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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식 라자로 추기경 임명자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 임명자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 임명자 “세상의 많은 사제들이 영웅입니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 임명자가 「바티칸 뉴스」와 일문일답을 나누며 아시아 교회의 다양한 측면을 설명했다. 그는 사제가 스스로를 공동체의 아버지일 뿐 아니라 자신이 섬기는 공동체의 아들이자 형제로 느낄 때 성직자 중심주의를 물리칠 수 있다고 말했다.

Deborah Castellano Lubov / 번역 박수현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 임명자가 “전 세계에 영웅적인 사제가 많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바티칸 뉴스」와의 폭넓은 인터뷰에서 추기경 임명을 비롯해 아시아 교회의 사제직, 성소, 신학교 내의 양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안타깝게도 추하고 불쾌한 이야기가 있지만, 아름다운 사제 이야기도 많이 들려줄 수 있습니다.” 또한 그는 훌륭한 사제가 공동체의 “아버지”이기도 하지만 스스로를 공동체의 “아들이자 형제”로 생각한다며, 이들이 교회의 성직자 중심주의와 맞서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교회가 인간적, 영적, 지적으로 성숙한 사제들을 양성할 수 있다면 “우리는 마침내 학대와 기타 잘 알려진 악에 대해 덜 듣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하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 임명자와의 일문일답:

추기경 임명 소식을 접할 당시 무엇을 하고 계셨나요? 당시 심정은 어떠셨나요?

“저는 사목 일정으로 자그레브에 있었고 주일에 친구와 함께 마리아 성지를 방문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휴대폰이 울렸습니다. 그 성지는 매우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통화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친구가 전화로 ‘교황님이 당신을 추기경으로 임명하셨다’고 말하자 저는 ‘교황님이 누구를 임명하셨다고요?’라고 되물었습니다. 한마디로 그 친구는 제 이름이 새 추기경 명단에 올라 있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성 베드로 광장에서 부활 삼종기도가 끝난 지 약 20분이 지난 걸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저는 휴대폰을 끄고 성체 앞에서 기도하고 거룩한 묵주기도를 바쳤습니다. 교회와 교황님, 사제들을 섬기라는 이 새로운 부르심에 잘 응답할 수 있도록 성모님께 도움을 청했습니다. 이어 전화를 다시 켰더니 전화와 문자가 쇄도했습니다. 저는 속으로 ‘나는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교황님이 나를 추기경으로 임명하셨다면 그것은 내가 교회를 더욱 사랑하고, 교황님을 더 잘 보필하고, 세상의 모든 사제와 부제, 신학생들을 위한 하느님의 은총의 도구가 되라는 것을 뜻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추기경은 교황의 가장 가까운 조언자입니다. 이 역할을 어떻게 수행하실 건가요?

“저는 교황님께 조언한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한편으로, 저는 언제나 교황님과의 친교가 매우 아름답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 입장에서 조언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교황님이 제 봉사에서 무엇을 기대하는지 잘 알아듣기 위해 몇 가지 근본적인 물음에서 시작해 교황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려고 노력합니다. ‘오늘날 교회에는 어떤 사제가 필요할까? 어떻게 후보자를 선별해야 할까? 어떻게 그들을 양성해야 할까?’ 저는 이와 관련해 교황님이 직무를 시작하신 후 저희에게 주신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 안에서 매우 분명한 답을 봅니다. 중요한 것은 하느님의 말씀대로 사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하느님의 말씀대로 사는 사람은 그리스도인이요, 말씀대로 살지 않는 사람은 그리스도인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교황님의 회칙 「Fratelli tutti」에서 권고하신 대로 함께 말씀대로 사는 것, 곧 서로 사랑하는 복음적 환경에서 형제와 자매가 되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Predicate evangelium)를 통해 복음화가 무엇보다도 사랑의 증거, 형제애의 증거로 이뤄진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러므로 사제들은 자신들에게 맡겨진 공동체와 함께 시노드 정신으로 살아가는 교회를 현실에서 살아냄으로써 「복음을 선포하여라」의 정신을 가장 먼저 실천에 옮겨야 합니다.”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에 설명된 교황청 개혁은 지난 6월 5일 성령 강림 대축일부터 발효됐습니다. 이것이 일상의 현실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교황으로 선출되시자마자 ‘추기경 평의회’를 설립해 정기적으로 모임을 소집하셨습니다. 제 41차 추기경 평의회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습니다. 평의회의 작업은 단지 소수가 추진하는 작업이 아니라 정확히 새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의 관점에서, 어떤 측면에서는 전체 교회와 관련된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우리 시대의 교회를 위한 ‘길’을 찾기 위해 연구하고, 기도하고, 대화를 나눴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교회가 한 사람 한 사람의 헌신으로 하느님께서 점점 더 바라시는 교회,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 점점 더 믿음직스러운 교회가 되도록 「복음을 선포하여라」의 정신을 잘 살아내는 것이 제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시노드 정신으로 살아가는 교회는 교회의 가장 아름다운 얼굴을 증거합니다.”

