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메시지 “예수님은 전쟁과 코로나19로 지친 세상에 평화와 희망을 주십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탄 메시지에서 전 세계의 여러 지역에서 비극과 갈등으로 황폐화된 나라와 민족들을 기억했다. 교황은 코로나19 대유행을 언급하면서, 이와 관련한 백신이 모든 사람들에게, 특히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보건 비상 사태로 인해 오늘날 재회할 수 없는 가족들을 기억했다. 교황은 사도궁 ‘베네디치오네 홀’에서 ‘로마와 온 세상에 (Urbi et Orbi, 우르비 엣 오르비)’ 보내는 교황 강복을 내렸다.

Amedeo Lomonaco / 번역 박수현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탄 메시지에서 사람들의 이야기와 고통의 여러 측면이 얽힌 일련의 얼굴들을 희망과 연결시켰다. 교황은 “우리를 위해 태어나시고” “모든 이를 위해” 오신 한 아기 안에 구현된 사랑과 자비의 근원으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황폐해진 이 시기에도 형제애의 길을 걷는 인류가 되도록 초대했다. 베들레헴에서 태어난 아기는 전 세계에 희망을 비춘다.

전쟁의 아동 희생자들

교황은 하느님의 아드님을 묵상하며 끔찍한 전쟁의 참상을 겪고 있는 “너무나 많은 아이들”의 고통으로 가득 찬 시선들을 언급했다.

“(오늘은) 하느님의 말씀이 아이가 되어 오신 날입니다. (이 같이) 전 세계의 너무나 많은 아이들에게 시선을 돌려봅시다. 특히 시리아와 이라크 그리고 예멘에서는 (아이들이) 여전히 전쟁의 높은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이 아이들의 얼굴은 선한 의지를 지닌 여러 사람들의 양심을 (매우) 흔듭니다. 이로써 갈등의 원인을 해결하고 평화의 미래를 구축하기 위해 용감히 노력하도록 만듭니다. 지금 이 순간이 중동과 지중해 동부 지역의 긴장을 완화할 적절한 시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시리아, 이라크, 리비아의 평화

아울러 오는 2021년 3월 5일부터 8일까지 이라크를 순방할 교황은 분쟁과 불안정으로 훼손된 국가들의 비극을 떠올렸다.

“아기 예수님, 10년 동안 전쟁과 그 결과로 황폐해졌으며 (특히) 최근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된,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시리아 국민들의 상처를 치유해 주소서. 이라크 국민들과 화해의 길에 있는 모든 사람들, 특히 지난 몇 년 간의 전쟁으로 큰 피해를 입은 야지디족들에게 위안을 주소서. 아기 예수님, 리비아에 평화를 가져다 주시고, 리비아에서 모든 형태의 적대감을 종식시키기 위한 새로운 협상 국면이 가능하게 도와주소서.”

이스라엘 성지를 위한 형제애

교황은 성탄 메시지에서 베들레헴의 아기 예수님께 “당신께서 태어나신 땅에 형제애가 피어나길” 기도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상호 신뢰를 회복하여 폭력을 종식하고 고질적인 원한을 극복할 수 있도록 직접적인 대화를 통해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를 추구하며, 우애의 아름다움을 세상에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레바논을 위한 희망

교황은 또 다른 땅, 레바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곳은 오랜 기간의 정치 위기와 국가를 뒤엎은 일련의 공격들로 지쳐있다고 전했다.

“성탄 밤을 밝게 빛내신 별이시여, 레바논 국민들에게 길잡이와 격려가 되시어 국제사회의 지원으로 그들이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게 하소서. 평화의 임금님, (레바논) 국가 지도자들로 하여금 특정 이익을 제쳐두고 진지하고 정직하며 투명하게 헌신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이로써 레바논이 개혁의 길을 택하고 자유와 평화 공존을 위한 소명을 지속할 수 있게 하소서.”

나고르노-카라바흐와 우크라이나 동부

성탄절이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있는 지역들 가운데는 진정한 평화를 이루기 위해 휴전과 대화가 뿌리내려야 하는 지역들이 있다. 이들 가운데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우크라이나 동부 사이에서 분쟁 중인 코카서스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가 있다.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아드님, 국제사회와 관련국들이 나고르노-카라바흐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의 휴전을 지속하게 하시고, 평화와 화해를 이끌어내는 유일한 길인 대화를 이어하게 해주소서.”

아프리카

교황은 성탄 메시지에서 아프리카 대륙의 여러 나라를 괴롭히는 많은 사건들도 떠올렸다.

“거룩하신 아기 예수님, 극단주의와 무력 분쟁에 기반한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뿐 아니라 전염병 및 기타 자연 재해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는 부르키나 파소와 말리 그리고 니제르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 주소서. 많은 사람들이 전쟁으로 피난길에 올라야 하는 에티오피아에서 폭력을 멈추게 해주소서. 국제 테러의 희생자들인 모잠비크 북부의 카보델가도의 주민들에게 위안을 주소서. 남수단과 나이지리아 그리고 카메룬의 지도자들이 형재애와 대화의 여정을 추구하도록 격려해주소서.”

아메리카 대륙

교황은 미국 역시 부패와 마약 밀매와 같은 깊은 상처로 인해 엄청난 고통으로 흔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느님 아버지의 영원한 말씀이시여, 부패와 마약 밀매의 결과로 인해 많은 고통으로 억압받고 있으며 특히 코로나19의 여파로 더욱 악화된 아메리카 대륙에 희망의 원천이 되어 주소서. 최근 칠레의 사회적 긴장을 극복하고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고통이 끝나도록 도와주소서.”

