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드미트로 쿠엘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 함께 전쟁 희생자를 추모하며 헌화하는 폴 리차드 갤러거 대주교 드미트로 쿠엘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 함께 전쟁 희생자를 추모하며 헌화하는 폴 리차드 갤러거 대주교 

갤러거 대주교 “상처 입었으나 용감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평화를 위한 대화가 필요합니다”

우크라이나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교황청 국무원 외무장관 폴 리차드 갤러거 대주교는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교황님과 교황청이 전쟁의 종식을 위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충분히 그럴 여지가 있습니다.” 갤러거 대주교는 “유럽과 전 세계에서 새로운 군비 경쟁이 시작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Stefano Leszczynski / 번역 이재협 신부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정말로 많은 상처를 입었지만, 동시에 매우 굳건하고 결연하게 이 위기를 견뎌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이 위대한 국민들이 겪는 큰 고통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 정치·외교적 대화를 통해 전쟁을 종식하려는 노력을 다시금 새롭게 해야 합니다.” 우크라이나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교황청 국무원 외무장관 폴 리차드 갤러거(Paul Richard Gallagher) 대주교는 우크라이나 방문 여정을 돌아보며 「바티칸 뉴스」와 일문일답을 나눴다.

이하 갤러거 대주교와의 일문일답:

대주교님은 3일 간의 빡빡한 일정으로 우크라이나 방문을 마무리하셨습니다. 이번 방문의 결과에 대한 소감과 결론은 무엇인가요?

“무엇보다 저는 이번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도록 보살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모든 것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도록 힘써준 모든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폴란드 교회 및 정부 당국자들은 크라쿠프에서부터 우크라이나 국경까지 저희와 동행했습니다. 우크라이나 가톨릭 교회와 그리스 동방 가톨릭 교회, 우크라이나 정부는 다방면으로 저희를 도왔습니다. 아울러 많은 도움을 준 주 우크라이나 교황대사 비스발다스 쿨보카스(Visvaldas Kulbokas) 대주교님과 대사관 직원들에게도 특별한 감사를 전합니다. 이처럼 많은 도움 안에서 저희는 안전하게 이동하고, 상황을 파악하며,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차원에서 이번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어 매우 기쁩니다. 저는 이번 방문이 교황님과 교황청의 관심과 우려를 표명하는 기회이자 전쟁의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과 정부 당국, 지역 교회를 만날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여러 관계자들을 통해 이 비상시국에 우크라이나에서 교회가 전개하고 있는 위대한 활동, 나아가 인도주의적 지원과 주민들을 위한 영적 돌봄에 관한 활동을 보고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교황님은 분명 이에 관한 소식을 듣고 기뻐하실 것입니다.”

대주교님은 르비우를 출발해 키이우에 도착하기까지 우크라이나를 횡단하셨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시고, 작은 일에 있어서도 사소한 행동으로 서로를 돕는 영웅적 증언을 들으셨으며, 고통받는 많은 이들을 직접 만나셨습니다. (…)

“그렇습니다. 각자의 나라에서 편안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최근 몇 달 동안 전쟁의 참화 속에 살아가는 삶과 고통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급하게 모든 것을 남겨 놓고 집을 떠나야 했습니다. 가족을 비롯한 소중한 이들의 소식을 알 수 없어 불안에 떨며 살아가는 이들도 있습니다. 저희는 또한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만났습니다. 르비우에 위치한 베네딕토 수도원에는 여전히 공포에 사로잡힌 가족들과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저희는 이렇게 고통을 겪는 우크라이나 주민들을 만났습니다. 전쟁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습니다. 동유럽이든 서유럽이든 마찬가지입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이 충격은 너무나 큽니다. 이들은 불안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면서도, 용기를 내어 계속 앞으로 나아갈 힘을 구하고 있습니다. 어떨 때는 자신의 슬픈 감정을 숨기면서까지 서로를 격려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정말로 많은 상처를 입었지만, 동시에 매우 굳건하고 결연하게 이 위기를 견뎌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이 위대한 국민들이 겪는 큰 고통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우크라이나 국민이 지닌 위대한 문화의 다양성과 풍요로움은 그들의 종교적 다양성과 풍요로움에도 반영됩니다. 향후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교회 일치 정신은 얼마나 큰 중요성을 갖나요?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교회 일치 정신은 본질적 중요성을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교회 일치를 이룬 몇몇 국가들에서도, 특히 이 시기에 서로에 대한 분노나 적대감이 생겨나려는 위협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모든 이가 우크라이나 국가의 통합, 우크라이나 정치권의 합치, 그리스도인들의 일치, 가톨릭 교회의 일치, 다른 종교와의 일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결심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각자의 영적 보화와 이 순간 하느님께서 내려 주시는 은총을 잘 활용하고 일치를 위한 이 같은 마음가짐이 시련이나 다툼 중에도 약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이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지금 이 시기는 역사 안에서 오해와 시련이 드러나는 때이기도 하지만, 이를 극복하는 때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대주교님은 우크라이나 정부 기관의 여러 고위급 인사들과 만나셨습니다. 미래의 평화를 위한 대화의 길을 열기 위한 가능성이 있는가 하는 문제도 다루셨는데요. 그들과의 만남에서 평화를 위한 대화의 가능성을 발견하셨나요?

