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을 마치는 제2저녁기도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을 마치는 제2저녁기도 

교황 “일치를 가로막는 선입견을 버리고, 가장 고통받는 이들을 사랑합시다”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 의장 쿠르트 코흐 추기경은 1월 25일 성 바오로 대성전에서 좌골신경통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대신해 제54차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을 마치는 제2저녁기도를 집전했다. 코흐 추기경은 모든 신자들에게 보내는 교황의 강론을 대독했다. 교황은 강론을 통해 가장 취약한 이를 위한 기도와 사랑은 우리가 소속된 공동체를 넘어 서로가 “형제자매임을 재발견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Debora Donnini / 번역 이재협 신부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늘날 많은 이들이 수많은 유혹에 길을 잃을 위험을 안고 있으며, 내적 단절을 느끼고, 쉼을 위한 곳을 찾기 힘든 복잡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며 강론을 시작했다.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현실을 사는 우리에게) 포도나무 가지가 포도나무에 달려 생명의 수액을 공급받듯이, 예수님 안에 머물면서 안정을 찾을 수 있는 비결을 가르쳐 주셨다. 교황은 바로 여기서 일치를 위한 우리 각자의 여정이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 의장 쿠르트 코흐(Kurt Koch) 추기경은 1월 25일 월요일 오후 성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에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을 마무리하는 제2저녁기도를 집전하며 교황의 강론을 대독했다. 교황은 지난 1월 24일 미사 때와 마찬가지로, 좌골신경통의 재발 때문에 다양한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많은 대표자들이 참례한 이날 예식을 집전하지 못했다.

(그리스도교 일치 기도주간을 마치는) 첫 번째 예식으로 코흐 추기경은 갈라진 그리스도교 공동체 대표자로 참례한 루마니아 정교회 이탈리아 교구 총대리 주교인 아타나시 데 보그다니아(Atanasie di Bogdania)와 로마 성공회 센터 소장 겸 교황청 주재 성공회 대표인 이안 어니스트(Ian Ernest) 대주교와 함께 성 바오로 대성전 지하의 ‘민족들의 사도’ 무덤을 참배했다. 이들은 무덤 앞에서 잠시 묵상하고 기도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은 이번 전례에도 영향을 미쳤다. 소수의 신자들만 참례했으며 모든 전례 시간 동안 마스크를 착용했다.


일치의 세 가지 차원

지난 1월 18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된 이번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은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그러면 많은 열매를 맺을 것이다”(요한 15,5-9 참조)를 주제로 삼았다. 그리스도교 신앙을 고백하는 여러 교회는 한 주간 이 사랑에 대해 묵상했다. 교황은 강론을 통해 나무의 나이테가 한 지점을 중심으로 동심원을 구성하듯 세 개의 원으로 이뤄져 여러 차원의 요소를 지니는 “필수불가결한 일치”를 강조했다. 첫 번째 원은 “가장 안 쪽에 위치한 원으로, 예수님 안에 머무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의 인격적 완전성”이 흘러나온다. 두 번째 원은 “과거의 장애물들”을 부차적인 것으로 두라는 초대와 함께하는 “그리스도인들 사이의 일치”다. 세 번째 원은 가장 넓은 원으로, “인류 전체의 일치”다. 이런 의미의 강한 열망은 교황의 염원에서 나온다.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를 이루며 머무릅시다. 우리 마음 안에 계시는 성령께서 우리가 아버지의 자녀임을, 모두가 형제자매임을, 하나의 인류 가족을 이루는 형제자매임을 느끼게 해 주시길 빕니다. 사랑의 친교를 이루시는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께서 우리를 일치 안에서 성장시켜 주시길 기도합니다.”

구체적으로 기도와 경배는 우리 마음을 가득 채우는 기쁨과 두려움을 주님의 마음에 두면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 머무는 것의 본질”을 구성한다.

사랑 안에서 성장하기

교황은 강론에서 (나이테의) 두 번째 원을 구성하는 그리스도인들 사이의 일치에 대해 설명했다. 교황은 각자가 행하는 선한 일이든 악한 일이든 모두 다른 이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에서 “우리는 소통하는 옹기 그릇들”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교황은 영성생활에는 하나의 “역동성의 법칙”이 있다고 말했다. 곧, “우리가 하느님 안에 머무르는 만큼 이웃에게 다가가고, 이웃에게 다가간 만큼 하느님 안에 머문다”는 것이다. 

