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 

“회심은 하느님의 온유한 사랑에 마음을 여는 것입니다”

회심하고 하느님을 찾기 위해 세속적인 것, 죄, 부에서 멀어지는 여정을 시작할 것.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12월 6일 대림 제2주일 삼종기도에서 세례자 요한의 모습을 묵상하며 제시한 길이다. 교황은 대림시기가 요구하는 신앙의 여정을 강조했다.

번역 이창욱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번 주일 복음(마르 1,1-8 참조)은 세례자 요한의 모습과 활동을 소개합니다. 세례자 요한이 당대인들에게 제시했던 신앙의 여정은 대림시기가 우리에게 제시하는 신앙의 여정과 흡사합니다. 성탄 때 주님을 모시려고 우리가 준비하는 신앙의 여정 말입니다. 이 신앙의 여정은 회심의 여정입니다. “회심”이라는 말은 무슨 뜻입니까? 성경에서는 무엇보다 방향이나 진로를 바꾸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기도 합니다. 도덕적, 영적 삶에서 회심한다는 것은 악에서 선으로, 죄에서 하느님의 사랑으로 돌아서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바로 유다의 광야에서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의 세례를 선포”(4절)했던 세례자 요한이 가르쳤던 내용이기도 합니다. 세례를 받는 것은 그의 설교를 듣고 회개하려고 결심했던 이들의 회심의 외적이고 가시적인 표식이었습니다. 그 세례는 요르단 강, 물속에 잠김으로써 이루어졌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고 단지 표식에 불과했습니다. 참회하고 삶을 바꾸려는 기꺼운 자세가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회심은 지은 죄에 대한 통회, 죄에서 벗어나려는 열망, 자기 삶에서 영원히 죄를 몰아내겠다는 결심을 포함합니다. 죄를 몰아내기 위해서는 죄와 결부된 모든 것, 죄와 연관된 것들을 거부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 세속적인 사고방식, 안락한 생활에 대한 과도한 동경, 쾌락, 행복 추구, 부에 대한 지나친 동경을 거부해야 합니다. 이러한 이탈의 본보기는 오늘 복음에 나오는 세례자 요한의 모습에서 한 번 더 우리에게 주어집니다. 세례자 요한은 불필요한 것을 포기하고 본질을 추구하는 엄격한 사람이었습니다. 바로 이것이 회심의 첫째 측면입니다. 곧 죄와 세속성에서 이탈하는 것입니다. 이런 것에서 초월하는 이탈의 여정을 시작해야 합니다.

회심의 다른 측면은 여정의 종착점, 다시 말해 하느님과 그분의 나라를 찾는 것입니다. 세속적인 사물에서 이탈하고 하느님과 하느님 나라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안락함과 세속적 사고방식의 포기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단지 참회를 하기 위한 고행도 아닙니다. 그리스도인은 “고행자”처럼 행동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이탈은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라, 보다 더 큰 어떤 것의 성취를 목적으로 합니다. 다시 말해 하느님 나라, 하느님과의 친교, 하느님과의 우정을 목표로 삼습니다. 하지만 이는 쉽지 않습니다. 우리를 죄와 가깝게 해주는 수많은 연결고리가 있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습니다. (...) 유혹은 (우리를) 언제나 아래로 끌어당기고, 아래로 끌어당깁니다. 그리고 우리를 죄와 가깝게 해주는 수많은 연결고리가 있습니다. 곧 불충실, 낙심, 악의, 해로운 환경, 나쁜 본보기입니다. 때때로 우리는 주님을 향한 열망이 약하다고 느끼며 하느님이 대부분의 경우 침묵하신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독서에서 들었던 이사야 예언서에 나오는 친절하고 자상한 목자의 모습처럼(이사 40,1.11 참조), 하느님이 약속하신 위로는 비현실적이고 거리가 먼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참된 회심은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싶은 유혹을 받습니다. 얼마나 자주 우리는 이런 낙심을 느낍니까! “아뇨, 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처음엔 조금 회심하지만, 나중에는 예전으로 되돌아가고 마는 걸요.” 그런데 이런 태도는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회심은) 가능합니다. 가능하고 말고요. 혹시 이 낙심하는 생각이 여러분에게 다가올 때, 거기에 머물지 마십시오. 이런 생각은 모래 늪이기 때문입니다. 모래 늪입니다. 범속한 존재의 모래 늪 말입니다. 바로 이것이 평범하고 속된 것입니다. 누군가 (앞으로) 가고 싶어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느낄 때, 이런 경우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 먼저 회심은 은총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아무도 자신의 힘으로 회심할 수 없습니다. 은총이란 주님이 여러분에게 주시는 겁니다. 따라서 온 힘을 다해 하느님께 (은총을) 청해야 하고, 하느님이 우리를 회심시켜 주시도록 청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아름다움, 선하심, 온유한 사랑에 우리 마음을 여는 만큼, 우리가 정말 회심할 수 있도록 하느님께 청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온유한 사랑을 생각하십시오. 하느님은 악한 아버지, 나쁜 아버지가 아니십니다. 그런 분이 아니십니다. 온유한 분이시고, 당신 양 떼의 (길 잃은) 마지막 양을 찾으시는 착한 목자처럼, 우리를 무척 사랑하십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그리고 회심은 바로 이런 것입니다. 곧 하느님의 은총입니다. (회심의) 여정을 시작하십시오. 왜냐하면 여러분을 (회심의) 여정으로 이끄시는 분은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그분이 어떻게 오실지 보게 될 겁니다. 기도하고, (회심의 여정을) 걸으십시오. 그러면 여러분은 항상 한 걸음 더 발전할 것입니다.

우리는 오는 12월 8일 화요일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을 지냅니다. 하느님, 하느님의 말씀, 우리를 다시 태어나게 하시고 구원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에 우리 마음을 열기 위해, (우리가) 죄와 세속적인 것에서 벗어나도록 지극히 거룩하신 마리아가 우리를 도우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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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12월 2020, 2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