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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에게 작별을 고하는 신자들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에게 작별을 고하는 신자들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 성 베드로 대성전 안치… 조문객 수만 명 몰려

비공개 예식 이후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의 시신이 1월 2일(현지시간) 오전 ‘교회의 어머니(Mater Ecclesiae)’ 수도원에서 성 베드로 대성전 중앙 제대 앞쪽으로 옮겨졌다. 사흘간의 일반 조문이 끝난 뒤 1월 5일에는 장례미사가 거행된다.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 등 정부 주요 인사들은 일반 조문객보다 먼저 방문했다. 첫날 조문 일정에 약 6만5000명이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에게 작별을 고했다. 장례미사 이후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은 바티칸 지하 묘지로 운구돼 안장될 것이다.

Salvatore Cernuzio / 번역 이창욱

오전 8시50분, 은은한 조명이 내부를 밝히고 있을 때 일반 조문객보다 먼저 성 베드로 대성전을 방문한 사람은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이었다. 그는 딸 라우라와 함께 왔다. 그들은 오른쪽에 잠시 서서 두 손을 모아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했다. 전임교황의 시신은 1월 2일 오전부터 오는 1월 4일까지 중앙 제대 앞쪽에 안치된다. 신자들은 고인에게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 이곳을 찾을 것이다. 이 같은 절차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장례 절차와 동일하다. 교황청 공보실장 마테오 브루니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묻힌 장소에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도 안장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관들과 추기경들의 조문

마타렐라 대통령에 이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알프레도 만토바노 내무부 차관, 프란체스코 롤로브리지다 농림부 장관도 이날 오전 성 베드로 대성전에 도착했다. 그들은 십자성호를 긋고 잠시 무릎을 꿇은 다음 측면에 있는 4개의 긴 의자 중 하나에 자리를 잡았다. 반대편에는 성 바오로 대성전의 대사제 마이클 하비(Michael Harvey) 추기경과 몇몇 수녀들이 낮은 목소리로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었다. 성 베드로 대성전 대사제 겸 바티칸 시국의 교황 총대리 마우로 감베티(Mauro Gambetti) 추기경은 중앙에 서서 조문객들과 인사를 나눴다. ‘교회의 어머니(Mater Ecclesiae)’ 수도원에 안치된 전임교황의 시신이 성 베드로 대성전에 도착하자 감베티 추기경은 오전 7시15분부터 7시40분까지 예식을 주례했다. 바티칸 정원의 중심에 위치한 그 수도원은 전임교황이 지난 2013년 교황직에서 물러나며 자신의 거처로 택한 곳이다. 

‘교회의 어머니’ 수도원에서 성 베드로 대성전 중앙 제대 앞쪽으로 옮겨진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의 시신

감베티 추기경이 주례한 예식

전날(1월 1일) 하루 종일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의 시신을 모셔둔 경당에는 대형 십자가가 성탄 구유 및 성탄 나무와 나란히 있었다. 전임교황의 개인비서 게오르그 겐스바인(Georg Gänswein) 대주교, 수년 동안 매일 전임교황의 가사를 돌봤던 평신도 단체 메모레스 도미니(Memores Domini) 회원들과 교회의 어머니 수도원 도우미들이 짧은 기도를 바쳤다. 이어 전임교황의 시신은 운구차에 실려 기도의 문을 통과해 성 베드로 대성전으로 이동했다. 이날 하루 종일 주교와 추기경들의 개인적인 조문을 시작으로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이어질 일반 조문에 앞서, 전임교황을 찾은 수많은 조문객들이 가로수가 늘어선 수도원을 따라 굽은 길을 가득 메웠다. 조문은 이날 늦은 오후까지 이어졌다. 

시신 안치 예식을 주례하는 감베티 추기경
시신 안치 예식을 주례하는 감베티 추기경   (Vatican Media)

조문객 6만5000명

1월 2일 동트기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스카프와 코트를 두른 채 성 베드로 광장에 모여 길게 줄지어 있었다. 조문객 수는 조문 시작 5시간 만에 4만 명이 다녀간 것으로 추산됐으나 첫날 조문 일정을 마무리한 뒤에는 6만5000명으로 추산됐다. 1월 2일 오전부터 1월 4일 저녁까지(1월 2일 오전 9시-오후 7시, 1월 3, 4일 오전 7시-오후 7시) 사흘간 일반에 공개되는 조문 기간 동안 매일 수많은 조문객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로마 시 관계자는 전임교황 선종 당일 이를 예상했다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례하는 장례미사 당일인 1월 5일에 약 5-6만 명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전임교황 앞에서 기도하는 신자들
전임교황 앞에서 기도하는 신자들   (Vatican Media)

작별인사와 기도

성 베드로 대성전의 문이 열리자마자 조문객들은 중앙 통로를 따라 거의 달리다시피 걸어 중앙 제대로 향했다. 그곳에는 황갈색 벨벳으로 덮인 관대 위에 전임교황의 시신이 안치돼 있었다. 시신은 머리에 백색 주교관을 쓰고 홍색 제의를 입고 검정 구두를 신고 있었다. 다만 팔리움과 가슴 십자가는 착용하지 않았다. 포개진 손에는 묵주가 들렸다. 시신 앞에서 무릎을 꿇고 십자성호를 긋는 사람도 있었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거나 그저 멈춰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측면에 위치한 작은 경당에서 묵주기도를 바치거나 성 베드로 사도좌 제대에서 시작될 아침미사에 참례하려고 차단선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게오르그 신부”에게 조의

이제 전임교황의 개인비서 게오르그 겐스바인 대주교에게 조의를 표할 차례다. 일반에 “게오르그 신부”로 알려진 겐스바인 대주교는 전날부터 고인을 찾아온 장관, 상원의원, 외교관, 주교 및 전임교황의 제자 등 수많은 조문객들의 조문을 받느라 분주했다. 2일 오전에는 전임교황의 건강을 위해 항상 기도했다며 그에게 축복을 요청하는 멕시코인 여성 단체도 있었다. 76세의 칼라브리아 출신 카르멜라(Carmela) 여사도 있었다. 2년 전 심한 낙상과 대퇴골 수술을 받은 그녀는 걷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1일 교회의 어머니 수도원을 찾아온 그녀는 이튿날 성 베드로 대성전을 다시 찾았다. 그녀는 두 번 모두 고통을 무릅쓰고 힘겹게 무릎을 꿇었다. “다리를 구부린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저는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님에게 빚을 졌기에 당연히 그래야 합니다. 저는 최근 몇 년 동안 칼라브리아에서 로마에 이르기까지 어디든 그분과 함께했습니다. 약간의 희생이 필요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고인에게 작별인사를 하는 전임교황 개인비서 게오르그 겐스바인 대주교
고인에게 작별인사를 하는 전임교황 개인비서 게오르그 겐스바인 대주교   (Vatican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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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1월 2023, 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