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평화, 파롤린 추기경 “기도는 부질없는 일이 아니라 마음과 생각을 바꿀 수 있다”
Amedeo Lomonaco / 번역 이정숙
3월 16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교황청 국무원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주례하고 교황청 주재 대사들과 외교관들이 참례한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한 미사가 거행됐다. 이 미사에서 예수님의 산상설교 때 말씀이 울려 퍼졌다.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마태 5,9). 파롤린 추기경은 이날 강론에서 평화가 “하느님 당신의 특성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오늘 저녁 우크라이나에 평화의 선물을 하느님께 간청하고 선의의 모든 이가 평화를 이루는 이가 되도록 도와달라고 하느님께 간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파롤린 추기경은 우크라이나의 비극을 언급하면서 지난 3월 6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순 제1주일 삼종기도 중에 “그것은 단순한 군사작전이 아니라 죽음과 파괴와 불행을 낳는 전쟁”이라고 한 말을 인용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는 오직 기도와 평화를 통해 진정으로 이겨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가 평화를 위한 기도를 바치려고 이 자리에 모인 까닭은 기도가 결코 부질없는 일이 아니라 인간적으로 가장 절망적인 상황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주님의 약속에 따라 기도로 우리 마음과 생각을 바꿀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는 에제키엘 예언자를 통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에게 새 마음을 주고 너희 안에 새 영을 넣어 주겠다. 너희 몸에서 돌로 된 마음을 치우고, 살로 된 마음을 넣어 주겠다’(에제 36,26).”
십자가를 통해 빛으로
파롤린 추기경은 하느님의 영광이 “십자가를 통한 것”인 반면, 인간의 영광은 “세속적인 성공과 권세를 추구하는 것”이라며 “말씀으로 깨달음을” 얻으라고 권고했다. 이어 “이 영광에 대한 이중개념에서 전 세계의 역사가 펼쳐진다”고 설명했다. “하나는 죽음, 공허, 허무로 이끄는 영광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반대임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다른 하나는 실패와 패배처럼 보이지만 부활과 생명으로 이끄는 영광입니다. 십자가를 통해 빛으로(Per crucem ad lucem), 영광으로 나아갑니다.”
하느님께서 가르쳐주시는 평화
파롤린 추기경은 강론에서 모든 사람의 마음, 특히 전쟁으로 굳어진 마음에 도전적인 질문을 던졌다.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가 예수님의 말씀을 진실로 실천한다면 세상의 모든 분쟁이 차츰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우리 주님의 초대에 좀 더 귀를 기울인다면 그들이 무기를 내려놓을 것이라고, 아니, 무기를 생산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파롤린 추기경은 하느님의 위대함이 “본질적으로 섬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주시는 평화는 서로를 노예로 삼고 싸우는 게 아니라 서로 섬기고, 서로 도움이 되며, 서로 자유롭게 하고 함께 성장함으로써 서로가 서로를 존재하게 하는 것입니다.”
평화를 건설하는 조건
파롤린 추기경은 하느님의 영광이 “억압하는 게 아니라 정반대”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 영광은 “참으로 세상을 아름다움과 선함으로 채우며, 생명을 주고 평화를 건설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성 요한 23세 교황이 회칙 「지상의 평화」(Pacem in terris)에서 평화 건설을 위한 네 가지 기본 조건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진리 존중, 정의를 향한 긴장, 폭력적 수단을 피하는 형제적 사랑, 온갖 숨막히는 강요를 배제하는 자유입니다.”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파롤린 추기경은 평화가 주님의 유산이라고 말했다. 예수님께서는 “창조주와 모든 인간을 화해시키시려고 십자가 위에서 당신의 생명을 바치시기 전” 최후의 만찬에서 사도들과 우리 모두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도, 겁을 내는 일도 없도록 하여라”(요한 14,27).
“평화는 주님의 유산입니다. 이러한 까닭에 예수님의 제자들은 결코 희망을 잃지 않습니다. (...) 그리스도의 평화를 진실로 사랑하는 이, 숱한 장애와 무수한 반대에도 평화를 증거하는 이, 참된 평화가 도래하도록 날마다 주님께 간청하는 이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적어도 더 자비롭고 더 인간적으로 만드는 데 효과적으로 기여합니다.”
예수님, 우리가 평화를 건설하도록 도와주소서
파롤린 추기경은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부서진 마음으로” 하느님께 돌아오라고 권고했다. 아울러 교황의 호소를 반복했다. “무기를 내려놓으십시오! 하느님께서는 평화를 위해 일하는 이들과 함께하시지, 폭력을 행사하는 이들과 함께하시지 않습니다.” 파롤린 추기경은 온 세상을 아우르는 청원의 기도를 드리며 강론을 마쳤다. “평화의 왕 주 예수님, 당신께 부르짖는 당신의 자녀들을 보소서. 평화를 건설하도록 우리를 도와주소서. 악에서 우리의 혀를 지켜주시고, 거짓에서 우리의 입술을 보호하소서.”
러시아어와 우크라이나어로 바치는 기도
강론 후 보편 지향 기도를 통해 다양한 언어로 평화 증진과 전쟁의 결과로 고통받는 모든 이의 보호를 위해 기도했다. 러시아어는 “국가 위정자들을 위해” 기도했다. “역사의 주님, 공동선을 건설하려는 위정자들의 노력을 지지하시어 그들이 용감하게 화합과 평화를 구하게 하소서.” 우크라이나어 기도는 “전쟁의 시련을 겪는 이들, 특히 희생자와 부상자, 집을 잃은 이, 실향민, 어린이, 노인과 홀로 남은 이들”을 위해 “주님께서 그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주시길” 청했다. 폴란드어는 “평화와 형제적 공존을 위해 헌신하는 선의의 모든 이, 특히 난민들에게 도움과 위안을 주려고 노력하는 모든 이”를 위해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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