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과 교황청립 필리핀 신학원 공동체 프란치스코 교황과 교황청립 필리핀 신학원 공동체 

교황 “그리스도인은 오늘 선을 행합니다. 영원한 내일을 사는 사람이 아닙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3월 22일 “평화와 좋은 여행의 성모님” 교황청립 필리핀 신학원 공동체 대표들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현재에도 구체적인 섬김으로 살아야 하는 신앙과 시간의 가치에 대해 성찰했다. 아울러 병든 영혼의 증세인 “불평의 신비”를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Benedetta Capelli / 번역 이창욱

필리핀 가톨릭 공동체를 위한 축하의 시간이다. 아시아 국가에서는 처음으로 가톨릭 신앙이 필리핀에 선포된 지 올해로 500주년이다. 오는 3월 31일 수요일은 지난 1521년 부활 대축일 당시 필리핀에서 봉헌된 첫 번째 미사를 기념하는 날이다. 그리고 정확히 60년 전 성 요한 23세 교황에 의해 “평화와 좋은 여행의 성모님(de Nuestra Señora de la Paz y Buen Viaje)” 교황청립 필리핀 신학원이 로마에 설립됐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3월 22일 월요일 교황청 클레멘스 홀에서) 신학원 대표단의 예방을 받았다. 교황은 “수많은 신학생들과 사제들이 필리핀에서 하느님 백성에게 봉사하기 위해 그리스도의 마음을 따르는 사제로 성장할 가능성”을 이 신학원이 부여했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매년 돌아오는 기념일들이 “예언자적인 시선”으로 앞을 내다보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존재에 대해 주님께 “감사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도록 시간에 관해 묵상해 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현재는 하느님께서 부르시는 순간입니다. 어제도 아니고, 내일도 아닙니다. 오늘입니다. 우리는 오늘을 살도록 부름 받았습니다. 오늘은 모순과 고통과 불행, 심지어 우리의 죄까지도 포함합니다. (이러한 것들에서) 우리는 도망치거나 회피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오히려 주님께서 우리를 당신과 더욱 친밀히 하나되게 하시고 또한 십자가 위에서도 우리를 당신과 하나되게 하시도록 우리에게 허락하신 기회로 받아들이며 사랑해야 합니다.” 

가족앨범

“우리를 앞서간 이들의 발자취를 뒤에서 따르고, 기억하며 걷는 것”은 “감사”와 “놀람”의 느낌을 갖고 기원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교황은 설명했다.

“각각의 기념일은 ‘가족앨범’을 열어보고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우리가 어떤 신앙으로 살았는지, 우리가 지금 어떤 복음적 증거를 보여주는지 기억하는 기회를 줍니다. 기억입니다. 신명기적 기억(memoria deuteronomica)*, 곧 언제나 일상생활에 기반한 그런 기억 말입니다. 걸어온 여정에 대한 기억 (...) 기억이 없는 그리스도교는 백과사전이지 삶이 아닙니다.”

*편집주: 신명 8,2 참조. “너희는 이 사십 년 동안 광야에서 주 너희 하느님께서 너희를 인도하신 모든 길을 기억하여라. 그것은 너희를 낮추시고, 너희가 당신의 계명을 지키는지 지키지 않는지 너희 마음속을 알아보시려고 너희를 시험하신 것이다.” 

우리를 처음으로 예수님과 사랑에 빠지게 만든 사람들, 곧 본당 신부, 할머니, 부모들이 과거의 기억이다. 하느님의 부르심에 “네”라고 응답한 순간이나 사제 서품을 받은 날이 사제들에겐 과거의 기억이다. 교황은 “바로잡고, 용기를 주며, 다시 활기를 되찾고, 용서하기 위해”, 특히 우리가 깨닫지 못했을 때조차 주님께서 우리의 손을 잡아주셨음을 재발견하기 위해 바로 그 과거의 기억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러분이 피곤을 느끼고 자신감을 잃을 때 – 우리 모두에게 이런 일이 일어납니다 – 여러분이 어떤 시련이나 실패 때문에 무너져 내린다고 느낄 때, 여러분이 지나온 역사를 되돌아보십시오. ‘이상적인’ 과거로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예레미야 예언자의 사랑과 같은 ‘첫사랑’의 자극과 감정을 되찾는 것입니다. 첫사랑으로 돌아가라는 것입니다.”

희망의 학교

교황은 신앙의 견고함에서 미래를 향한 시선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희망의 학교”라고 강조하면서 다음을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과거가 개인적 감정으로 후퇴하는 것이 되면 안 되는 것처럼, 우리도 현재를 평화롭게 살지 못할 때, 앞으로 돌진하려는 유혹과 싸워야 합니다.” 교황은 신학교 생활의 어려움과 미래에 관한 걱정들도 이해하지만, 진정한 “미래는 현재와 과거에 닻을 내린다”며, “불평의 신비”를 멀리하고, “영혼의 괴로움”이라는 치명적 질병의 시작인 “후회”와 “불만의 미궁에” 빠지지 말라고 권고했다.

“사랑하는 사제 여러분, 또한 이는 수도자들과 평신도들에게도 해당될 수 있습니다만, 여러분은 항상 가상의 이상적인 상태 – 나쁜 유토피아 – 에서 무엇인가 좋은 일을 할 결정적이고 적절한 순간이 오리라 생각하며 살아가는 영원한 내일의 사람들이 아닙니다. 현재를 견디고 (그저) 지나가길 기다리는 데 (스스로를) 제한하면서, 영원한 ‘(수면) 무호흡증’과 같은 상태에서 살지 마십시오. ‘네, 주님. 내일, 내일 하겠습니다.’ 이렇게 내일만 되풀이합니다. 병든 그 내일을 말입니다.”

미래란 자신의 성소를 성숙시키면서, “하느님의 손에 온순한 도구”가 되기 위한 시선에서 시작하여, “예언자적 시선”을 받아들이는 것을 뜻한다.

우리 손 안에 있는 시간

우리는 신학교에 있는 사람을 위해 면학과 양성으로 이뤄진 “구체화의 기간” 안에 “회심과 성화의 여정”을 지금 살도록 부름 받았다. 교황은 그 누구도 출신 본당을 후회하거나 명성 높은 책임을 맡으리라는 미래의 부푼 꿈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교황은 성소란 우리가 살고 있는 공동체를 사랑하고, “하느님께서 여러분에게 주신 사목 실습의 기회를 받아들이며, 여러분 가까이 두신 형제들을 섬기라”는 부르심이라고 덧붙였다. 교황은 “진지하고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비록 여러분은 사랑하는 조국 필리핀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주님께서 당신을 따르고 여러분의 삶이 당신과 일치하도록 여러분에게 주신 기회를 받아들이면서, 양성과 성화를 위한 적절한 시기인 현재를 더 잘 살기 위해, 미래에 투영된 과거를 알아야 합니다.” 

교황은 (60년 전) 성 요한 23세 교황이 필리핀 신학원의 첫 공동체에게 말했던 문장을 인용하며, (학업을 마치고) 필리핀에 돌아갔을 때, 믿음, 문화, 형제적 환경으로 양육된 “진리의 선택된 전령”이 되도록 초대하면서 연설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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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3월 2021, 2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