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 

제55차 세계 평화의 날 교황 담화 “냉전보다 무기가 더 많은 오늘날, 교육과 노동으로 평화 건설해야”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2022년 1월 1일 제55차 세계 평화의 날을 위한 교황 담화를 발표했다. 교황은 “귀청 터질 듯한 전쟁과 분쟁의 소음”을 규탄하고 감염병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인한 피해, 특별히 노동계의 현실을 짚었다. 아울러 기후행동을 위한 수많은 젊은이들의 헌신을 높이 평가하는 한편, 국가복지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노예상태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상황을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Salvatore Cernuzio / 번역 이창욱

세상이 코로나19 대유행의 “손아귀”에 사로잡혀 있고, “귀청 터질 듯한 전쟁과 분쟁의 소음”이 심화되고 있으며, 무기생산이 “냉전” 때보다 더 많이 증가하고, 기후변화의 결과로 굶주림과 갈증의 비극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건설하는 것은 여전히 가능하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2년 1월 1일 제55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를 통해 산산조각 난 이 세상에 제안하는 구체적인 희망이다. 대화의 형태를 취한 그 희망은 경청, 세대 간 만남, 젊은이 교육, 모든 이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호소로 이어진다. 교황은 “지구의 부르짖음과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이 끊임없이 들려오는 오늘날에도 “정의와 평화를 간청”하기 위해 구체적인 발걸음을 제시했다. 

“너무 많은 문제를 일으킨 코로나19 대유행의 손아귀에 여전히 사로잡힌 세상에서 어떤 사람들은 현실에서 도피하여 그들만의 작은 세상 속으로 숨어 버리려 합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파괴적인 폭력으로 현실에 맞서 싸우고자 합니다. 그러나 이기적인 무관심과 폭력적인 저항, 이 둘 사이에는 언제나 가능한 선택지가 있습니다. 바로 대화입니다. 세대 간 대화입니다.”

평화의 건축, 평화의 예술

현실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담화를 시작한 교황은 성 바오로 6세 교황이 회칙 「민족들의 발전」(Populorum progressio)에서 “통합적 발전”으로 불렀던 평화의 여정과 관련해 “오늘날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실제 삶과 서로 완전히 연결된 인류 가족의 실제 삶으로부터 불행히도 멀리 동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또한 평화가 “높은 곳에서 온 선물”이자 “공동 헌신의 열매”라고 말했다. 아울러 “사회의 다양한 제도들이 기여하는 평화의 건축”이 있고 “우리 각자가 직접 동참하는 평화의 예술”도 있다고 설명했다.

“각자의 마음과 가정 관계부터 시작해 사회와 환경, 나아가 민중과 국가 간 관계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힘을 합쳐 보다 평화로운 세상을 건설하는 데 협력할 수 있습니다.”

세대 간 대화, 교육, 노동 

교황은 “사회 규약이 생겨날 수 있는” 세 가지 “필수적인” 길을 제시했다. “사회 규약이 없다면 모든 평화 계획은 실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납니다.” 세 가지 길은 △세대 간 대화 △교육 △노동이다. 교황은 대화와 관련해 현재의 보건위기가 “모든 이에게 고립감과 자기 자신에게 열중하는 경향”을 증가시켰지만, 동시에 “사람들에게서 최고의 것을 이끌어내는 데에도 도움을 줬다”면서 “상호 신뢰”를 회복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화는 서로의 말을 경청하고, 서로 다른 견해를 공유하고, 합의에 도달하고, 함께 걷는 것을 뜻합니다. 세대 간에 이러한 대화를 촉진하는 것은 항구적인 평화, 함께 공유하는 평화의 씨앗을 뿌리기 위해 갈등과 무관심이라는 척박하고 메마른 땅을 개간하는 것을 뜻합니다.” 

노인들의 경험과 젊은이들의 역동성

한편으로 젊은이들은 “노인들의 지혜와 영적인 경험”을 필요로 하고, 다른 한편으로 노인들은 “젊은이들의 지지, 애정, 창의력, 역동성”을 필요로 한다. 교황은 오늘날의 세계적인 위기로 인해 “세대 간 만남과 대화가 건강한 정치의 원동력”이 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봉책이나 임시방편으로 현재를 관리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모든 이가 공유할 수 있으며 지속가능한 미래 프로젝트를 찾아 나가는 데 있어 다른 이들을 위한 탁월한 사랑(애덕)의 형태입니다.” 

