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롤린 추기경, “오늘날의 세상에서 사람들이 이 상태로 살고 있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Francesca Sabatinelli / 번역 김호열 신부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벤티우 실향민캠프 방문이 “충격 그 자체”였다며 양심에 손을 얹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오늘날의 세상에서 사람들이 이 상태로 살고 있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파롤린 추기경은 7월 6일 남수단 북부 유니티 주의 벤티우 시에 위치한 ‘벤티우 실향민캠프’ 방문 일정을 마치고 남수단 수도인 주바로 돌아왔다. 벤티우 실향민캠프 방문은 아무것도 가져본 적이 없거나, 이제 더 이상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을 만난 감동의 시간이었다. 캠프에서 지내고 있는 실향민들은 남수단이 독립한 지 2년 만인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이어진 내전의 실향민들이다. 유니티 주는 살바 키르 남수단 대통령에 맞서 내전을 일으킨 주요 인물인 제1부통령 리크 마차르가 태어난 곳이다. 또한 가장 치열한 전투가 일어난 곳이자 수많은 실향민을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특히 지난 2019년 이래 홍수 피해로 집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이 벤티우캠프에 합류했다. 지난 2021년의 홍수는 유니티 주에서 최근 몇 년 동안 경험한 홍수 중 최악이었다. 지역 일대를 물에 잠기게 한 기록적인 양의 강우로 인해 주민들은 생활터전을 잃었고, 작물경작을 할 수 없게 됐으며, 수십만 마리의 가축이 물에 떠내려 갔다.
총체적인 파괴
공동체의 생존이 달린 모든 것이 파괴됐으며 사람들은 끔찍한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 파롤린 추기경을 비롯해 실향민캠프를 방문한 사람들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오랫동안 물에 잠긴 황폐한 땅이다. 15만 명의 실향민들이 상상할 수 없는 비위생적인 조건에서 지내고 있다. 깨끗한 식수가 부족하고 배수로도 취약하다. 또한 간염, 말라리아, 콜레라 등 주기적인 전염병이 창궐하고 있다. 이곳 실향민캠프를 강타한 전염병은 최근 몇 주 사이에 남수단의 다른 주까지도 확산되고 있다.
이 하느님 백성에게 가까이 있는 교황
“우리는 변방 중의 변방으로 왔습니다.” 파롤린 추기경은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도 없이” 살아가는 이 사람들의 생활환경을 한탄하며 “유엔의 국제적 도움 없이는 아무런 희망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벤티우 실향민캠프는 말라칼교구 관할지 내에 있다. 말라칼교구장 스티븐 응요도 아도르 마요크(Stephen Nyodho Ador Majwok) 주교는 실향민들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실향민들은 자녀들을 키우며 품위 있는 삶을 살고 싶었지만 두 가지 재난이 그들의 삶을 위태롭게 했습니다. 하나는 인간과 관련된 전쟁이고 다른 하나는 자연과 관련된 홍수입니다. 상황은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들 중 90퍼센트가 40세 미만이고, 아이들도 많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학교도 없는데 미래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끔찍한 일입니다.” 파롤린 추기경의 벤티우 실향민캠프 방문 내내 추기경을 가까이에서 동행한 마요크 주교는 추기경의 방문이 “말라칼교구를 위한 감동적이고 역사적인 순간이었다”며 “그는 우리 백성을 보호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마요크 주교는 이날이 유니티 주와 벤티우 시 신자들에게 있어 잊을 수 없는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방문으로 잔악행위, 전쟁, 자연재해에 시달리는 신자들은 교회 안에서 신앙을 굳건히 할 것입니다. 파롤린 추기경님의 방문은 이곳에 있는 하느님 백성에 대한 교황님의 친밀함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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