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가난한 이의 날 미사 세계 가난한 이의 날 미사 

2017년 이후 세계 가난한 이의 날 이모저모

자비의 특별 희년이 끝날 무렵 프란치스코 교황은 연중 제33주일을 세계 가난한 이의 날로 제정했다. 제4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 미사 주제는 “가난한 이에게 네 손길을 뻗어라”이다. 미사는 코로나19 대유행의 여파로 성 베드로 대성전의 ‘성 베드로 사도좌’ 제대에서 봉헌됐다.

Adriana Masotti / 번역 박수현

“세계의 모든 성당과 순례지에 있는 자비의 성문의 폐막에 즈음하여 (...) 저는 이 특별 성년의 또 다른 가시적 표징으로 교회 전체가 해마다 연중 제33주일에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거행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2015년 12월 8일에 개막한 자비의 특별 희년이 끝나는 2016년 11월 20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 교서 「자비와 비참」(Misericordia et misera)에 서명하며 이 같이 말했다. “이날은 공동체와 모든 세례 받은 이가 복음의 핵심이 가난인 이유를 생각하고, 라자로가 여전히 우리의 집 문 앞에 누워 있다면 정의나 사회적 평화는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생각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의 세계 가난한 이의 날

2020년 제4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은 11월 15일 주일에 기념한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의 여파로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진행된다. 15일 오전 10시 성 베드로 대성전의 ‘성 베드로 사도좌’ 제대에서 교황이 미사를 집전한다. 미사에는 세계 빈곤층을 대표하는 100여 명의 신자만 참례한다. 전염병의 상황에도 교황은 자선 활동의 행보를 멈추지 않는다.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수천 가정을 돕는 약 60개의 로마 본당, 구호소, 자선 단체는 식량과 더불어 마스크 및 여러 도움을 제공하기 위해 연대 네트워크를 활성화했다. 아울러 교황자선소가 운영하는 응급진료소는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코로나19 검사를 제공한다.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합니다

“가난한 이에게 네 손길을 뻗어라.” 제4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맞아 교황의 담화를 반영해 올해의 주제로 채택된 성구다. “전 세계를 고통과 죽음, 절망과 혼돈에 빠트린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린 최근 몇 달 사이에, 우리는 얼마나 많은 도움의 손길을 볼 수 있었습니까!” 교황은 담화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고, 타인과 세상에 대한 책임이 있음을 다시 깨달을 좋은 때입니다.” 

악을 행하지 않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지난 2017년 11월 19일 제1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에 교황은 로마와 라치오뿐 아니라 전 세계 여러 교구에서 온 약 4만 명의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미사를 거행했다. 이날 행사의 마지막 순서로 가난한 사람들 가운데 약 1500명이 바오로 6세 홀에서 교황과 오찬에 함께했다. 교황은 이날 미사 강론에서 가난한 이들에 관한 무관심을 지적하며 이것이 “가난한 이들과 연관된 커다란 죄”라고 강하게 말했다. “‘(가난한 이들은) 나랑 상관이 없어. 그건 내 일이 아니야. 그건 사회 문제야.’ 우리가 이렇게 말할 때가 무관심입니다. (...) 그러나 하느님은 우리가 정당하게 분노했는지 묻지 않으시고 오히려 우리가 선한 일을 실천했는지 물으실 것입니다.” 이어 교황은 이날 복음 말씀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를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가장 가난한 이들, 곧 주님께서 가장 사랑하시는 이들은 굶주리고 병든 이들이며, 이방인과 죄수들이고, 가난하고 버림받은 이들이며, 도움을 받지 못해 고통받는 이들과 도움을 거절당한 궁핍한 이들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가난한 이들 안에서 우리의 사랑을 목말라 하시며 우리 마음의 문을 두드리십니다.”