“제가 무엇보다 주목한 점은 저와 교황청 관계자들의 이번 우크라이나 방문이 큰 환대를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저희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님과의 약속을 간직하고 있었고, 그렇게 이곳에 왔습니다. 그리고 이곳의 모든 이들은 교황님이 일반알현, 삼종기도, 각종 인터뷰에서 하신 말씀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교황님 안에서 고통을 겪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맥박이 뛰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교황님과 교황청이 전쟁의 종식을 위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충분히 그럴 여지가 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님은 지속되는 전쟁 앞에서 결국 외교를 통해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쟁의 관련국들은 협상 테이블 앞에 모여 앉아야 합니다. 그들은 이미 대화를 시도했지만, 정치·외교적 대화를 통해 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노력을 다시금 새롭게 해야 합니다.”

대주교님, 정치·외교적 대화는 고위급 인사들 사이에서 이뤄집니다. 반면 인도적 차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대주교님은 직접 만나신 사람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통해 인도적 차원을 경험하셨습니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 정교회의 한 신부님은 부차에서 일어난 참혹한 학살에 대한 체험을 이야기했고, 대사님은 폭격 당시의 개인적인 심경을 전하며 무너진 집에서 되찾은 물건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대주교님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매우 가슴 아파하셨습니다. 전쟁이 끝난 뒤 회복을 위한 여정을 보장하기 위해 이러한 인도적 차원의 마음을 우크라이나 국민들 안에 어떻게 다시 일깨울 수 있을까요?

“말씀하신 것처럼 우크라이나 국민은 매우 끔찍한 시간을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습니다. 저는 부차에서 만난 정교회 신부님의 용기에 매우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신부님은 끔찍한 학살이 자행되고 도처에 시신이 널려 있던 그날, 길 위의 시신들을 묻어줄 수 있도록 요청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상황이 조금 나아진 것처럼 보이는 장소들이 있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상처가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미약하지만 저희가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도움과 용기를 주기 위해 이곳으로 온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우리 인간만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정말로 도움이 필요할 때, 우리는 우리의 상처를 낫게 하시는 예수님과의 만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크라이나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 정원에 있던 마리아 막달레나의 여정을 함께 걸어야 합니다. 우리가 사람을 바라볼 때, 위대한 인도주의적 연대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큰 믿음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 부활시기에 믿음의 시련을 통해 우크라이나 국민이 가톨릭, 정교회, 개신교, 유다교, 그 밖의 여러 종교 전통에 관계없이 부활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주변국들에 거는 우크라이나의 기대는 여전히 고려해야 할 문제 중 하나입니다. 대주교님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에 대한 유럽의 관심에 많은 고마움을 표하는 인사를 받으셨습니다. 하지만 관심이 줄어들기도 했습니다. 우크라이나에 실질적으로 도착하는 지원도 줄어들었고요. 우크라이나 국민을 돕기 위해 어떤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요? 대주교님은 어떤 방법을 제안하시나요?

“어떤 종류의 지원을 보내든 특별한 수고가 필요합니다. 저희는 세계 곳곳에서 이런 노력을 목격했습니다. 그런데 매우 긴 시간 동안 관심, 호의, 연대를 유지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어디에서나 마찬가집니다. 제 생각에 지금 해야 할 일은, 이미 하고 있지만 더 강화해야 하는 일입니다. 곧, 당국, 시민단체, 교회와 접촉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입니다. 그들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서 말이죠. 외무장관님, 대통령 비서실장님, 국무총리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매우 인상 깊었던 점은 ‘계속 연락을 취합시다, 자주 연락합시다’라고 말씀하시는 점이었습니다. 세계는, 특히 유럽은 우크라이나와 관련된 일에 매우 관대했습니다. 폴란드와 폴란드 교회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증언을 많이 들었습니다. 전쟁이라는 거대한 도전 앞에서 느끼는 외로움을 함께 해줬다고요. 이렇듯 국제사회는 모든 차원에서 지금 이 순간 우크라이나를 향해 가까이 다가가야 합니다.” 

서방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논의가 군비 조달이나 다른 형태의 지원에 대한 논쟁으로 귀결된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대주교님은 전쟁의 종식을 목표로 화해에 이르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주민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이며, 전쟁 상황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안타깝게도 평화를 먼저 말하고 화해를 언급하는 것은 지금으로선 분명 너무 이른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저희에게 현안을 분명히 알고 있고, 인간적 가치와 그리스도교의 가치를 깊이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국민은 최근 몇 달 동안 너무 많은 고통을 겪었습니다. 따라서 평화와 화해를 언급하는 것은 너무 이릅니다. 우크라이나는 먼저 자주방어를 해야 하고, 이를 위해 군사적 도움을 비롯한 지원을 받아야 합니다. 교황청은 언제나 유럽과 전 세계에서 새로운 군비 경쟁이 시작되지 않도록 일정한 균형 관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평화를 증진하기 위한 모든 시도에 우크라이나가 반드시 포함돼야 합니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에는 출처를 밝혀주시고, 임의 편집/변형하지 마십시오)

22 5월 2022, 2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