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실험 (자료사진) 핵실험 (자료사진)

교황 “인류를 핵무기에서 해방시키도록 노력합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9월 26일 ‘국제 핵무기 전면 폐기의 날’을 맞아 하루 전날 유엔에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언급한 주제를 다시금 강조했다. 교황은 9월 26일에는 트윗 메시지에서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한편, 대량살상무기 없는 세상을 위해 모든 이의 노력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팍스 크리스티 이탈리아(PCI) 대표 레나토 사코 신부는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교황의 호소와 세계 상황을 분석했다.

Marco Guerra / 번역 박수현

“주님께 평화의 은총과 더불어 대량살상무기 없는 세상을 청합시다! 인류에게 심각한 위협인 핵무기에서, 인류를 해방시키도록 노력합시다.” 9월 26일 토요일 ‘국제 핵무기 전면 폐지의 날’을 맞아 프란치스코 교황은 핵무기 전면 폐지의 중요성을 인류에게 재천명했다. 국제 핵무기 전면 폐지의 날은 2013년 유엔이 국제 평화와 안보를 보장하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핵 확산 방지 및 핵 군축 결의안 승인을 기념하는 날이다. 이 날짜는 특별히 1983년 9월 26일 밤을 기억하기 위해 선택됐다. 당시 소련 핵무기 관제센터에서 일하던 페트로프 대령이 당직을 서던 밤, 인공위성을 이용한 미사일 감지시스템이 경보를 울렸다. 페트로프 대령은 이를 (미국의 선제 공격이 아닌, 단순) 컴퓨터 오류로 판단하고 상부에 보고했다. 그는 소련이 표적 대상이던 워싱턴과 뉴욕에 핵미사일로 반격에 나서지 않게 함으로써 핵전쟁을 막아냈다. 

세계 인구의 절반이 핵무기 보유국에 거주

유엔은 국제적 우려가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핵 보유국 외 나머지 비보유국들의 핵 보유를 금지하는) ‘핵 억지 이론’이 여전히 많은 국가의 안보 정책을 구성하는 요소임을 상기했다. 유엔은 또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핵무기를 보유하거나 핵 동맹국에 속한 국가에 살고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군축 문제에 대한 유엔의 대응

2020년 유엔총회는 오는 10월 2일 금요일 군비 축소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국제사회의 관심은 무엇보다도 북한과 이란의 무기(미사일) 개발 계획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 2015년에 체결한 핵 협정에 따라 이번 10월에  만료될 예정인 이란에 대한 유엔 무기 금수 조치를 연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 2018년 이 협정에서 탈퇴했다. 

핵무기확산금지조약

오늘날 핵무기 없는 세계를 위한 노력은 지난 1970년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의 가입 및 이행을 포함한다. 이 조약은 ‘핵 비보유국’들로 하여금 핵무기 조달을 금지하고 있으며 ‘핵 보유국’들로 하여금 핵무기나 다른 핵폭발 장치를 비보유국에 공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아울러 핵무기와 이미 생산한 핵무기의 완전한 폐지를 목표로 지난 2017년 핵무기금지조약(TPNW)이 (유엔총회에서) 채택되기도 했다. 교황청은 이 조약에 가장 먼저 서명한 국가 중 하나다.  

교황, 조약을 구체적 행동으로 전환

교황은 유엔총회에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이러한 국제 법률 협약을 개정할 차기 총회가 “핵무장 경쟁 종식”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으로 전환되기를 희망한다며 비확산조약을 언급했다.

자원 낭비

교황은 유엔 연설에서 핵무기 생산에 따른 자원 낭비를 강조했다. “핵무기를 포함한 군비경쟁으로 귀중한 자원이 끊임없이 낭비되는 동안, 우리는 빈곤, 전염병, 테러리즘 등 평화와 안보의 주된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핵 억지는 두려움을 조장합니다

교황은 영상 메시지에서 수십년 동안 세계 초강대국들이 유지해 온 “핵 억지” 이론을 반박했다. “핵억지론은 상호 멸절이라는 위협에 근거한 공포의 기풍을 조장합니다. 결국에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손상시키고 대화를 방해합니다.” 교황은 국제사회의 모든 주역들에게 “기존 불신의 풍토를 깨뜨릴 것”을 촉구했다.

팍스 크리스티 “여전히 강력한 핵 군비 경쟁”

팍스 크리스티 이탈리아(Pax Christi Italia) 대표 레나토 사코 신부는 핵무기의 현재 상황에 대해 “핵 군비 경쟁이 여전히 매우 강력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안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코 신부는 일부 국가들의 핵 개발 계획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우리는 북한과 같은 일부 국가가 가진 (핵 개발) 계획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더불어 “핵무기 보유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덧붙였다. “유엔 내 거부권을 가진 모든 강대국들이 핵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이탈리아 소유는 아니더라도 이탈리아 영토에도 (핵이)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사코 신부는 지난 2017년 채택된 핵무기금지조약과 관련해 희망을 본다고 밝혔다. “해당 조약에 첫 번째로 서명한 국가 중 하나가 바티칸입니다. 총 40개국이 조약에 서명했습니다. 조약들은 국가의 이행을 표시하는 약속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합니다.”

높은 유지 비용

사코 신부는 교황의 말을 인용해 핵무기 사용뿐 아니라 핵무기의 보유 그 자체로 부도덕하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핵은 유지비가 매우 비쌉니다. 전 세계적으로 연간 1조7000억 유로가 온갖 군비에 사용되는 반면, 세계보건기구(WHO) 예산은 20억 유로에 불과합니다. 핵무기와 관련된 항목이 얼마나 광범위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는 핵무기가 기밀로 유지되는 비용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핵무기가 교육이나 보건과 같은 기본적인 자원을 빼앗는다는 점은 확실합니다. 사람들이 죽지 않기 위해 치료를 하려면 돈을 필요로 하니까요.”

핵 실험으로 인한 손상

사코 신부는 다음과 같이 강조하며 마무리했다. “핵억지론에 대해 말하는 것은 순전히 어리석은 짓입니다. (핵 실험 중) 작은 고장이나 시스템의 결함만으로 지구가 파괴되고도 남기 때문입니다. 억지가 아니라 지구 전체를 위협에 빠트리는 일입니다. 핵무기 개발을 위한 투자는, 비록 핵무기들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인류를) 학살하고도 남을 정도로 과도하게 높습니다. 우리는 또한 핵 실험이 사람을 (직접적으로) 죽이지 않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생태계 파괴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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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9월 2020, 1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