만, 예수님께서는 그 무엇도 그 누구도 흐리게 할 수 없는 하느님의 모상이 우리 삶에 새겨져 있음을 일깨워 주십니다. 이 세상의 것들은 황제에게 속해 있지만, 인간과 세상 자체는 하느님께 속해 있습니다. 이를 잊지 맙시다!

이제 우리는 예수님께서 우리 각자의 정체성을 회복시켜 주신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 세상의 화폐에는 황제의 모습이 담겨 있지만, 여러분은 – 나와 우리 각자는 – 내면에 어떤 형상을 담고 있나요? 우리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 봅시다. ‘나는 내 안에 어떤 형상을 담고 있는가?’ 여러분은 누구의 형상을 삶 속에 담고 있나요? 우리는 우리가 주님의 것임을 기억하고 있나요, 아니면 세상의 논리에 휘둘려 일과 정치, 돈을 우상으로 삼고 있나요?

거룩하신 동정 마리아님, 저희가 저희의 존엄과 모든 인간의 존엄을 인식하고 존귀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번역 이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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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10월 2023, 11:39

삼종기도(三鐘祈禱, 라틴어 Angelus 안젤루스)는 예수님 강생(降生) 신비를 기억하면서 하루에 세 번 바치는 기도다. (이 기도를 바치라는 표시로) 아침 6시, 낮 12시, 저녁 6에 종을 세 번씩 치면서 기도한다. 안젤루스(Angelus)라는 명칭은 라틴어로 시작하는 삼종기도 “Angelus Domini nuntiavit Mariae(주님의 천사가 마리아께 아뢰니)”의 첫 단어인 안젤루스(Angelus)에서 유래됐다. 삼종기도는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에 초점을 둔 세 개의 간단한 계응시구와 세 번의 성모송으로 구성된다. 또한 이 기도는 주일과 대축일 정오에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순례객들과 교황이 함께 바친다. 삼종기도를 바치기 전에 교황은 그날 독서에서 영감을 얻은 짤막한 연설을 한다. 기도를 바친 다음에 교황은 순례객들에게 인사한다. 주님 부활 대축일부터 성령 강림 대축일까지는 안젤루스 대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기도인 레지나 첼리(라틴어 Regina Coeli ‘하늘의 모후님’), 곧 부활 삼종기도를 바친다. 삼종기도는 세 번의 영광송을 바치면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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