피조물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

교황은 공동의 집(지구)을 돌보는 데 전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은 각 세대가 빌려 쓰는 것으로, 다음 세대에게 넘겨줘야 하는 것입니다.” 교황은 보다 정의로운 세상을 위해 헌신하고 피조물을 보호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는 많은 젊은이들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또 격려했다. “젊은이들은 윤리적이며 사회환경적 위기에서 오는 도전들이 제기하는 시급한 방향 전환에 앞장서서 쉬지 않고 열정으로, 그리고 무엇보다도 책임감을 갖고 이 일을 계속해 나가고 있습니다.”

교육은 시민사회의 토대입니다

교황은 교육이 평화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전 세계적으로 교육에 대한 투자가 눈에 띄게 감소했습니다.” 교황은 교육 분야가 “투자라기보다 오히려 비용(지출)으로 인식돼 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교육은 희망과 번영, 발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응집력 있는 시민사회의 토대입니다.”

국제사회의 군축 과정

교황은 우리 시대의 또 다른 모순을 드러냈다. 교육에 대한 투자는 감소하는 반면, 군사비가 “냉전 말기 수준”을 넘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황은 군비가 “터무니없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교육에 쓰일 공적 투자와 군비 강화에 쓰일 기금의 비율을 뒤바꾸기 위한 경제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제사회의 군축이 민중과 국가의 발전에 실질적으로 큰 이익을 줄 수 있으려면 그 재원을 확보해 의료, 교육, 기반 시설, 국토 관리 등에 보다 적절하게 사용해야 합니다.”

코로나19가 노동계에 끼친 폐해

교황은 노동이라는 주제를 언급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폐해를 나열했다. “수많은 경제활동과 생산활동이 무산됐습니다. 임시직 노동자들은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습니다. 필수 업종에 종사하는 이들 가운데 대다수가 공공 및 정치적 판단에 의해 소외되고 있습니다. 많은 경우 비대면 교육은 학습 결핍과 학습 과정을 완료하는 데 있어서 퇴행을 초래했습니다. 게다가 취업시장에 들어서는 젊은이들과 일자리를 잃은 성인들은 현재 비극적인 전망에 직면해 있습니다.”

교황은 코로나19 위기가 비공식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특별히 이주노동자들이 연관될 경우 “참혹하다”고 한탄했다. 이주노동자들 가운데 대다수는 국가의 법률로 인정받지 못한다. 교황은 “다양한 형태의 노예상태에 노출되고 그들을 보호해주는 복지 시스템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전 세계 노동 연령 인구의 3분의 1만이 사회보호시스템을 누리고 있거나, 제한적인 방식으로만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많은 국가에서 폭력과 조직범죄가 증가하고 있으며, 국민의 자유와 존엄을 침해하고, 경제를 악화시키며, 공동선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 대한 답은 양질의 일자리 확대를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인간 노동을 기술 발전으로 대체하지 마십시오

교황은 노동이 “모든 공동체에서 정의와 연대를 건설하기 위한 기초”라고 강조했다. 이런 까닭에 인간의 노동을 점진적인 기술 발전으로 대체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인류에게 해악을 끼칠 것입니다.”

“노동 연령층 모두가 일을 통해 가족과 사회 전반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결책과 여건을 조성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의 아이디어와 노력이 결합돼야 합니다.”

이윤을 “지침 기준”으로 삼지 마십시오

교황은 기업 이니셔티브의 “자유”가 보장되고 지지를 받아야 한다며, 동시에 이윤이 유일한 “지침 기준”이 되지 않도록 사회적 책임감을 새롭게 느끼게끔 장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품위 있는 양질의” 노동조건을 전 세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정치는 경제 자유와 사회 정의의 공정한 균형을 도모함으로써 “능동적인 역할”을 하라는 요구를 받는다. 교황은 기업들이 노동자의 기본 인권을 존중하도록 촉구하고 인식을 제고하는 이니셔티브를 “촉진하고 환대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교육, 권리보호, 의료적 돌봄, 빈곤층이나 실직자들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아낌없이 보장하기 위해 “너그럽고 책임감 있게” 계속 헌신하는 모든 이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하며 담화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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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12월 2021, 0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