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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으로 나가는 아버지의 품에 안겨 우는 아이. 우크라이나 이르핀 전장으로 나가는 아버지의 품에 안겨 우는 아이. 우크라이나 이르핀  (REUTERS)

아이들을 위한 전쟁은 없다

어른들의 증오는 아이들을 살려두지 않는다. 우크라이나의 어린이 병원을 대상으로 한 러시아의 폭격은 모든 전쟁의 잔혹행위를 보여준다. 시리아, 예멘, 에티오피아, 말리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아이들이 지금도 고통받으며 죽어가고 있다. 헤로데는 여전히 살아있으며 무자비하게 아이들을 죽인다.

Sergio Centofanti / 번역 이재협 신부

전쟁은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주된 피해자는 항상 아이들이다. 마리우폴 어린이 병원 폭격은 전쟁의 비인간성을 보여주는 많은 사례 가운데 하나다. 설명할 수 없는 악을 너무나 일찍 알아버린 무죄한 아이들의 놀란 눈에서 분쟁의 온갖 잔혹함이 드러난다. 어른들의 악의는 아이들을 살려두지 않는다. 성경은 원수에 대한 어른들의 증오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여준다. “행복하여라, 네 어린것들을 붙잡아 바위에다 메어치는 이!”(시편 137,9)

아이들은 세상 어디에서나 똑같은 아이들이다. 우크라이나, 에티오피아, 시리아, 예멘, 아프가니스탄, 말리, 미얀마 등 역사의 모든 전쟁 가운데 있는 아이들은 다 똑같은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이 계속해서 죽어가고, 도망치고, 무수한 방식으로 이용되고 착취당한다. 한 예로 지난 2015년 시리아 내전을 피해 피난길에 올랐다가 배가 난파해 터키의 한 해변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세 살배기 알란 쿠르디가 있다. 꼬마 난민은 귀를 먹먹하게 하는 침묵 속에서 인류를 향해 계속 이렇게 외친다. “전쟁을 멈추세요! 아이들을 살려주세요!” 

헤로데는 지금도 살아있다. 그는 무죄한 아이들을 학살하려고 전 세계를 떠돈다. “라마에서 소리가 들린다. 울음소리와 애끊는 통곡 소리. 라헬이 자식들을 잃고 운다. 자식들이 없으니 위로도 마다한다”(마태 2,18). 

키이우 인근 이르핀에서 두 살 정도 된 아이가 전장으로 떠나는 아빠의 품에 안겨 큰 소리로 울고 있다. 아이는 작은 주먹으로 떠날 채비를 하는 아빠의 헬멧을 때린다. 전쟁이 무엇인지, 왜 전쟁이 일어나는지 알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지만, 아무리 달래도 아빠가 떠난다는 이유로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전쟁을 겪으며 자란 아이들은 폭탄과 미사일을 그린다. 이런 무자비함을 마주하면 우리의 믿음이 흔들린다. 오직 사랑만이 트라우마와 증오를 낫게 할 수 있다. 오직 사랑만이 무죄한 아이들과 함께 다시 기도하도록 우리를 이끌 수 있다. “오히려 저는 제 영혼을 가다듬고 가라앉혔습니다. 어미 품에 안긴 젖 뗀 아기 같습니다. 저에게 제 영혼은 젖 뗀 아기 같습니다”(시편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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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3월 2022, 1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