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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a, Roma segnata da povert� e gravi emergenze,come l'abitativa Papa, Roma segnata da povert� e gravi emergenze,come l'abitativa  (ANSA)

[사설] 먼저 인간이 되십시오

레오 14세 교황의 가르침 속에서 베네딕토 16세 교황 선출 이전 요제프 라칭거의 깊은 성찰을 발견할 수 있다.

Andrea Tornielli

 

“우리는 신앙인이 되기 전에 먼저 인간이 돼야 합니다.”

이는 레오 14세 교황이 지난 5월 28일 수요 일반알현에서 전한 교리 교육의 핵심이다.

교황은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통해 깊은 성찰을 펼쳤다. 우리 삶을 이루는 크고 작은 만남들 속에서 “우리가 진정 누구인지 드러난다”고 말했다. 타인의 약함과 상처 앞에서 우리는 두 갈래 길에 선다. “그들을 품고 돌보거나, 아니면 외면하고 지나치거나.”

예수님의 비유가 바로 이를 보여준다. 예루살렘 성전의 거룩한 문턱을 넘나들 특권을 누린 제사장과 레위인, 이 두 종교 지도자는 강도를 만나 피투성이가 된 채 길가에 쓰러진 사람을 그냥 지나쳤다. 그런데 유다인들이 부정한 자로 손가락질하던 사마리아인이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가슴 깊은 곳에서 측은지심이 솟구쳤기 때문이다. 종교적 관습으로는 “원수”나 다름없던 그 사람을 정성껏 돌본 것은 바로 이 사마리아인이었다.

교황께서는 이 대목에서 예리한 통찰을 전했다. “경배를 드린다고 해서 저절로 자비로운 마음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자비는 종교적 문제이기 전에 인간성의 문제입니다!” 가슴을 치는 말씀이다.

신앙인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하느님의 일을 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자비로운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현실의 아픔과 이웃의 상처 앞에서 자신의 마음을 열고 “함께 아파하는” 일은 별개의 문제다.

“우리는 신앙인이 되기 전에 먼저 인간이 돼야 합니다.”

교황의 말씀이 다시 울려 퍼진다. 바로 이런 인간다움, 이런 따뜻한 마음이 복음을 세상에 전하는 진정한 통로가 된다는 뜻이다.

놀랍게도 이런 사유는 벌써 66년 전에 한 젊은 신학자의 예언자적 통찰 속에 담겨 있었다. 1959년 당시 본 대학교에서 기초신학을 가르치던 요제프 라칭거 신부의 이야기다. 그는 논문 「새로운 이교도와 교회」에서 급속히 세속화되는 사회를 바라보며 선교의 참된 모습을 이렇게 그려냈다. “그리스도인은 다른 이들 가운데서 기쁨 넘치는 사람이 돼야 합니다. 신앙을 나누지 못하는 상황에서라도 따뜻한 이웃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바로 착한 사마리아인처럼 ‘이웃’이 되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훗날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될 그는 더 나아가 이렇게 덧붙였다. “믿지 않는 이웃과 함께할 때 그리스도인은 무엇보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 서야 합니다. 수시로 개종을 재촉하고 설교로 사람을 괴롭히는 자가 아니라... 그는 설교자가 되기 이전에 아름다운 마음과 소박한 삶으로 사람들 곁에 있는 한 인간이어야 합니다.”

라칭거 신부는 교회가 어떻게 태어나고 새로워지는지를 꿰뚫어 보았다. 그리스도께 마음을 빼앗긴 남녀들이 자신의 삶 자체로 그분을 증언하는 것이다. 자비를 베풀고, 만나는 모든 이의 인생길에 동행하며, 그렇게 그리스도를 드러내는 것이다.

동시에 훗날의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이미 그때부터 허황된 꿈을 경계하고 있었다. 서구 그리스도교의 쇠퇴를 막으려고 성채 안으로 움츠러드는 일, 신앙을 낡은 전통주의로 축소하는 일, 집단의 결속을 위한 정체성 도구로 전락시키는 일, 특정 정치 세력의 들러리로 내모는 일들을 경계했다.

결국 이것이야말로 선교의 핵심이며, 급변하는 우리 시대에 복음이 간직한 진정한 힘이다. 무엇보다 먼저 열린 마음과 따뜻한 가슴을 지닌 인간이 되라는 부르심이다.

진정한 그리스도인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잘난 체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우리가 “부정하다”고 여기며 멀리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착한 사마리아인처럼 진짜 자비를 베푸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번역 고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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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6월 2025, 1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