전 세계 교구에 널리 퍼진 자선단체

지난 2018년 11월 18일 제2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에 교황은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미사를 집전한 후 가난한 사람들과 점심을 함께했다. (교황과 함께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수많은 성당, 자원봉사센터, 대학 및 학교가 점심을 제공했다. 이날 교황은 담화에서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우리가 늘 가까이 있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을 표현”하고자 수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빈곤의 뿌리, 불의

교황은 또한 트위터를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가난한 사람들을 향해 눈과 마음을 열고 그들의 부르짖음을 들으며 그들의 요구를 알 수 있는 은총을 구합시다.” 이날 오전 교황은 미사 강론에서 문제의 원인을 제시했다. 곧 “불의는 빈곤의 비뚤어진 뿌리”라는 것이다. “가난한 이들의 외침은 나날이 더 커져만 갑니다. 그러나, 점점 더 부유해져 가는 극소수 가진 자들의 소음에 묻혀 그들의 외침은 갈수록 더 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가난한 이들의 외침은 울고있는 수많은 라자로의 외침입니다. 하지만 모든 이에게 속한 정의를 위해 (가난한 이들과) 함께 만찬을 베푸는 부자들은 적습니다.”

우리가 보지 못하게 하는 서두름

지난 2019년 11월 17일 제3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위한 기념 미사에서 교황은 우리 일상생활의 큰 자리를 차지하는 서두름에 대해 설명했다. 교황은 서두름이 우리로 하여금 진정으로 중요한 것, 곧 사랑을 보지 못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모든 것을 지금 당장’ 성취하려고 열광적으로 달려가는 동안, 뒤처진 사람들은 누구든 성가신 사람이 됩니다. 소모품으로 취급되는 것입니다. 얼마나 많은 노인, 태아, 장애인, 쓸모 없다고 여겨지는 가난한 이들이 그렇게 취급되는지 모릅니다. 우리는 빈부격차가 악화되는 현실, 그리고 소수의 탐욕으로 인해 수많은 이들의 빈곤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한 채 바쁘게 우리의 갈 길을 갑니다.”

“가난한 이들과 함께 지내며 가난한 이들을 섬기면서, 우리는 예수님의 행동을 배우고, 무엇이 남으며 무엇이 지나가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음식과 아름다움을 누릴 권리

2019년 행사의 준비사항 중 하나로 7000여 명의 가난한 사람들이 바티칸 콘서트에 참석했다. 이날 콘서트는 음악감독 겸 지휘자 니콜라 피오바니와 작곡가 마르코 프리시나(Marco Frisina) 몬시뇰이 선보였다. 하지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교황은 지난 2015년 5월 빈곤층을 위한 그리고 그들과 함께하는 첫 번째 음악회를 계기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기쁨을 심는 음악회가 될 것입니다. (...) 이 씨앗은 모든 이의 마음속에 남을 것이며 모든 이에게 아주 좋은 일이 될 것입니다.” 이탈리아 작곡가 겸 지휘자 엔니오 모리꼬네는 지난 2016년 바오로 6세 홀에서 오케스트라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사실 교황은 가난한 사람들이 기본 생필품뿐 아니라 오케스트라 연주, 서커스 공연을 관람하거나 바다로 여행을 가는 등 조화와 아름다움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시도로 인해 최근 몇 년 동안 교황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이 같은 공연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새롭게 자신의 존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적으로 증가한 빈곤

세계은행(IBRD)의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7억30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하루 1.90달러(한화 약 2100원) 미만으로 살아가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1억 명이 넘는 새로운 빈곤층이 발생했다. 미성년자에게 끼치는 영향 역시 심각하다. 다양한 빈곤의 상황에 처한 아동의 수가 약 12억 명으로 늘어났다. 올해 초부터 빈곤 상태에 있는 아동은 1억5000만 명이 더 늘어났다. 코로나19는 또 어린이 4명 가운데 1명이 빈곤으로 위협받는 유럽 국가에도 경제적으로 영향을 끼쳤다. 이탈리아 은행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 4, 5월에 가구 소득의 절반이 감소했다. 또한 이탈리아 카리타스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3, 5월 사이 교구 및 본당 차원에서 지원하는 사람들의 수가 약 45만 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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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1월 2020, 2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