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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을 바라며 계속되는 선교, 빈첸시오 보르도(김하종) 신부

한국 주교회의가 6.25 전쟁을 기억하고 남북 평화를 기원하고자 지난 1965년 제정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다음 날, 오블라띠 선교 수도회 빈첸시오 보르도(한국 이름 김하종) 신부는 통일이라는 목표에서 멀어지는 듯 보이는 걱정스러운 상황을 전했다. 그는 경제적 이익이라는 미명 아래 인권이 짓밟히는 위험에 처한 채 소외되고 고통받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한국교회의 원조를 설명했다.

Antonella Palermo / 번역 이재협 신부

2년 전 4월, 남북 정상은 지난 1953년 6.25 전쟁 휴전협정이 체결됐던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만남을 이뤘다. 남북 정상은 회담을 통해 남북 긴장 관계 완화를 위한 무기 감축을 약속하고,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6월 16일 화요일, 남북 평화를 일구려는 희망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발생했다. 북한이 대한민국과 가장 가까운 도시 개성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이다. 이 사건은 남북 평화에 대한 많은 기대를 산산조각냈다. 

희망에 심각한 타격을 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오블라띠 선교수도회의 빈첸시오 보르도(한국 이름 김하종) 신부는 서울 근교의 수만 명이 거주하는 도시 성남에서 30년째 살고 있다. 빈첸시오 신부는 2년 전 회담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2년 전 통일을 위한 아주 좋은 시도들이 있었어요. 남북 정상은 두 번 이상 만났고 훌륭한 여정에 대해 합의했죠.” 하지만 빈첸시오 신부는 최근 사건에 대해 씁쓸함을 전했다. “남북 대화와 만남의 상징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사건은 정말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어요. 불행하게도 우리는 다시 수십 년 전 관계로 돌아간 느낌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회담을 지켜보며 1주년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일치와 대화와 형제적 연대에 바탕을 둔 미래가 실제로 가능하다는 희망을 모든 이에게 줄 수 있길” 기원했다. 빈첸시오 신부는 “용기를 주는 놀랍고 아름다운 교황의 말씀”을 강조하는 한편, 개성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실망스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이해하기 힘든 사건입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다시 협력해야 합니다. 약속이 깨진다면 신뢰도 깨집니다. 지금 던질 수 있는 질문은 과연 ‘북측을 신뢰할 수 있는가?’ 입니다.” 

평화의 가교를 건설하려는 교회의 노력

“한국교회가 할 수 있는 역량 안에서, 고통받는 북한 주민들을 위한 경제적 도움과 사랑의 원조의 최전선에 있다는 사실을 모두 공감하고 있습니다.” 빈첸시오 신부는 한국교회의 노력을 설명하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한국교회 사제들 안에는 남북의 화해를 위한 책임과 노력, 굳건한 협력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모든 노력이 잘 실현되기에는 아마도 국내외적 이해 관계의 간극이 너무 클지도 모른다는 점입니다.”

가난한 이를 위한 사도직

노숙인과 가출 청소년을 위해 헌신하는 빈첸시오 신부는 자신의 사도직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리는 ‘안나의 집’이라는 이름으로 하루 550명의 노숙인을 맞이하는 센터를 운영해요. 우리는 가출 청소년 60여 명을 찾아가고 매일 노숙인을 위한 600개의 도시락을 준비하죠. 센터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아주 많은데 그 숫자는 이탈리아와 비슷합니다. 교황님도 자주 언급하셨지만, 그들은 ‘오늘날의 가난’입니다. 사람이 아닌 경제적 이익을 바라보며 빠르게 달려가는 산업화, 세속화, 세계화, 자본주의 세계가 빚어낸 가난이죠. 이러한 세상의 속도에 발 맞추지 못한 이들은 가장자리로 도태되고 ‘오늘날의 가난’과 마주합니다.”

코로나19 대유행에도 계속된 무료급식소

한국은 중국 다음으로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첫 번째 나라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300명 미만이며, 확진자는 약 1만2000명이다. 빈첸시오 신부는 한국 정부의 ‘3T(Trace, Test, Treat: 역학조사, 검사, 치료)’ 정책을 통한 현상황의 통제를 높이 평가했다. “정부의 정책은 충분히 훌륭한 결과를 냈어요. 비록 최근 다시 (확진자) 숫자가 증가하고는 있지만, 하루 숫자가 많지는 않습니다.” 빈첸시오 신부는 지난 2월 초 성남시로부터 다른 사업장과 마찬가지로 노숙인을 위한 원조 활동을 중단하라는 권고를 몇 차례 받았다고 말했다. “헬스장, 극장, 성당은 문을 닫을 수 있어요. 하지만 급식소는 문을 닫을 수 없다고 제가 말했습니다. 이곳을 찾는 사람 중 70퍼센트는 이곳에서 하루에 한 끼만 먹어요. 그래서 성남시와 몇 차례의 만남을 갖고, 실내에서 음식을 먹지 않고 야외에서 도시락을 나눠주는 것으로 합의했어요. 어느 날 진눈깨비까지 오고 엄청나게 추웠는데, 우리가 준비한 800인분의 도시락을 (야외이기 때문에 아무도 오지 않아서) 버려야 하는 게 아닌가 걱정했어요. 그런데 그날도 모든 사람이 왔죠. 어떤 사람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저는 코로나19보다 배 고픈 게 더 무서워요.’ 보셨죠? 이 사람들에게서 우리는 등을 돌릴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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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6월 2020, 19: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