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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피란민 우크라이나 피란민 

“나의 티 없이 깨끗한 성심이 승리할 것이다”

파티마 성모님의 메시지는 세상 마지막 날에 관한 종말론적 호기심을 채워주는 메시지가 아니라, 인류를 멸망시키는 이기심으로부터 인류가 구원될 수 있도록 회개하라는 진심 어린 호소다. 참혹한 전쟁으로 얼룩진 이 시기, 오는 3월 25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티 없이 깨끗한 성모 성심께 봉헌할 것이다.

Sergio Centofanti / 번역 이재협 신부

“나의 티 없이 깨끗한 성심이 승리할 것이다.” 성모님께서 100여 년 전 파티마의 세 목동에게 전한 말씀이다. 전쟁의 굉음 가운데 희망을 주는 말씀이 아닐 수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는 3월 25일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에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봉헌한다. 지난 3월 16일 교황은 평화를 위해 간절히 기도한 바 있다. “하르키우의 벙커에서 어머니의 품에 안겨 돌아가신 주 예수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 카인의 손을 멈추게 하소서!” 온유한 기도는 악의 횡포를 이길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시리아, 예멘, 에티오피아 전쟁 등 종종 사람들이 잊어버리는 전쟁이 너무 많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러시아군이 그저 빵을 사려고 줄을 서 있을 뿐인 민간인을 공격하고, 끊임없이 집, 병원, 교회를 폭격해 황폐한 도시로 만든다. 마리우폴에서는 어린이 병원 폭격으로 한 임신부가 아이와 함께 목숨을 잃었다. 전쟁은 어디서든 고통과 파괴를 일삼는다.

많은 사람들이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전쟁이 한창일 때 바치는 기도는 부질없는 일이 아니다. 우리는 단순하고 작은 침묵의 기도가 세상에서 얼마나 좋은 일을 할 수 있는지 결코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기도는 사랑의 힘, 곧 어디서든 변화를 일으키고 회심을 이끄는 성령의 권능이다. 하느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형제를 살해하는 손을 멈추려는 마음의 틈이 벌어지기만 하면 된다. 기도는 말 한 마디로 하느님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하느님의 선물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우리의 마음을 바꾸고 하느님께로 회심하는 일이다. 하느님의 선물은 사랑으로 세상의 증오를 치유하시는 성령이시다.

교황은 ‘어떻게 전쟁을 우리의 기도로 삼을 수 있는가’ 하고 물었다. 기도는 구체적 행동, 자선, 행동하는 믿음으로 변화시킨다. 기도는 겉보기에 나약해서 실패로 보일 수 있다.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님을 보면 하느님도 실패하셨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바로 그 십자가에서 증오, 죄악, 죽음을 이기시고, 새로운 역사, 새로운 창조를 시작하셨다. 

파티마 성모님의 메시지는 세상 마지막 날에 관한 종말론적 호기심을 채워주는 메시지가 아니라, 인류를 멸망시키는 이기심으로부터 인류가 구원될 수 있도록 회개하라는 진심 어린 호소다. 이 힘든 시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나의 티 없이 깨끗한 성심이 승리할 것이다”라는 성모님의 메시지는 위로가 된다. 파티마의 메시지가 공개된 지난 2000년, 당시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은 이 메시지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나의 티 없이 깨끗한 성심이 승리할 것이다.’ 이 표현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느님께 열려 있으며 하느님을 관상함으로써 정화된 마음은 총이나 그 어떤 무기보다도 강하다는 것을 말한다. 성모 마리아의 순종(fiat), 그분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그 말씀이 세계의 역사를 바꾸어 놓았다. 왜냐하면 그 말씀으로 구세주께서 세상에 오셨기 때문이다. 마리아께서 ‘예’ 하고 대답하신 덕택에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시어 이 세상에 오실 수 있게 되었고 언제까지나 우리와 함께 계시기 때문이다. 우리가 끊임없이 보고 경험하는 것처럼 악마가 이 세상에서 득세하고 있다. 악마가 득세하는 까닭은 우리의 자유가 계속하여 하느님에게서 멀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마음을 지니고 계시고 또 인간의 자유를 선한 것을 향하여 이끌어 오셨기 때문에, 인간이 악을 선택할 자유는 더 이상 변명의 여지가 없다. 지금 이 순간부터 중요한 말씀은 이것이다. ‘너희는 세상에서 고난을 당하겠지만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 파티마의 메시지는 우리에게 이 약속의 말씀을 믿으라고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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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3월 2022, 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