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본 렝고아 수녀, 교황청 주교부에 심은 ‘넓은 선교적 전망’
Antonella Palermo / 번역 이정숙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청 주교부에서 주교 후보자 선발을 담당하는 위원회 위원으로 임명한 세 명의 여성 중에는 도움이신 마리아의 딸 수도회(살레시오 수녀회) 전 총장 이본 렝고아(Yvonne Reungoat) 수녀도 있다. 1945년 프랑스 피니스테르 주 플루에낭에서 태어난 렝고아 수녀는 살레시오회의 카리스마를 따라 청소년 양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가장 작은 이들의 가난과 고통을 책임지며, 조력자를 양성하는 일을 해 왔다. 아프리카 현장에서 그녀의 토착화 역량은 놀라웠다. 현재 렝고아 수녀는 이탈리아 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USMI) 회장이다. 인터뷰를 위해 찾아갔을 때, 그녀는 우리를 따뜻하고 열린 마음으로 맞이했다.
이하 이본 렝고아 수녀와의 일문일답:
이번 임명을 예상하셨나요?
“아니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교황님이 교황청 주교부 위원회 위원으로 여성을 임명하시려는 의향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제가 임명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축하 메시지를 받고 알게 됐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새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Predicate evangelium)의 신속한 실행에 따른 임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교황령이 이끈 여정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복음을 선포하여라」는 교황 재위 9년 동안 숙고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즉시 추기경평의회와 함께 교황청 개혁을 생각하기 시작하셨습니다. 많은 작업과 성찰, 식별의 시간을 거친 뒤에 이 교황령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이 교황령이 교황님의 일관성을 보여주는 매우 분명한 표지입니다. 교황님은 교회의 요청과 필요를 전달받고 어떤 진보적 개혁의 방식으로 이를 따르셨습니다. 저는 이 교황령이 교황청의 중요한 면모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부(Dicastero)에서 최고 책임을 맡을 수 있는 평신도와 여성들의 역할을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것이 사고방식의 변화이자 심오한 변화의 표지라고, 또한 교황님을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발자취를 따르도록 이끄는 동시에 점진적으로 실현되고 있는 정신을 드러낸다고 생각합니다. 「복음을 선포하여라」는 큰 희망과 책임의 표지이기도 합니다. 교회의 다양한 소명에 대한 공동 책임을 갖도록 모든 이에게 촉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녀님은 정확히 어떤 임무를 하시나요?
“너무 새로운 소식이라 정확히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전 세계의 교구 직권자인 주교 후보자를 선발하는 과정에 협력하게 될 것입니다. 아직 구체적인 지시가 없었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 하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각국 교황대사들이 교황청 국무원으로 보낸 자문결과를 연구하고, 이 관련 서류들을 살피고, 미래의 주교들을 임명하는 선택을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의견을 제시하는 일에 부름받았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수녀님은 주교의 어떤 자질을 우선순위로 생각하시나요?
“주교는 자신의 지역 교회에서 모든 소명을 아우를 수 있어야 하고, 백성들과 가까이 지내며,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을 동반하는 역량을 삶으로 보여주는 사제이자 사목자여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시노달리타스(sinodalità) 여정이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목자는 책임감을 지닌 동시에 교회 밖의 세상에도 귀를 기울입니다. 왜냐하면 교회는 자기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선의의 모든 이를 위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선교 정신, 열린 마음을 지녀야 합니다.”
예를 들어, 수도회 총장과 아프리카 선교와 같은 이전의 경험이 이번 임무에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하시나요?
“도처에서 심오한 변화를 겪고 있는 세상, 복음화와 세계의 다른 종교들과의 관계에 있어 많은 도전에 대응해야 하는 세상에 속한 보편교회의 전망은 분명 저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리 수도회의 경우처럼 수도회 총장을 역임했다는 사실은 5대륙에 대해 알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을 하게 해 주었습니다. 우리 공동체나 우리가 속해 있는 곳의 주교님과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직접적으로 소통하며 서로 알아갈 수 있었죠. 이러한 폭넓은 시야를 갖추는 경험은 어떤 의미에서 저의 사고방식을 변화시켰습니다. 다양성, 문화적 다양성, 강요하는 게 아니라 서로 알아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많이 경청하고, 많이 관찰해야 합니다.”
도움이신 마리아의 딸 수도회의 카리스마는 수녀님의 임무에 어떤 도움이 될까요?
“우리 수도회의 카리스마는 교육입니다. 한편으로 이는 모두에게 열려 있는 선교적 은사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지역 교회에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는 데 도움이 될 요소임은 분명합니다. 저는 주교님들도 신앙의 여정과 교회의 여정에서 교육의 중요성을 분명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교육은 모든 것의 기초이며, 사회 건설의 기초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작은 것부터 시작해 인격 형성을 동반하는 근본기초입니다.”
그 관점대로라면, 심지어 주교님들도 하느님 백성을 정초하기 위해 일종의 ‘교육’에 ‘유순’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맞습니다. 그래서 제가 경청, 심오한 경청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서로를 가르칩니다. 먼저 경청하지 않고는 사목자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기초 단계에서 하느님 백성에게 귀 기울이고 하느님 백성의 인도를 받는 것입니다. 이러한 기본자세가 없다면 건물을 지붕부터 짓는 셈입니다. 복음화를 기반으로 하지 않을뿐더러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주지 못할 위험이 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리지 못하면 복음화도 함께하는 여정도 불가능합니다. 우리 모두는 현실에 귀를 기울이고, 성령께서 우리에게 제시하시는 길을 함께 식별하도록 부름받았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스페인어권 미디어 ‘텔레비사유니비전(TelevisaUnivision)’과의 인터뷰를 통해 만약 사임한다면 명예 ‘주교’로 불리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고해성사를 베풀고 병자들을 방문하고 싶다고 하셨죠. 교황님의 말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그 말씀은 제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교황님이 다름아닌 단순하게 봉사하는 사목자의 직분을 생각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교황님이 어떤 분인지 그대로 보여줍니다. 저는 교황님이 말하고 가르치고 선택하는 데 있어 한결같은 일관성을 보여주시는 분이라는 점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습니다. 이는 지난 2021년 8월 총장직을 마치고 지금은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도움이신 마리아의 딸들 중 한 사람으로 살고 있는 저에게도 하나의 표징 중 하나입니다. 그것은 저로 하여금 성찰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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