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과 교황청립 사회학술원 총회 참석자들 프란치스코 교황과 교황청립 사회학술원 총회 참석자들 

교황, 새로운 국제 연대에 대한 인식 확산 요청

프란치스코 교황은 5월 2일 바티칸 클레멘티나 홀에서 교황청립 사회학술원 총회에 참석한 전 세계에서 온 전문가 50 여 명과 만났다. 이번 총회는 5월 1-3일 “국가, 정부: 국가 정부”라는 주제로 열리고 있다.

Adriana Masotti / 번역 김호열 신부

“세계 곳곳에서 외국인들, 특히 이민자들에 대한 공격적인 세태가 다시금 고개를 들고, 공동선을 소홀히 하는 민족주의의 확산과 관련해 교회는 우려를 표합니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5월 2일 목요일 오전 총회를 위해 모인 교황청립 사회학술원 회원들에게 행한 연설의 핵심이다. 이번 총회는 “국가, 정부: 국가 정부”라는 주제로 열렸다. 사실 (이번 총회의) 주제 토론의 출발점은 오늘날 “일부 국가들이 협력보다는 대립의 정신으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족’이라는 개념: 영토, 법률 및 일반적인 생활 방식

교황은 “국가들의 국경이 언제나 동일한 민족이라는 구분과 일치하는 것이 아니며, 많은 긴장들은 국가의 주권에 대한 과도한 주장으로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 토마스 아퀴나스가 주장한 민족의 개념을 설명했다. 곧, 강은 물의 흐름이 끊임없이 바뀌더라도 항상 (강이라는) 동일한 이름으로 불리는 것처럼, “민족 역시 (개별) 영혼이나 사람들의 정체성이 아니라, 영토의 정체성에 의해, 더 나아가 법률 및 생활 방식의 정체성에 의해 정의된다”는 것이다.

“교회는 언제나 자기 민족과 조국에 대한 사랑을 비롯해 다양한 문화적 표현, 풍습, 관습 및 민족 안에 뿌리 내린 올바른 삶의 방식을 존중하라고 촉구하는 동시에 그러한 것들에 대한 (잘못된) 애착으로 인해 이웃에 대한 배제와 혐오가 되거나, (서로 간) 벽을 쌓는 등 갈등을 유발하는 민족주의(nazionalismo)가 되거나, 심지어 나치즘(razzismo)이나 반유대주의(antisemitismo)가 되는 위험에 대해 사람들과 민족들과 정부들에게 경고해 왔습니다.”

“다른 국가들이나 국민들을 상대로 자국 국민들의 민족주의적 정서를 자극하는 국가는 그들의 사명에서 실패할 것입니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그와 유사한 애착들이 민족과 국가들을 어디로 이끌었는지 알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세기 동안의 유럽이 어떠했는지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민자들은 위협이 아니라 통합이 필요합니다

교황은 “국가는 사람과 가족들에 봉사해야 한다”고 일반적으로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자주, 국가들은 주로 경제적 이익을 이유로 힘있는 특정 집단의 이익에 종속돼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 국가가 이민 현상을 관리하는 방식은 그 나라가 가지고 있는 “인간의 존엄성과 인류와의 관계에 대한 시각을 드러낸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황은 “모든 인간은 인류의 구성원이며 동일한 존엄을 갖는다”고 역설했다. 또한 교황은 이미 자신이 언급한 대로, 이민자들을 향한 우리의 의무가 표현된 네 가지 원칙인 ‘환대하기’ ‘보호하기’ ‘증진하기’ ‘통합하기’ 등을 떠올리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민자는 그들을 수용해주는 국가의 문화나 풍습, 가치에 위협이 되지 않습니다. 또한 이민자는 자신을 받아준 나라에 통합될 의무가 있습니다. 통합하는 것은 동화되는 게 아니라, 고유한 자기 역사를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의 모습 그대로 남아있으면서, 그의 새로운 조국의 일반적인 삶을 공유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이민자는 자신을 통합해주는 국가의 국민을 풍요롭게 해줄 수 있는 기회로 인식될 수 있도록 자신을 보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개별 국가는 홀로 지구촌의 도전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교황은 국가들의 임무란 지역 주민들이 이민자들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준비시키면서, “이민자들을 보호하고 신중하게 이민자들의 유입을 규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황은 “모든 국가는 공통된 문화적 가치에 연계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연속적인 이주의 통합 결과이며 (…) 인류의 다양성을 나타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우리가 겪고 있는 세계화 상황에서 “개별 국가는 더 이상 자국 국민들의 공동선을 혼자서 얻을 수 없습니다. 공동선은 세계화되었습니다. 각국은 각자의 이익을 위해 연합해야 합니다.” 교황은 이를 용이하게 할 수 있는 “합법적이고 조화롭게 구성된 정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교황은 이러한 몇몇 세계적 도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예컨대 기후 변화, 새로운 형태의 노예제도, 평화,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긍정적인 사례로 유럽의 여러 국가 사이의 협업과 평화 실행, 그리고 라틴아메리카의 (해방자로 불리는) 시몬 볼리바르(Simón Bolivar)의 비전 등을 언급했다. 그는 (당시 지도자들에게) 남미의 모든 민족을 (존중하고) 포용할 수 있는 위대한 조국(통일된 하나의 남미 국가)에 대한 꿈을 키우라고 촉구한 인물이다.

