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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증후군 청년을 안아주는 프란치스코 교황 다운증후군 청년을 안아주는 프란치스코 교황 

장애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귀 기울이는 시노드

시노달리타스 여정을 걸어가는 시노드 과정에 따라 오는 5월 19일 30명 이상의 장애인에게 귀를 기울이는 만남이 열린다. 이번 만남은 전 세계 곳곳에서 온라인으로 참여하는 장애인들의 의견을 듣고 교회생활 내 장애인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참석자들은 나눔을 마친 뒤 내용을 문서로 작성해 세계주교시노드에 전달할 예정이다. 평신도가정생명부의 장애인 사목부 담당 비토리오 쉘조 씨는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가부장적 태도를 극복하고 장애인의 체험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Marco Guerra / 번역 이재협 신부

“시노달리타스(Sinodalitas) 여정을 걸어가는 시노드를 위한 장애인의 기여”는 교황청 평신도와 가정과 생명에 관한 부서(이하 평신도가정생명부)가 세계주교시노드와 공동으로 마련한 5월 19일 비공개 온라인 만남의 핵심주제다. 전 세계에서 모인 30명 이상의 장애인을 비롯해 평신도가정생명부 책임자와 세계주교시노드 사무처 관계자, 주교회의 대표자, 장애인 사목에 힘쓰는 교회단체 대표자들이 이번 만남에 참석한다. 

단계적 여정

이번 만남은 오는 9월 로마에서 막을 내리는 여정의 첫 번째 ‘단계’다. 평신도가정생명부의 장애인 사목을 담당하는 비토리오 쉘조 씨는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만남의 취지를 설명했다. 쉘조 씨는 장애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교회생활에 기여하는 가치를 강화하는 한편 경청과 토론의 자세를 장려하는 것이 목표라며, 풍요로움을 몰살하는 가부장적 태도의 돌봄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하 쉘조 씨와의 일문일답:

이번 만남의 필요성은 무엇이며, 만남을 통해 기대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만남을 통해 기대하는 바는 시노드 여정 안에서 장애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회칙 「Fratelli tutti」에서 장애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 이들을 위해 목소리를 낼 용기가 필요하다고 분명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이번 만남을 통해 저희가 하려는 일입니다. 내일(5월 19일)이면 전 세계 20개국 이상에서 서른 명이 넘는 장애인들이 온라인으로 만나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여정과 관련해 시노드의 본질적 물음에 대답할 기회를 갖게 될 것입니다. 이번 만남을 통해 교회생활 내에서 장애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기여할 수 있는 바를 정리하고 세계주교시노드에 전달함으로써 시노드 「의안집」(Instrumentum laboris)을 준비하는 데 참고로 삼을 수 있을 것입니다.” 

내일 만남에 참여할 장애인들의 기여와 증거는 무엇인가요?

“우리가 그들에게 귀를 기울인다는 사실 자체로 놀라운 일입니다. 왜냐하면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들이 교회에 무엇을 바라는지, 교회가 더 큰 포용력을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그들의 생각을 알고자 하는 것이 경청이기 때문입니다. 내일 우리는 각자가 처한 다른 상황과 그에 따른 다양한 사연을 듣게 될 것입니다. 예컨대 독일 출신 농아 부제, 다운증후군 청년, 자폐 증상이 있는 사람, 신체 장애만 있는 사람 등이 참석합니다. 이들은 라이베리아, 필리핀, 호주, 이탈리아, 멕시코 등 다양한 지역 출신입니다. 우크라이나 르비우 출신 여성도 있습니다. 그녀는 전쟁과 장애의 연관성을 비롯해 전쟁 때문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장애를 갖게 되는지 말할 예정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내일 수많은 인간사를 접하게 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공통의 담론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곧, 이 사람들이 교회생활에 많은 기여를 한다는 사실을 뜻합니다.”

장애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은 그저 돌봄과 관심의 대상일 뿐 아니라 교회생활의 주역이라는 말씀인가요?

“물론입니다. 교회는 오래 전부터 장애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돕고 그들을 위해 많은 일을 해왔지만, 교황님은 이보다 더 나아가서 우리가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이를 위해 시노드보다 더 좋은 기회가 어디 있을까요? 많은 경우 장애가 있는 사람은 자신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혹은 할 말이 없을 것이라는 편견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비록 쉽게 눈에 띄지는 않더라도, 그들이 드러내고자 힘쓰는 풍요로움이 있습니다. 곧, 살아 있는 신앙입니다. 어쩌면 때론 그것이 감정적인 면에 치중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분명 우리의 여정에 매우 중요한 기여를 합니다. 또한 우리는 장애인을 일방적으로 가르치려 드는 가부장적 태도를 버려야 합니다. 이러한 태도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그저 듣기만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장애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런 인식을 극복하라고 요구합니다.”

가톨릭 교회는 복음을 통해 시각장애를 배웠으며 장애가 있는 많은 성인들의 체험에 이르기까지 오랜 신학 역사와 전통 안에서 장애를 대하는 인식을 정립해 왔습니다. 이는 다른 단체나 공동체가 갖지 못한 인식일 수 있는데요. (…)

“예수님께서는 눈이 멀어 길가에 앉아 있는 이를 고쳐주시며 당신을 따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복음은 육체의 회복에 관심을 두지만 예수님께서는 장애와 함께 살아가는 이들에게 당신을 따르라고 말씀하심으로써 그들을 진정으로 해방하셨습니다. 우리는 내일 만남에서 라이베리아 출신 매튜라는 청년의 사연을 듣게 될 것입니다. 그는 한 수녀회의 도움으로 육체적 병을 치료할 수 있었습니다. 매튜 씨는 현재 아프리카에서 전쟁이나 대인지뢰로 인해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을 돕는 일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그는 그들에게 식량을 지원하고 권리를 되찾도록 변호하는 일을 합니다. 주님을 따르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그는 온전히 나았습니다.”

장애는 모든 사람이 더 독립적이어야 하며 성과를 내야 한다고 요구하는 ‘버리는 사회’ 안에서 상호 의존과 관계의 중요성을 일깨워줍니다. 이는 장애인을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또 하나의 교훈이 될 수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만약 우리가 ‘그 누구도 혼자 구원받을 수 없다’는 말의 의미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 자신의 약점과 장애와 함께 살아가는 장애인,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장애인이야말로 우리의 진정한 스승입니다. 살아가면서 항상 승리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 중요한 사실을 지금 이 순간 깨달아야 합니다. 우리는 혼자 승리할 수 없고, 혼자 구원받을 수 없습니다. 교황님은 이를 수차례 말씀하셨습니다. 이제는 삶을 유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장애인에게 유대는 필수 불가결한 것입니다. 장애인은 도와줄 친구가 없으면 아무데도 갈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는 모든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장애인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인간학적 교훈이 있습니다. 내일의 만남을 통해 이 측면이 부각될 수 있길 기대합니다. 끝으로 저는 내일 만남에서 말하는 이들이 장애인이라는 점, 우리가 그들의 말을 경청한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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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5월 2022, 2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