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4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그레초 방문을 기념하는 사진 2016년 1월 4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그레초 방문을 기념하는 사진 

별과 가난한 이들, 5년 전 프란치스코 교황의 그레초 방문

1월 4일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리에티 마을을 깜짝 방문한 날이다. 이곳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가 그리스도의 탄생 사건을 재현한 구유 동굴이 있다. 당시 교황이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연설한 성탄의 짧은 묵상은 훗날 성탄 구유의 의미와 가치에 관한 교황 서한 「놀라운 표징」(Admirabile signum)의 반포로 이어졌다.

Andrea De Angelis / 번역 박수현

만남의 놀라움과 따라야 할 길, 믿음과 희망 그리고 표징들의 충만함. 이 모든 것이 ‘놀라운 표징’을 가리킨다. 지난 2016년 1월 4일 리에티교구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다. 특히 리에티교구의 몇몇 젊은이들은 그날 오후 자신들의 모임을 마무리하기 위해 그레초 성지에 있었다. 그곳에서 젊은이들은 뜻밖에도 교황과 대면했다. 당시 교황은 젊은이들에게, 그레초의 구유 동굴에서의 기도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레초의 구유 동굴은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가 그리스도의 탄생 사건을 재현한 것으로, 훗날 수세기를 거쳐 전 세계 곳곳으로 퍼진 성탄 구유의 전통이 됐다.  

5년 전의 방문

5년 전 1월 4일은 월요일이었다. 새해, 곧 자비의 특별 희년(2015년 12월 8일~2016년 11월 20일)의 첫 주인 이른 오후에 교황은 그리스도 탄생을 재현한 구유 동굴을 보려고 그레초를 방문했다. 교황은 리에티교구장 도메니코 폼필리(Domenico Pompili) 주교와 함께 오찬을 함께한 후, 성 프란치스코 성지의 경당으로 향했다. 이어 그 지역의 프란치스코회 공동체와 한 무리의 젊은이들과 만났다. 이는 뜻밖의 방문일 뿐만 아니라 형식적으로도 놀라운 방문이었다. “모든 일이 조용하고 짧은 시간 안에 일어났습니다.” 성지 담당자인 알프레도 실베스트리 신부(Alfredo Silvestri)가 당시 교황의 동굴 방문과 숙소 방문 그리고 교회에서의 개인 기도를 하던 순간을 회상하며 이 같이 말했다. 참석한 청년들 중 한 명인 다비드 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든 것이 매우 아름답고 강렬했어요. 우리는 이 인사가 단지 ‘다시 만나자’는 작별 인사이기를 바랍니다.”

겸손하게 별을 따라가십시오

“하느님께서는 우리와 같아지시려고 그리고 우리 앞에서 걸어가시려고 스스로를 낮추셨습니다.” 당시 교황은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말하며, 구유 속의 아이를 가리켰다. 이 가장 작고 온유한 존재는 “교만, 자기만족, 자만과 반대되는 하느님의 겸손”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교황은 젊은이들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하며 이를 성찰하도록 초대했다. “나의 인생은 교만하지 않으며 온화하고 겸손한 삶이었는가?” 교황은 또한 다른 표징, 곧 동방박사들의 별을 따르는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하늘은 별들로 가득합니다.” 교황은 동방박사들이 그 많은 별들을 보았으나, 비록 자신들을 어디로 데려가는지 모르는 “그 중 하나, 특별한 별 하나를 보고 그 많은 것들을 뒤로한 채 여행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우리의 삶에서 무언가 더 좋은 일을 하게 하고, 여행을 떠나게 하며, 결정을 내리게끔 우리를 인도하는 특별한 별을 찾지 못한다면 (…) 이는 무언가 잘못된 것입니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오늘날 나에게 보여주시려는 별을 발견할 수 있도록 은총을 구해야 합니다. 그 별이 나를 예수님께로 인도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이들 가운데 계시는 예수님

“저는 여러분의 인생이 언제나 하느님의 선물인 이 두 가지 표징을 동반하기를 바랍니다. 곧 (우리를 인도하는) 별이 언제나 사라지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작은 이들과 가난한 이들, 겸손한 이들, 사회에서 버려진 이들 그리고 자신의 삶을 포기한 이들 가운데 예수님을 재발견할 수 있는 겸손이 언제나 함께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이후 교황은 다시 만나자는 재회를 기리며 작별 인사를 했다. 약 4년 후, 교황이 다시금 그레초에 돌아가 교황 교서에 서명할 것이기 때문이다.

“놀라운 표징”

2016년 1월 방문은 2019년 12월 1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 교서 「놀라운 표징」(Admirabile signum)에 서명하기 위해 그레초로 다시 돌아왔을 때와 정확히 연결된다. 교황 교서는 5년 전의 생각이 반영된 ‘성탄 구유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글이다. 교황은 성탄 구유가 우리에게 “커다란 놀라움과 감동을 자아낸다”며 “자신을 낮추시어 우리와 같이 작아지신” “하느님의 애틋한 사랑을 드러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느님은 (몸소) 가난한 이가 되시며 우리에게 가장 가난한 형제자매들을 만나게 하시고 자비로 그들에게 봉사하도록 겸손의 길을 따르라고 초대하신다. 천사들과 길잡이 별은 “우리 또한 동굴을 찾아 주님을 경배하러 가는 여정에 부름받았음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나타난다고 교황은 말했다. 이어 목자들과 관련해 “비천하고 가난한 이들이야말로 강생 사건을 반길 줄 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장인들이 만든 구유 속 모형은 “예수님과 함께하는 일상의 성덕” 곧 “일상의 평범한 일들을 특별한 방식으로 채우는 기쁨”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교황은 성탄 구유를 통해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처한 상황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가까이 계시다는 것을 일깨워 주시려고 어린아이가 되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에 우리의 참된 행복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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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1월 2021, 1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