아시아

교황은 아시아, 특히 자연 재해의 영향을 받는 나라들도 생각했다.

“하늘의 임금님, 동남아시아의 자연 재해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호하소서. 특히 필리핀과 베트남에서는 수많은 폭풍우가 홍수를 일으켜 이 지역에 살고 있는 가족들에게 인명 손실과 환경 파괴 그리고 지역 경제 등 엄청난 피해를 입혔습니다. 아울러 아시아를 생각하면 (미얀마의) 로힝야족을 잊을 수 없습니다. 가난한 사람들 가운데서 가난하게 태어나신 예수님, 그들의 고통에 희망을 가져다 주소서.”

모든 자녀들과 형제들

교황은 베들레헴에서 태어난 아기가 “하느님께서 인류의 온 가정에게 주신 ‘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아기 덕분에 교황은 “우리 모두는 하느님을 ‘아버지’, ‘아빠’라고 부를 수 있게 됐다”며, (아기 덕분에) 우리의 정체성과 다양성에도 “우리 모두가 스스로를 진정한 형제라고 부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악화된 생태 위기와 심각한 사회경제적 불균형이 특징인 이 역사적인 순간에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형제애가 필요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당신의 아들 예수님을 내어주심으로써 우리에게 형제애를 (선물해) 주셨습니다. 이는 단순히 아름다운 말이나 추상적인 이상 또는 막연한 감정으로 이뤄진 형제애가 아닙니다. 형제애는 진정한 사랑에 바탕을 둔 우애입니다. 나와 다른 이들을 만나고, 그들의 고통을 함께 느끼며, 비록 나의 가족이나, 같은 민족 또는 같은 종교가 아니라도 그들에게 다가가고 돌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나와 달라도 나의 형제이며 자매인 것입니다. 이는 민족과 국가 간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사람, 특히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위한 백신

교황은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성탄절에 우리는 세상에 나오시는 그리스도의 빛을 찬미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사람을 위해 오시는 것이지, 단지 몇몇 사람을 위해서 오시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날,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어둠과 불확실성의 시대에, 백신 발명과 같은 다양한 희망의 빛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이 불빛들이 빛을 발하고 전 세계에 희망을 가져다 주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들이 (백신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폐쇄적인 민족주의로 인해 진정한 인간 가족 공동체로 살아가지 못하게 내버려 둘 수 없습니다. 또한 우리는 급진적인 개인주의의 바이러스가 우리를 압도하고 다른 형제자매들의 고통에 무관심하게 만들 수 없습니다. 시장의 법칙과 (발명)특허의 법칙을 사랑과 인류의 보건 법칙보다 우선시하면서, 자기 자신을 남들보다 우선시할 수 없습니다. 저는 모두에게 요청합니다. (특히) 국가 지도자들과 기업들 그리고 국제 기구들이 경쟁이 아닌 협력으로 모든 사람들을 위한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자고 요청합니다. 백신은 모든 사람들, 특히 지구상의 모든 지역에서 가장 취약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첫 번째 자리에는 가장 취약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둬야 합니다!”

고통받는 이들 속에 계신 하느님의 얼굴

교황은 경제 구조를 잠식하고 무력한 사람들을 더욱 취약하게 만드는 보건 비상 사태의 힘겨운 시련으로 흔들리고 있는 인류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어주시기를 아기 예수님께 청했다.

“베들레헴의 아기 예수님, 특히 가장 취약한 사람들, 병자와 여성들뿐 아니라 코로나19 대유행의 경제적 결과로 실직했거나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람들 그리고 이 몇 달간의 봉쇄 기간 동안 가정폭력에 시달려온 사람들을 위해 우리가 연대 안에서 도움이 되고 또 너그러워지게 하소서. 국경을 모르는 (코로나19 대유행과 같은) 도전 앞에서 장벽을 계속 세울 수는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한 배를 타고 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나의 형제자매인 것입니다. 저는 그 하나 하나의 얼굴이 하느님의 얼굴을 반영하고 있음을 보았고, 고통받는 사람들에게서 주님께서 저의 도움을 요청하심을 봅니다. 저는 병자들과 가난한 사람들, 실업자들과 소외된 사람들, 이주자들과 난민들 그리고 모두에게서 주님을 봅니다.”

가정을 재발견하기

교황은 “불안한 상황에도 휘둘리지 않고, (오히려) 고통받는 이를 돕고 홀로 있는 이를 동행하며 희망과 위안과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을 특별히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수님께서는 마구간에서 태어나셨지만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의 사랑에 싸여 있었습니다. 육신으로 태어나신 하느님의 아드님께서는 가정의 사랑을 거룩하게 하셨습니다. 지금 이 순간 저의 생각은 여러 가족들, 곧 오늘날 재회할 수 없는 사람들과 집에만 머물러야 하는 사람들에게로 향합니다. 성탄절은 모든 사람에게 ‘가족’을 삶과 신앙의 요람으로, 환대하는 사랑의 장소로, 대화와 용서, 형제 간의 연대 및 기쁨을 나누는 장소로, 그리고 모든 인류의 평화의 원천으로 재발견하는 때가 됩니다. 모두에게 성탄 축하인사를 드립니다.” 

성탄 메시지를 마친 교황은 사도궁 ‘베네디치오네 홀’에서 ‘로마와 온 세상에(Urbi et Orbi, 우르비 엣 오르비)’ 보내는 교황 강복을 내렸다. 베네디치오네 홀은 지난 12월 21일 월요일 교황이 교황청 관료들을 만나 성탄 축하인사를 나눴던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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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12월 2020, 2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