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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폭탄 폭발 장면 원자폭탄 폭발 장면  (©lukszczepanski - stock.adobe.com)

교황 “전쟁 목적으로 핵을 쓰면 범죄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9월 26일 국제 핵무기 전면 폐기의 날을 맞아 트윗 메시지를 통해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도” 핵을 “전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인간과 인간 존엄에 반하는 범죄이자 우리 공동의 집(지구)의 미래에 대한 모든 가능성에 반하는 범죄라고 규탄했다.

Andrea De Angelis / 번역 이재협 신부

프란치스코 교황이 평화 목적이 아닌 핵에너지 사용을 ‘범죄’라고 규탄했다. 교황은 9월 26일 오전 교황 트윗 계정(@Pontifex)에 자신의 생각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전쟁 목적으로 원자력을 사용하는 것은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도 인간과 인간 존엄에 반하는 범죄일 뿐 아니라 우리 공동의 집(지구)의 미래에 대한 모든 가능성에 반하는 범죄임을 거듭 강조하고자 합니다. #평화 #핵군축 #창조시기”

교황은 9월 26일 국제 핵무기 전면 폐기의 날에 게시한 트윗 메시지를 통해 국제사회가 핵억제력에 대한 대안적이고 즉각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할 시급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틈타 세계 지정학 무대에서 핵무기를 억제하는 견고한 체제가 허물어지고 있으며, 이는 온 인류를 자멸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하는 위험을 안고 있다. 2013년 이래로 매년 9월 26일을 국제 핵무기 전면 폐기의 날로 지내자는 유엔의 초대는 이 같은 성찰을 부추기는 또 다른 자극제다. 

군축의 현실

인류사에서 2022년만큼 핵군축이 화두로 떠오른 적은 없다. 9월 24일은 우크라이나 전쟁 7개월째 되는 날이다. 우크라이나는 1994년 비핵화에 나섰던 나라다.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대부분의 국제사회가 인정하지 않는 영토병합에 관한 주민투표가 실시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가 꺼내든 핵무기 카드는 다시 한번 두려움에 몸서리치게 한다. 오늘날 많은 이들은 기계와 로봇이 “영원한 젊음”을 선사할 것이라는 착각 속에서 “인류를 멸절시킬 최후의 재앙”에 대한 생각, 곧 “최후의 핵전쟁이라는 압박”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이 같은 우리 시대를 향해 교황은 지난 3월 16일 수요 일반알현 교리 교육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부터 끊임없이 핵무기 사용의 위협이 반복되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만약 핵전쟁이 벌어진 ‘다음 날’이란 게 존재한다면, 그때도 인류가 살아남는다면, 우리는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려고 모든 것을 파괴하는 꼴이 되는 셈입니다.”

군축은 약함이 아닙니다

그로부터 3개월 후인 2022년 6월 21일, 교황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제1회 핵무기금지조약(TPNW) 당사국 회의를 주재한 알렉산더 크멘트 의장에게 메시지를 보내 “무기를 모두 내려놓고 끊임없는 협상을 통해 갈등의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시 교황은 “전쟁을 일으키는 자들은 인류를 잊어버린다”며 “평화는 산발적으로 나누어 이룩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평화가 진정으로 정의롭고 오래 지속되려면 보편적이어야 합니다. 누군가의 안보와 평화가 다른 누군가의 안보나 집단적 평화와 단절돼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기만적이며 자기 패배적인 생각일 뿐입니다.” 교황에게 있어 핵은 “위기를 가중시키는 요소”로, 거짓 평화에 대한 환상만 키울 뿐이다. “공포와 불신의 사고방식으로 빚어진 거짓 안보와 공포를 통한 균형으로 안정과 평화를 보장하려 한다면 필연적으로 모든 민족들 사이의 관계를 무너뜨리고 가능한 모든 형태의 진정한 대화를 가로막을 뿐입니다.” 교황은 핵무기 보유가 핵무기 사용의 위협으로 쉽사리 번진다며, 이는 “인류의 양심에 반하는 일종의 협박이 된다”고 지적했다.

성모님께 바치는 기도

교황은 최근 9월 교황청립 과학원 총회 참가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성모님의 중재로 세계가 핵전쟁에서 보호받았다고 말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을 떠올렸다. 

“현재 세계 곳곳에서 심각한 우려를 불러 일으키는 무력충돌이 수없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를 ‘국지적’으로 벌어지는 제3차 세계대전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마도 말 그대로 ‘세계적’ 대전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사람과 지구를 향한 위협이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생전에 성모님의 중재로 이 세상이 핵전쟁에서 보호받은 데 대해 감사를 드렸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오래 전에 방지해야 했던 이 위험에서 보호해 달라고 지금도 계속 기도해야 합니다.”

아울러 교황은 “금세기의 과학적 업적은 항상 형제애, 정의, 평화를 지향해야 한다”며 “또한 인류 가족과 환경이 직면한 거대한 도전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핵에너지는 오직 평화를 위해 

교황청은 핵무기의 사용과 보유를 단호히 거부하는 입장을 수차례 표명해 왔다. 예를 들어 불과 1년 전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코로나19 대유행이 우리에게 값진 교훈을 남겼다”며 “그것은 안보 개념을 재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보는 상호파괴의 위협이나 공포에 기반하지 않습니다. 정의, 온전한 인간 발전, 인권 존중, 피조물 보호, 교육 및 의료시설 확대, 대화와 연대에서 그 기반을 찾아야 합니다.” 파롤린 추기경은 ‘사랑의 문명 위원회’가 “핵무기 폐지? 가능합니다!”라는 주제로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수도원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공개토론에 영상 메시지를 보내 이 같이 말했다. 또한 교황청립 과학원은 2022년 4월 핵전쟁 방지에 관한 장문의 선언을 발표하고 핵전쟁이 온 인류에 어떤 위험을 야기하는지 설명했다. 이어 핵무기 방지를 위한 9가지 행동강령을 제시하고 전 세계 국가·종교 지도자들에게 4가지 호소를 전하며, 과학자를 비롯한 전 세계의 모든 이가 과학기술을 평화에 이바지하는 데 사용하고 과학기술의 지배로 인한 위험을 억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교황청이 전 세계 많은 나라에게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8월 8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핵확산금지조약 재검토회의에 참석한 뉴욕 유엔 주재 교황청 대사 겸 교황청 상임 옵저버 가브리엘레 카치아(Gabriele Caccia) 대주교는 핵에너지가 오직 평화 목적으로만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끊임없는 호소

지난 2019년 히로시마 평화기념관을 방문한 교황이 연설을 통해 가장 힘주어 강조했던 핵심은 다음과 같다. “전쟁 목적으로 핵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옳지 않습니다. 2년 전에 말씀드린 것과 같이 핵무기 보유 또한 도덕적으로 옳지 않습니다.” 이미 2017년에도 교황은 “핵무기 없는 세계와 완전한 군축을 위한 전망”이라는 주제로 열린 컨벤션 참가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소유물”처럼 핵무기를 사용하는 일을 가리켜 “크게 규탄받아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해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해외 사도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귀국 기내 기자회견에서도 교황은 유사한 내용을 언급했다. 교황은 지난 2020년 1월 1일 제53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를 통해 다시금 핵무기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전멸의 공포를 통한 세계 안정의 유지를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이 세상은 핵의 구렁텅이로 이어지는 벼랑 끝에 매달려 있고 무관심의 장벽에 갇혀 있는 지극히 불안정한 평형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그러한 상태에서 인간과 피조물이 서로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버림을 받는 비극적 상황들을 불러오는 사회 경제적 결정들이 내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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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9월 2022, 1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