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삼종기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삼종기도 

“기도하는 것은 몇 번이고 하느님께 부르짖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6월 20일 연중 제12주일 삼종기도를 통해 우리 인생의 배에서 주무시는 예수님의 “잠”에 대해 설명했다. 교황은 예수님의 잠이 우리로 하여금 주님께 부르짖도록 한다며, 우리가 부르짖을 때 주님께서 “기적을 일으키는 기도의 온유하고도 놀라운 힘”을 보여주신다고 말했다. 아울러 교황은 삼종기도의 말미에서 미얀마의 평화를 위해 호소하고 유엔이 지정한 세계 난민의 날에 대한 생각을 피력했다.

번역 이창욱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말씀의 전례에서는 예수님께서 풍랑을 가라앉히신 일화를 들려줍니다(마르 4,35-41 참조). 호수를 건너고 있던 배가 거센 돌풍과 물결에 휩싸이자 제자들은 배가 가라앉지 않을까 두려워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과 함께 배에 계시지만, 고물에서 베개를 베고 주무시고 계십니다. 공포에 사로잡힌 제자들이 예수님께 부르짖습니다. “스승님, 저희가 죽게 되었는데도 걱정되지 않으십니까?”(마르 4,38) 

많은 경우 삶의 시련에 휩싸인 우리 역시 주님께 이렇게 부르짖었습니다. “어찌하여 주님께서는 침묵을 지키시고 저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으십니까?” 특히 우리가 침몰하는 것처럼 보일 때, 곧 큰 희망을 걸었던 계획이나 사랑이 사라질 때, 혹은 끊임없는 불안의 물결로 속수무책일 때, 혹은 많은 문제 속으로 빠져버리거나 인생의 바다 한가운데서 항로나 항구도 없이 길을 잃었다고 느낄 때 그렇게 부르짖습니다. 아니면 앞으로 나아갈 힘이 부족한 순간에도, 곧 우리가 일자리를 잃거나 예기치 못한 진단 결과로 우리의 건강이나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의 건강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순간에도 그렇게 부르짖습니다. 우리가 폭풍 속에 있다고 느끼는 순간이 많이 있습니다. 모든 것이 거의 끝나버렸다고 느끼는 순간 말입니다.

이러한 상황들과 다른 많은 경우, 우리도 두려움에 숨이 막힐 수 있으며, 제자들처럼 가장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할 위험에 부딪힙니다. 사실 배 위에는 비록 주무시긴 해도 ‘예수님께서 거기에 계십니다.’ 그분께서는 일어나는 모든 일을 당신 제자들과 함께 나누십니다. 주님의 잠은 한편으로 우리를 놀라게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우리를 시험합니다. 주님께서 거기에 계십니다. 주님께서 거기에 현존하십니다. 정말로 주님께서는, 말하자면 우리를 기다리십니다. 곧 우리가 주님께 향하기를, 주님께 기도하기를, 우리 삶의 중심에 당신을 모시기를 기다리십니다. 주님의 잠은 우리를 깨웁니다. 예수님의 제자가 되려면 단순히 하느님께서 거기에 계신다는 것을 믿거나 하느님께서 존재하신다는 것을 믿는 것만으로 충분치 않습니다. 주님께 헌신하고, 주님께 우리의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이 말을 새겨들으십시오. 우리는 ‘주님께 부르짖어야’ 합니다. 기도는 몇 번이고 부르짖는 것입니다. “주님, 저를 구해주십시오!” 오늘 (유엔이 지정한) 세계 난민의 날에, 저는 “당신의 모상으로”라는 프로그램에서 배를 타고 오는 수많은 사람들이 물에 빠지는 순간 “저희를 살려주십시오!”라고 부르짖는 모습을 봤습니다. 우리의 삶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주님, 저희를 살려주십시오!” 기도는 부르짖음이 됩니다. 

