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마르타의 집 아침미사 산타 마르타의 집 아침미사  (ANSA)

“하느님을 궁지로 내몰지 맙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2월 16일 산타 마르타의 집 아침미사 강론을 통해 “미지근한 그리스도인의 두 가지 태도”를 강조했다. 성전에서 예수님과 함께 있던 수석 사제들이 “하느님을 궁지로 내몰고 손을 씻는” 태도는 위험하다. 만일 주님께서 우리를 궁지로 내몰아 버리신다고 생각한다면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까?

Alessandro Di Bussolo / 번역 이창욱

“하느님을 ‘궁지로 내몰고’ ‘손을 씻는(책임을 지지 않는)’” 미지근한 그리스도인의 두 가지 태도는 위험하다. (이는) “하느님을 불신하는 것과 같습니다.” 만일 주님께서 우리를 궁지로 내몰아 버리신다면 “우리는 결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고” 하느님께서 “우리에 관해 손을 씻으신다면” 불행할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2월 16일 산타 마르타의 집 아침미사 강론을 통해 이날 전례에서 제시된 마태오 복음을 이같이 재해석했다. 이날 말씀은 무슨 권한으로 성전에서 가르치는 것인지 예수님에게 묻는 수석 사제들과 예수님의 대화에 관한 내용이다.

성전에서 수석 사제들과 대면하신 예수님

교황은 예수님께서 사람들을 격려하셨고, 치유하셨으며, 가르치셨고, 기적을 행하셨으며, 온유함과 군중에 대한 헌신으로 사람들을 당신께로 이끄셨기 때문에 수석 사제들의 화를 돋았다고 설명했다. 종교 지도자였던 그들은 사람들에게서 대접을 받았지만, “사람들이 (수석 사제들을)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다. 따라서 그들은 “예수님을 궁지로 내몰기 위해” 뜻을 같이 했다. 교황은 수석 사제들이 예수님께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면서 강론을 이어갔다.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이오?”(마태 21,23). 교황에 따르면 사실 이 말은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과 같다. “당신은 사제도 아니고, 율법학자도 아니며, 우리 세계에서 공부하지도 않았소. 당신은 아무것도 아니오.”

예수님의 답변에, “그들은 손을 씻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지혜롭게 다른 질문으로 맞대응하시며 수석 사제들을 궁지로 내모셨다. 세례자 요한이 무슨 권한으로 세례를 베풀었는지 물으셨던 것이다. 다시 말해 세례자 요한의 권한이 하늘에서 온 것인지 땅에서 온 것인지 질문하셨다. 마태오 복음사가는 그들의 논리를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하늘에서 왔다.’ 하면, ‘어찌하여 그를 믿지 않았느냐?’ 하고 우리에게 말할 것이오. 그렇다고 ‘사람에게서 왔다.’ 하자니 군중이 두렵소”(마태 21,25-26). 그래서 그들은 ‘손을 씻고’ 이렇게 말한다. “모르겠소”(마태 21,27). 이어 교황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는) 신앙의 거짓말쟁이들, 범속한 이들의 태도입니다.”

“빌라도만 손을 씻은 게 아닙니다. 이 사람들도 손을 씻었습니다. ‘모르겠소’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인간의 역사 안에 들어가지도 않고, 문제에 개입하지도 않으며, 선을 행하기 위해 싸우지도 않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수많은 사람을 치유하기 위해 싸우지도 않습니다. (...) (이렇게 말하면서 말입니다.) ‘하지 않는 편이 낫다. (손을) 더럽히지 맙시다.’”

“피상적인” 그리스도인의 두 가지 태도

교황은 예수님께서 “동일한 질문으로” 응대하신다고 강조했다. “나도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지 너희에게 말하지 않겠다”(마태 21,27).

“이것이 바로 미지근한 그리스도인의 두 가지 태도입니다. 저의 할머니께서 말씀하시듯, ‘피상적인 그리스도인들(cristiani all'acqua di rose, ‘장미 향수’를 뿌린 그리스도인. 겉만 억지로 그리스도인인 체 하는 태도를 풍자한 표현)’인 우리의 태도입니다. 일관성이 없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궁지로 몰아넣는 태도입니다. ‘저에게 이렇게 해주십시오. 아니면 저는 더 이상 성당에 나가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어떻게 대답하십니까? ‘가거라, 잘 가려무나. 알아서 해라.’”

모든 그리스도인은 빌라도의 태도에 가담합니다

미지근한 그리스도인의 또 다른 태도는, “부활절 아침의 엠마오 제자들”처럼, 손을 씻는 태도라고 교황은 명확히 말했다. (그 제자들은) “주님을 뵈었기에 완전히 기뻐했던” 여인들을 바라 보면서, 그 여인들이 “너무 상상력이 풍부하기” 때문에 믿지 않았으며, 손을 씻었다. 이처럼 그들은 “성 빌라도” 수도회에 입회한 것과 같다고 교황은 비유를 들어 풍자했다.

“많은 그리스도인이 우리 시대의 문화, 역사, 사람들의 도전 앞에서 손을 씻습니다. 우리는 자선을 청하는 사람들 앞에서 인색한 그리스도인이 자비를 베풀지 않는 모습을 종종 봅니다. ‘아니오. 저는 그러지 않을 것입니다. 이 사람들은 나중에 (그 돈으로) 술을 마실 게 뻔하거든요.’ (이렇게) 손을 씻는 겁니다. 나는 사람들이 술에 취하는 것을 원하지 않고 그래서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그 사람은 먹을 것이 없어요. (...)’ ‘알아서 하라지요. 나는 술 취하는 꼴을 바라지 않아요.’ 우리는 이런 말을 자주 듣습니다. 대단히 자주 듣습니다. 하느님을 궁지로 내몰고 손을 씻는 태도는 하느님을 불신하는 것과 같으므로 이는 위험한 두 가지 태도입니다. 만일 주님께서 우리를 궁지로 내몰아 버리신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생각해봅시다. 우리는 결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만일 주님께서 우리에 관해 손을 씻으신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불쌍한 처지가 됩니다.”

우리 안에 이런 태도가 있다면, 주님께 마음을 열기 위해 이런 태도를 버리십시오

교황은 다음과 같이 강론을 마무리했다. “(이는) 학식 있는 이들의 두 가지 위선적인 태도입니다. ‘아니. 이것은 아니야. 나는 개입하지 않겠소.’ ‘사람들이 더럽기 때문에, 나는 사람들을 궁지로 내몰고, (...)  그 사람들이 그렇게 생겨 먹었기 때문에 이런 일에서 나는 손을 씻겠소.’” 교황은 지식인 위선자들을 향해 이같이 목소리를 높이면서, 끝으로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 “우리 안에 이런 종류의 마음이 있는지 살펴봅시다. 오시는 주님께 자리를 내어드리기 위해 이런 태도를 멀리 쫓아버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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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2월 2019,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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