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치는 정당한 다양성을 제거하지 않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6월 5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진행된 수요 일반알현 교리 교육 시간에,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2일까지 있었던 루마니아 사도적 순방에 대해 말했다. 이번 순방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방문 이후 20년만에 이뤄졌다. 교황은 “함께 걸읍시다”라는 주제로 이번 순방을 준비한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번역 김호열 신부

“일치는 정당한 다양성을 제거하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지난 주말까지 루마니아 대통령과 총리의 초청으로 루마니아 사도적 순방을 다녀왔습니다. 두 분을 비롯해 정부 당국자들과 교회 지도자들, 그리고 이번 방문이 있기까지 협력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전합니다. 무엇보다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루마니아를 방문한지 20년이 지난 후에 베드로의 후계자가 다시 한 번 루마니아를 방문할 수 있도록 허락하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요약하자면, 이번 순방의 모토처럼 저는 “함께 걷기”를 촉구했습니다. 제가 느낀 기쁨은, 멀리서나 위에서가 아니라, 루마니아 국민들과 함께, 그들의 땅에서, 순례자로서 걸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여러 만남들은 그리스도인들 가운데서 신앙과 사랑의 차원에서 함께 걷는 것뿐 아니라, 국민들 가운데서 사회적 책임의 차원에서 함께 걷는 것의 가치와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스도인들로서 우리는 서로 다른 교회들 가운데서 형제애적 관계의 좋은 계절을 누리는 은총을 받았습니다. 루마니아 국민 대부분은 다니엘 총대주교가 이끄는 루마니아 정교회에 속해 있습니다. 총대주교님께 형제로서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스’ 및 ‘라틴’ 가톨릭 공동체는 살아있고 활동적입니다. 비록 완전하지는 않지만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일치는 하나의 세례 성사에 바탕을 두며, 지난 세기, 특히 무신론적 정권 아래 박해의 암울한 시기에서 피와 고통으로 봉인되었습니다. 또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을 고백하고, 정교회와 가톨릭 교회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루터교 공동체가 있습니다.

우리는 루마니아 정교회 총대주교님과 루마니아 정교회 상임 시노드 위원들을 만났습니다. 저는 그 만남에서 과거와 화해하고 더 완전한 일치를 위해 함께 걸어 가길 원하는 가톨릭 교회의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이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루마니아를 방문하셨을 때 루마니아 국민이 예언적으로 소망했던 것입니다. 이번 순방의 중요한 교회일치적 순간은 부쿠레슈티의 인상적인 정교회의 새 주교좌 성당에서 거행된 ‘주님의 기도’ 시간에 절정을 이뤘습니다. 이 시간은 강한 상징적 가치가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주님의 기도’는 그리스도인의 탁월한 기도이며 세례 받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공동유산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내 아버지’, ‘네 아버지’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말할 수 없습니다. ‘우리 아버지’라고 말해야 합니다. 이는 세례 받은 모든 이의 공동유산입니다. 우리는 일치가 정당한 다양성을 제거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성령께서 우리로 하여금 더욱더 하느님의 자녀들로, 우리 사이에서 형제들로 살 수 있게 해주시길 빕니다.

이번 순방 때 가톨릭 공동체와 세 차례의 성찬례를 거행했습니다. 첫 번째 성찬례는 5월 31일 금요일, 믿음과 사랑 안에서 걸어가는 교회의 이콘인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에 부크레슈티의 주교좌 성당에서 거행했습니다. 두 번째 성찬례는 많은 순례자들이 찾는 슈물레우치우크 성지에서 거행했습니다. 이곳은 성모님께서 다양한 언어와 문화와 전통을 지닌 신자들을 모아 들이는 성지입니다. 세 번째 성찬례는 루마니아의 그리스 가톨릭 교회의 중심지인 블라지에서 거행했습니다. 이 미사 중에, 복음에 기반한 자유와 자비의 증인들인 그리스 가톨릭 주교 순교자 7위의 시복식이 있었습니다. 이 새로운 복자 중의 한 분이신 율리우 호쑤 추기경(Iuliu Hossu) 추기경님은 수감돼 계신 동안 “모든 사람의 회개를 위해 기도하고, 용서할 수 있도록 하시기 위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이 고통의 어둠을 보내셨습니다”고 쓰셨습니다. 그분들이 겪었을 끔찍한 고문을 생각하면 이 말씀은 자비의 증언입니다.

특히 강렬하고 기뻤던 만남은, 중요한 문화의 중심지이고 동서양의 교차로인 고대 도시, 이아시에서 있었던 젊은이들과 가정들과의 만남이었습니다. 이곳은 다양성의 풍부함과, 뿌리를 자르지 않고 창조적인 방식으로 이끄는 자유 속에서 함께 걷는 길을 열도록 초대하는 곳입니다. 이 만남 또한 마리아와 함께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만남은 젊은이들과 가정들을 성모님께 의탁하는 것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순방의 마지막 일정은 롬인(집시) 공동체를 방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도시에는 많은 롬인들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들을 만나기 위해, 모든 차별에 반대하고 모든 인종과 언어 및 종교에 속한 사람들에 대한 존중을 호소하기 위해, 그곳을 방문했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이번 사도적 순방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이번 순방이 루마니아와 루마니아 교회를 위해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동정 마리아의 전구를 통해 하느님께 간청합시다.

05 6월 2019,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