오늘 우리는 이렇게 자문할 수 있습니다. ‘내 인생 위로 몰아치는 돌풍은 무엇인가? 나의 항해를 방해하고, 나의 영성생활, 나의 가정생활, 나의 정신생활을 위험에 빠트리는 파도는 무엇인가?’ 이 모든 것을 예수님께 말씀드립시다. 모든 것을 그분께 이야기합시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이러한 것들을 바라십니다. 곧 우리가 예기치 못한 삶의 파도에서 피난처를 찾기 위해 당신께 매달리기를 원하십니다. 복음은 제자들이 예수님께 다가가 그분을 깨우고 그분께 말씀드리는 장면을 들려줍니다(마르 4,38 참조). 바로 이것이 우리 신앙의 출발점입니다. 곧 우리는 혼자 힘으로 물에 떠있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마치 항해사들이 항로를 찾기 위해 별을 필요로 하듯, 우리에게 예수님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신앙은 우리가 우리 자신만으로 충분치 않다는 것을 믿고, ‘하느님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느끼는 데서 시작됩니다. 우리가 스스로에게 갇히려는 유혹을 이겨낼 때, 우리가 하느님을 성가시게 하지 않고 그저 고이 모시기만 하는 거짓 종교심을 극복할 때, 우리가 그분께 부르짖을 때, 그분께서는 우리 안에서 놀라운 일들을 하실 수 있습니다. 그것은 기적을 일으키는 기도의 온유하고도 놀라운 힘입니다. 

제자들의 간청을 들으신 예수님께서 바다와 파도를 고요히 가라앉히십니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지십니다. 우리에게도 관련된 질문입니다.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마르 4,40) 제자들은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예수님을 바라보기보다 파도에 더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두려움은 우리로 하여금 어려움이나 끔찍한 문제들을 바라보게 하지, 주님을 바라보게 하지 않습니다. 주님께서는 많은 경우 주무시고 계십니다. 우리에게도 그렇게 하십니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주님께 가서 우리의 괴로움을 털어놓지 않고 우리의 문제들에만 집착하고 있는지요! 우리는 얼마나 자주 주님을 구석으로, 인생이라는 배의 뒤편 고물에 방치하고, 우리가 필요로 하는 순간에만 그분을 깨우러 가는지요! 오늘 우리는 주님을 찾는 데 지치지 않는 믿음의 은총을, 주님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데 지치지 않는 믿음의 은총을 청합시다. 평생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결코 멈추지 않으셨던 동정 마리아께서 매일 주님께 우리 자신을 맡겨드려야 할 근본적인 필요성을 우리 안에 일깨워주시길 빕니다. 

2021년 6월 20일 삼종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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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6월 2021, 02:17

삼종기도(三鐘祈禱, 라틴어 Angelus 안젤루스)는 예수님 강생(降生) 신비를 기억하면서 하루에 세 번 바치는 기도다. (이 기도를 바치라는 표시로) 아침 6시, 낮 12시, 저녁 6에 종을 세 번씩 치면서 기도한다. 안젤루스(Angelus)라는 명칭은 라틴어로 시작하는 삼종기도 “Angelus Domini nuntiavit Mariae(주님의 천사가 마리아께 아뢰니)”의 첫 단어인 안젤루스(Angelus)에서 유래됐다. 삼종기도는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에 초점을 둔 세 개의 간단한 계응시구와 세 번의 성모송으로 구성된다. 또한 이 기도는 주일과 대축일 정오에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순례객들과 교황이 함께 바친다. 삼종기도를 바치기 전에 교황은 그날 독서에서 영감을 얻은 짤막한 연설을 한다. 기도를 바친 다음에 교황은 순례객들에게 인사한다. 주님 부활 대축일부터 성령 강림 대축일까지는 안젤루스 대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기도인 레지나 첼리(라틴어 Regina Coeli ‘하늘의 모후님’), 곧 부활 삼종기도를 바친다. 삼종기도는 세 번의 영광송을 바치면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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