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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파롤린 추기경 “마피아로 사는 것은 노예처럼 살기를 선택하는 것... 그들이 법 지키며 살아가길”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1990년 마피아에게 피살된 젊은 판사 복자 로사리오 리바티노를 기리고자 이탈리아 상원에서 열린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그의 훌륭한 모습은 오늘날 판사들에게 모범이 됩니다.” 이날 컨퍼런스에는 복자 리바티노가 피살 당시 입고 있던 피 묻은 셔츠를 보관한 성물함을 모셔왔다. 성물함은 오는 1월 21일까지 로마의 여러 성당을 순회하며 공개된다. 시칠리아 마피아 두목 메시나 데나로가 오랜 도피 생활 끝에 최근 체포된 것과 관련해 파롤린 추기경은 “국가가 이룬 성과”라고 말했다.

Alessandro Di Bussolo / 번역 이재협 신부

마피아 두목 메시나 데나로의 체포는 “국가가 이룬 성과”다. 교회가 영예로운 복자로 공경하는 첫 판사인 로사리오 리바티노가 보여준 것처럼 “사람을 중심에 두고 정의를 실현해야 할 근본적인 과제”가 남았다. 정의는 “사람을 구원하는 일, 불법행위의 틀 안에 갇혀 있는 이들을 회복시키는 일”이 돼야 한다.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복자 로사리오 리바티노의 모범의 현대적 의의”라는 주제로 이탈리아 상원에서 열린 컨퍼런스에 앞서 30년 간의 도피 생활 끝에 최근 체포된 시칠리아 마피아 두목 메시나 데나로의 소식과 관련해 이 같은 골자로 말했다. ‘로사리오 리바티노 연구소’가 주최한 이번 컨퍼런스는 젊은 리바티노 판사가 1990년 9월 21일 마피아에게 피살될 당시 입었던 피 묻은 셔츠를 컨퍼런스가 열리는 상원(마다마 궁전) 도서관으로 모셔오는 의미 있는 행사로 막을 열었다.  

파롤린 추기경 “마피아로 살겠다고 선택하는 것은 노예살이에 불과”

파롤린 추기경은 “메시나 데나로의 체포는 확실히 국가가 이룬 성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당국의 많은 노력이 있었습니다. 이 같은 결과를 이끌어낸 데 대해 우리는 만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의 체포는 이미 끝나버린 마피아의 시절에서 완결 짓지 못했던 그 마지막 순간을 완성하는 마침표입니다. (…) 우리는 모든 이가 법을 지키며 살아가길 간절히 희망합니다.” 파롤린 추기경은 지난 1월 16일 팔레르모에서 그가 체포된 사건과 관련해 무엇보다도 시칠리아 주민들에게 “가치를 중요시하며 함께 살아갈 필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고 말했다. “불법행위를 선택하는 것, 마피아로 살겠다고 선택하는 것은 결국 그 삶을 살아가는 이들과 피해자 모두를 노예살이로 이끄는 선택입니다. 이 노예살이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탈리아 상원 도서관에서 진행된 컨퍼런스 장면
이탈리아 상원 도서관에서 진행된 컨퍼런스 장면

복자 로사리오 리바티노, 충직한 그리스도인

파롤린 추기경은 이번 컨퍼런스를 준비하며 “위대한 인물” 복자 리바티노에 대해 더 깊이 알게 됐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는 충직한 그리스도인이었습니다. 그는 판사라는 섬세한 직업을 수행하는 데 있어 매우 충실했던 인물입니다. 정의를 해석하고 적용하는 데 있어 그리스도교 원칙을 확고히 따랐습니다.” 지난 16일 이뤄진 데나로 체포 사건에 비춰볼 때 복자 리바티노의 희생은 헛되지 않았다. “주님의 때는 우리의 때와는 달라서 우리가 원하는 결과가 즉각 실현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고귀한 행위, 사랑의 행동, 자신의 삶을 바치는 헌신, 주님의 이름으로 행해진 희생에는 언제나 분명한 보상이 있으며 결실을 맺습니다.”

정의와 사랑을 결합한 판사

복자 리바티노는 정의와 사랑을 결합할 줄 알았던 인물이며, 그의 모범은 오늘날 판사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무엇보다 사람을 구원하는 정의는 사람을 중심에 놓습니다. 이는 불법행위와 범죄의 틀 안에 갇혀 있는 이들을 회복시키기 위해 국가와 사회가 실현하려는 노력이기도 합니다.” 파롤린 추기경은 이날 컨퍼런스를 설명하면서 38세의 젊은 나이로 순교한 복자의 아름다운 모습이 특히 젊은이들에게 많은 귀감이 된다고 강조했다. 리바티노의 시복 심사 과정은 “복음에 깊이 뿌리내린 그의 정의로운 사명에 맞서기 위해” 시칠리아의 마피아가 그를 죽이고자 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그리스도인 판사인 리바티노가 “신앙은 마음의 영혼이 될 수 있고 정의를 집행하도록 이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판사에게 있어 선택은 매우 어려운 일 중 하나다. 하지만 이 선택의 순간에 신앙인은 하느님과의 만남과 기도, 성경 안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다고 파롤린 추기경은 강조했다. 아울러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사법체계의 신비”를 알려 주시며 “올바른 결정의 행사는 하느님 활동의 연장선이 된다”고 말했다. 