“예를 들어,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이뤄진 민족들 사이의 화해와 조화의 여정에서 얻었던 이익에 대한 인식이 유럽에서 사라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각자의 정체성을 존중하는 다자주의에 관심을 기울입시다

교황은 “새로운 민족주의적 추세들과 패권 정치(politica egemonica)를 거슬러”, (국가간) 새로운 갈등의 위험을 제거하고, 약소 국가들에 대한 “강대국의 경제 및 이데올로기 식민지화”의 위험을 제거하는 다자주의(multilateralismo)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화의 계획을 각자의 입장들만 부각시키고 분권화를 질식시키는 ‘영역’으로 생각하는 태도 앞에서는 민족주의나 패권적 제국주의가 다시금 쉽사리 나타날 수 있습니다. 세계화가 모든 사람들에게 유익한 것이 되기 위해서는, 각 민족과 국가의 집단 정체성과 세계화 자체 사이의 상호인정을 위한 건전한 싸움을 지지하면서, 평화와 화합 일반의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 ‘전체가 부분보다 더 크다’는 원칙에 따라, ‘다각적인(poliedrica)’ 형태의 구현을 생각해야 합니다.”

새로운 핵전쟁의 시대는 안 됩니다

교황은 “복수, 지배, 탄압, 분쟁의 논리”를 “대화와 중재의 논리”로 대체할 수 있는 모든 국가가 “실질적으로 대표되는” “정부들 간 기구들”에 대해 언급했다. 왜냐하면 모두가 동일한 인류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교황은 교황청립 사회학술원이 “국가 분열을 극복할 수 있는 과정을 찾는 한편, 새로운 협력 방안을 제시하는데” 있어 용기를 내라고 격려했다. 아울러 평화와 관련해서는 오늘날 “다자간 비핵화의 노력이 시대에 뒤떨어진 것처럼 보인다”며 씁쓸하게 말했다.

“사실, 불안한 핵전쟁의 새로운 계절이 열리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비핵화에 대한) 최근의 진전을 무시하고 전쟁의 위험을 고조시키기 때문입니다. 또한 인간적인 불확실성에 영향을 받는 첨단 기술의 오작동 가능성 때문입니다. 만약, 지금, 지구 뿐만 아니라 우주에서도 공격적이고 방어적인 핵무기가 배치된다면, 소위 말하는 새로운 기술적 영역은 높아질 것이고, 핵무기 살상의 위험은 낮아지지 않을 것입니다.”

새로운 연대감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켜야 합니다

따라서 각 개별 국가는 더 큰 책임을 지라는 요구를 받았다. 왜냐하면 자국 국민의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인류의 이익을 건설하는데 소홀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교황은 끝으로 다음과 같이 권고했다.

“사랑하는 여러분 (…) 인간 존엄과 공동선에 대한 존중, 지구에 대한 존중, 평화의 이익에 대한 존중을 갖는 데 있어서 새로운 국제적 연대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기 위해 저와 함께 협력해주시길 여러분에게 요청합니다.”

02 5월 2019, 1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