“기도는 언제나 사랑에 다다릅니다. 그렇지 않다면 기도는 내용 없는 의식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많은 세례 받은 이를 포함해 여러 지체들로 구성된 그리스도의 몸과 일치하지 않으면, 예수님을 만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만약 우리의 경배가 진실하다면, 어떤 그리스도교 공동체에 속하든 상관없이, 예수님을 따르는 모든 이들에 대한 사랑 안에서 성장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우리 편’이 아니더라도 예수님에게 속한 이들이기 때문입니다.”

선입견과 집착을 잘라내기

하지만 형제자매를 사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교황은 요한 복음 15장을 인용하며 “아버지께서 열매 맺지 않는 가지는 다 쳐내시고 열매를 맺는 가지는 손질하셨다”고 말했다. 따라서 “우리도 우리를 길에서 벗어나게 하고 열매 맺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모든 것을 잘라내야 합니다.”

“그러므로 아버지께, 아버지의 모든 자녀와 완전한 일치를 이루는데 방해가 되는 다른 이에 대한 선입견과 세상에 대한 집착을 잘라내 주시기를 청합시다. 이처럼 사랑으로 정화되면 우리는 오늘날 우리를 복음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세속의 장애물과 과거의 장애물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타적인 사랑 안에서 열매 맺는 복음

우리는 언제나 어디서나 일치를 이끄시는 성령의 활동에 집중해야 한다. 성령께서는 우리에게 잘못한 이나 원수를 용서할 힘을 주시며 “사랑의 창조자”가 되도록 격려하신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이웃이란 우리와 가치나 생각을 공유하는 이들만이 아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모든 이의 이웃, 오늘날 가난하고 고통받는 가장 취약한 인류, 세상의 큰 길에서 한쪽으로 밀려났으나 하느님께서 연민으로 다시 일으켜 세우고자 하시는 모든 이를 위한 착한 사마리아인이 되라는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은총의 원천이신 성령께서 우리로 하여금 무상은총의 삶을 실제로 살아가도록 이끌어 주시길 빕니다. 사랑을 사랑으로 보답하지 않는 이들까지도 사랑할 줄 알게 해 주시길 빕니다. 왜냐하면 순수하고 이타적인 사랑 안에서 복음이 열매를 맺기 때문입니다. 나무는 열매를 통해 어떤 나무인지 알 수 있습니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이 맺는 열매를 통해 우리가 예수님의 포도나무에 속한다는 사실이 드러날 것입니다.”

가난한 이를 섬김으로써 재발견하는 형제자매

교황은 “일치를 이루는 여정의 설계자”이신 성령께서 “우리와 같은 인간성을 공유하는 모든 형제자매를 향한 사랑의 구체적 실천”을 알려주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수님께서 당신 자신과 분리될 수 없는 결합을 이룬 인류를 가장 가난한 이들 사이에서 찾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가난한 이를 함께 섬김으로써 우리는 형제자매를 재발견하고, 일치 안에서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교황은 또한 우리가 소비하는 방식에 대해 “대담한 선택”을 함으로써 공동의 집인 지구를 보호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많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결핍돼 있는 귀중한 자원의 부적절한 착취와 낭비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기도에서는 한 목소리로 하느님을 찬양하고 교황의 강론을 통해 일치를 체험했을 뿐 아니라, 한 주간 그리스도인 일치를 위해 기도한 모든 이를 위한 감사가 솟아났다. 교황은 이 자리에 함께한 여러 교파의 대표자들과 여러 교회 공동체 대표자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또한 교황청 그리스도교일치촉진평의회의 지원으로 로마에서 공부하는 동방 정교회 신자들과 젊은이들, 예전처럼 로마에 와서 전례에 참례해야 했지만 이번에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참례하지 못하고 영상을 통해 전례에 함께한 스위스 보세 교회일치연구소의 교수들과 학생들에게도 인사를 전했다. 

이날 일치를 위한 기도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상호연결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드러난 지금 이 시대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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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1월 2021, 1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