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3일 수요 일반알현에서 교황이 만난 스파이더맨 6월 23일 수요 일반알현에서 교황이 만난 스파이더맨 

아픈 아이들에게 웃음 주는 ‘스파이더맨’, 교황 알현

6월 23일 교황청 사도궁 내 산 다마소 안뜰에서 열린 수요 일반알현에 참석한 이들 가운데 유명 만화 주인공 복장을 한 청년의 모습이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다. 교황청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는 소아병동에 입원한 아이들의 곁을 지키는 이 슈퍼 히어로의 이야기를 이날 오후 전했다. 한편 교황은 코로나19 감염을 이겨내고 95번째 생일을 맞이해 손자와 함께 일반알현에 참석한 알바 여사에게도 애정 어린 인사를 건넸다.

Giampaolo Mattei / 번역 이재협 신부

‘스파이더맨’은 진짜 영웅이다. 이탈리아 북서쪽에 위치한 항구 도시 바도 리구레의 항만 노동자로 일하는 한 청년이 ‘스파이더맨’ 마스크와 복장을 입고 소아병동에 입원한 아이들의 침대 곁을 뛰어다닌다. 6월 23일 오전 교황청 사도궁 내 산 다마소 안뜰에서 열린 수요 일반알현에 참석한 스파이더맨은 교황에게 슈퍼 히어로 마스크를 전달하고 자신의 정체까지 드러냈다. 마티아 빌라르디타(Mattia Villardita, 28세)라고 자신의 정체를 밝힌 스파이더맨은 로마에 있는 아고스티노 제멜리 종합병원의 소아과 병동 방문 계획도 교황에게 전했다. 이번 방문은 바티칸 시국 치안 담당 경찰국과 경찰청 군악대가 함께 마련했다. 마티아는 “진정한 슈퍼 히어로는 고통을 참아내는 아이들과 큰 희망을 품고 고통을 견뎌내고 있는 아이들의 가족들”이라고 말했다.

“저는 병원에 있는 아이들의 웃음을 위해 스파이더맨 복장을 입기 시작했습니다. 저 또한 어렸을 때부터 선천적 질환으로 19년 동안 제노바에 있는 소아병원을 드나들었거든요. 당시 병원 침대에 누워 있으면서, 스파이더맨이 창문으로 병실에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다면 참 좋겠다고 생각하곤 했어요.” 이런 이유로 그는 진짜 스파이더맨이 되기로 결심했다. 마티아는 ‘슈퍼 히어로 연합회’에 가입해 있지만 슈퍼 히어로가 되는 정규 코스는 없다고 말한다. “저희는 청년들로 이뤄진 자원봉사 단체 중 하나입니다. 슈퍼 히어로 옷을 입고 소아병동에 있는 아이들에게 기쁨의 순간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예요. 저는 4년 전 성탄절에 처음으로 스파이더맨 마스크를 썼어요. 당시 저는 임페리아에 있는 성 바오로 병원에 컴퓨터 한 대를 전달하기로 했는데, 병원에 있는 아이들을 즐겁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스파이더맨 복장을 생각해 냈어요. 그 아이들은 병원에서 저와 비슷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던 아이들이었죠.”

로마 제멜리 병원 방문

스파이더맨은 코로나19 봉쇄 기간에도 자신의 임무를 수행했다. 이 기간 동안 마티아는 직접 병원을 방문할 수 없었기에 1400회 이상 영상통화로 아이들을 만났다고 설명했다. 마티아는 아이들의 부모님과 연락한 뒤 아이들을 방문하거나, 퇴원 후에 찾아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저희는 깜짝 파티를 준비하거나, 간단하게 피자를 한 판 배달하기도 해요.” 작년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은 “이타주의와 풍부한 상상력으로 병원에 있는 가장 어린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데 기여”한 마티아에게 공로 훈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슈퍼 히어로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자신이 살아온 것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일 것이다. 6월 23일 오후 스파이더맨은 제멜리 종합병원을 방문해 섬유근종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만난다. 섬유근종은 아직 원인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질환으로 이탈리아에만 200만 명에 이르는 환자들이 있다. 

한편 이날 오전 교황은 제멜리 병원에서 온 한 그룹의 환자와 의료진을 애정 어린 마음으로 격려했다. 환자와 의료진들은 로마 교구 원목 사제인 카를로 아바테 신부와 함께 일반알현에 참석했다. 

아울러 아퀼리노 보코스 메리노(Aquilino Bocos Merino) 추기경은 일반알현에 참석한 영화 “클라렛(Claret)” 제작진과 출연자들을 교황에게 소개했고, ‘예수의 작은 자매회’와 ‘폴란드 속죄의 성 마리아 막달레나 수녀회’는 자신들의 카리스마(영성)를 교황에게 다시 강조했다. 

이날 참석자들 중에는 지난 200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사망한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 소속 기자의 이름을 딴 ‘마리아 그라지아 쿠툴리 상’ 수상자 대표들도 참석했다. 

교황은 마지막으로 특별한 애정을 담아 알바 여사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그녀는 코로나19 감염을 이겨내고 95세 생일을 맞아 손자 발레리오와 함께 일반알현에 참석했다. 그녀의 참석은 오는 7월 25일 기념할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가칭)’의 진정한 예고편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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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6월 2021, 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