복자 로사리오 리바티노의 셔츠를 보관한 성물함을 상원으로 모셔오는 장면
복자 로사리오 리바티노의 셔츠를 보관한 성물함을 상원으로 모셔오는 장면

복자 리바티노의 신앙과 기도의 삶에 대한 마피아의 증오

파롤린 추기경은 당시 마피아들이 “리바티노의 신앙과 기도의 삶”을 증오하며 “융통성 없고 맹신론적”이라고 비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마피아에게 선고를 내릴 때 마피아와의 전쟁에서 희생된 영혼들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이었다. 파롤린 추기경은 마피아가 “성인들과 성모님께 대한 신심을 드러내지만 재물이라는 우상에 사로잡혀 이교도처럼 그들의 행동과 삶으로 그리스도교를 부정하는 이들”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복자 리바티노가 “용서의 덕행을 실천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며 사랑을 가장 첫 자리에, 정의보다도 앞자리에 두는 사람이었다. 이로 인해 피고인에게 선고를 내릴 때 그는 괴로워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복자 리바티노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처럼 “내가 너희에게 무슨 악한 일을 했느냐?” 하고 자신에게 누명을 씌우는 이들에게 물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의 비극적 죽음은 그를 살해한 몇몇 사람들을 회심으로 이끌었다. 끝으로 파롤린 추기경은 “마피아가 무고한 평신도 그리스도인 판사를 죽였으나 그는 지금 우리 안에 살아 있으며 계속해서 모범을 전해주고 있다”며 연설을 마쳤다.

마타렐라 대통령 “그를 기억하며 사법체계를 수호합시다”

파롤린 추기경의 연설에 앞서 ‘로사리오 리바티노 연구소’의 도메니코 아이로마 부소장이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의 메시지를 낭독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메시지를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로사리오 리바티노의 모범에 대한 기억은 모든 이가 사법체계를 수호하는 전쟁에 참여하도록 초대합니다. 리바티노의 모범에서 두드러지는 일관성과 결단력을 본받아 온갖 형태의 범죄에 저항하면서 이 같은 사명에 모든 이가 부름받았다는 사실을 늘 새롭게 기억합시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이탈리아가 지닌 가치의 진정한 증인인 리바티노가 “범죄의 맹목적인 폭력에 맞서 사법체계를 지닌 국가의 가치를 드러내기 위해 목숨을 바쳤다”며 “엄격한 도덕성, 그가 지닌 권위, 지치지 않는 헌신, 의무감으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만토바노 “리바티노는 진리를 통해 법을 선포”

과거 리바티노 연구소 부소장을 역임한 알프레도 만토바노 내무부 차관은 연설을 통해 “그는 판사 직무를 훌륭히 수행하며 진리로 법을 선포했다”고 말했다. 만토바노 차관은 리바티노가 피살되기 전 “아그리젠토 법정에서 1년 간 작성한 엄청난 양의 판결문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그가 세부적인 일에 관심을 기울이고 전체를 재구성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일했기 때문에 가능한 작업이었다고 만토바노 차관은 설명했다. 그에게 판사라는 직무는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온전히 판사가 ‘되는’ 일이었다. 만토바노 차관은 이어 공인으로서의 식별력과 소송을 담당하는 판사 리바티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는 판사로 재직한 12년 세월 동안 그 어떤 인터뷰도 방송 출연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사법권의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는 신중함을 보여 줬습니다.” 만토바노 차관은 다비데 론도니의 시 “로사리오 리바티노에게”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연설을 마쳤다.

“당신은 이런 말을 남겼죠. ‘하느님의 보호 아래서(Sub tutela Dei)’ 하지만 외나무 다리에 서 있을 때, 계략에 빠졌을 때, 하느님께서 어떤 보호를 당신에게 베풀었나요? 의로운 사람을 보호하지 않는 하느님은 어디 계시는 걸까요? 아니면 혹시 하느님은 당신의 살과 피에 의로운 이들을 결합시키려는 것일까요? (…) 하느님께서는 가파른 비탈길을 따라 외나무 다리에도, 계략에 빠졌을 때도 곁에 계셨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의 순교를 통해 겸손과 같은 정의에 대한 우리의 갈망이 항상 보호받길 바라셨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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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월 2023, 1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