성직자부는 사제와 부제를 담당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종종 성직자 중심주의를 규탄하셨는데요, 교황님이 성직자 중심주의와 맞서고자 하는 행동방식과 성향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어떻게 싸울 수 있나요?

“사제는 공동체를 주재하고 공동체와 함께 거룩한 성찬례를 거행합니다. 사제는 공동체의 아버지이며 지도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공동체에 봉사하기 위해 사제직을 제정하셨습니다. 그러므로 공동체 없이는 직무 사제직도 없습니다. 그러나 사제는 같은 빵을 먹고 함께 걷는다는 의미에서 공동체의 아들이자 공동체의 동반자이기도 합니다. 사제의 역할이 절대화되면 성직자 중심주의가 나올 수 있습니다. 반면 훌륭한 사제는 아버지이기는 하지만 스스로를 공동체의 아들이자 형제라고 느낍니다. 그럴 때 사제는 온몸을 다해 공동체를 사랑하고 자기 시간을 모두 내어줄 것이며, 개인적인 열망과 야망을 쫓는 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삼위일체적 삶을 공동체와 함께 살아내는 것입니다.”

세계 여러 지역에서 사제 성소가 감소하는 문제를 우려하시나요?

“그렇습니다. 이 문제를 매우 우려하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국가에서 사제 성소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젊은이들은 좋은 모범을 본받기를 원합니다. 그러한 모범이 부족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므로 그들에게 좋은 모범을 제시하는 게 중요합니다. 다시 말해 복음을 온전하게 살아내는 이들, 하느님은 사랑이시며 하느님과 함께하는 것이 우리의 유일한 선이자 인간 마음의 유일한 참된 행복임을 보여주는 법을 알고 있는 이들의 신뢰할 수 있는 증거 겸 모범 말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신학교 양성 과정이 어떤 도움이 될까요?

“신학교는 사제를 배출하는 공장이 아니라, 예수님의 제자들이 사는 자리이자 그들이 서서히 예수님의 사도가 되는 자리입니다. 그러므로 신학교에서는 무엇보다도 개인 생활과 공동체 생활 모두에서 예수님의 말씀대로 생활해야 합니다. 사실 소규모 신학교에서도 공동체 생활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독신생활이 더 큰 가족을 이루기 위해 인간 가족을 포기하는 것을 뜻한다면, 이러한 인식은 이미 양성 초기에 사제직 후보자의 마음에 생겨나야 하고 또 성장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오셨습니다. 아시아에서 많은 교회들이 사제직에 대한 성소가 꽃피는 것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성소 위기를 가장 많이 느끼는 이들에게 아시아의 현상이 어떤 교훈이 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한국의 그리스도교 역사는 순교자의 역사이며 많은 순교자들이 평신도의 증거를 통해 신앙의 선물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사제 성소가 증가했지만 현재는 감소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비록 교회가 사제 성소와 남녀 봉헌생활에 대한 성소를 증진하고 동반하는 데 매우 헌신하고 있음에도 말입니다. (...)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의 성소를 하느님께서 우리 순교자들을 통해 우리에게 주셨고 계속해서 주시는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순교자의 모범으로 돌아가야 하고 이는 다른 나라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직자부의 장관으로서 오늘날 사제와 그들의 직무에 가장 시급한 도전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사제직은 하느님께서 주신 위대한 선물입니다. 종종 언론은 사제들에 대해 언제나 좋지 않은 소식을 퍼붓곤 합니다. (...) 그러나 저는 영웅적이고 선하고 훌륭한 사제들이 많다는 것을 압니다. 곧, 본당 사제들, 특히 사회에서 소외된 하느님 백성을 섬기는 선교사들 말입니다. 그러므로 사제들이 기쁘게 살도록 격려하는 것이 중요하고 또 필요합니다. 절대 침울한 얼굴이 아니라 입가에 미소를 띠고, 하느님에게서 받은 선물의 아름다움이 얼굴에 드러나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추하고 불쾌한 이야기가 있지만, 아름다운 사제 이야기도 많이 들려줄 수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교회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미성년자를 학대로부터 지키고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하시며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습니다. 이러한 교황님의 노력에 교황청 성직자부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성직자들이 소아성애, 학대 등 미성년자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를 한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엄청난 고통을 느낍니다. 우리가 인간적, 영적, 지적으로 성숙한 사제들을 양성하는 데 성공한다면 한낱 쾌락을 위해 성을 사용하지 않고 미성년자를 학대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대다수의 사제들이 해 왔고 지금도 그러한 것처럼 미성년자들을 존중하고 도울 것입니다. 따라서 관건은 굳건하고 성숙한 사제를 양성하는 일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마침내 학대와 기타 잘 알려진 악에 대해 덜 듣게 되리라고 확신합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교회들이 목격하고 있는 사제 성소 증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대륙마다 상황이 다르겠지만, 사제 없는 교회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모든 백성은 기도로 새로운 사제라는 선물을 간구해야 합니다. 이것이 저의 희망입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머지않아 우리에게 이 은총을 베푸시고 길을 보여주실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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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6월 2022, 0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