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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병자의 날... 산드리 추기경,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가르침을 떠올리다

제30차 세계 병자의 날(2월 11일)을 하루 앞두고 공개된 르포 영상에서 교황청 동방교회성 장관 레오나르도 산드리 추기경은 지난 1992년 세계 병자의 날을 제정한 인물이자 자신의 삶에서 가장 힘겨운 순간을 봉헌했던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모범에 대해 말했다.

Eugenio Bonanata, Giovanni Orsenigo / 번역 이정숙

“그분은 인간 실존의 이런 힘겨운 순간을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지 우리 모두에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교황청 동방교회성 장관 레오나르도 산드리(Leonardo Sandri) 추기경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교황 재위 말기에 보여준 고통을 떠올리며 이 같이 말했다. 산드리 추기경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재위 당시 교황청 국무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당시 일간지 「일조르날레」(il Giornale)의 바티칸 전문가였으며 지금은 교황청 홍보를 위한 부서 편집주간으로 재직하고 있는 안드레아 토르니엘리(Andrea Tornielli)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분은 카메라를 피하지 않으셨습니다. 그것이 끝까지 복음을 살아내는 그분의 방식이었습니다.”

가톨릭 방송 네트워크 텔레파체(Telepace)는 ‘바티칸 미디어’ 기록보관소 자료를 기반으로 르포(reportage) 영상을 제작했다. 제30차 세계 병자의 날을 하루 앞두고 공개된 르포 영상에서 산드리 추기경과 토르니엘리는 각각의 체험을 공유했다. 영상은 지난 1992년 제1차 세계 병자의 날을 지내기 시작한 때부터 1993년 2월 11일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에 세계 병자의 날을 거행하는 장면까지 보여준다. 

당시 로마교구 총대리였던 카밀로 루이니(Camillo Ruini) 추기경이 주례한 미사의 말미에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그리스도교의 심장인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우리와 루르드 성지 광장에 모인 많은 사람들을 연결하는 이상적인 다리”라고 말했다. “믿음에 기초한 영적 유대입니다. 이 믿음은 동정 마리아의 전구로 유지됩니다.”

십자가의 길과 십자가 포옹

오늘날에 비해 고화질도 아니고 높은 품질을 자랑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때 이미 자신이 파킨슨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았던 사랑스러운 교황을 다시 보면 여전히 가슴이 벅차오른다. 산드리 추기경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고통의 이미지는 분명 선종하기 전 마지막으로 바치신 십자가의 길의 이미지”라고 강조했다. “기관절개수술의 흉터를 보이지 않게 하려면 카메라를 등지고 있어야 했습니다. 그분은 바티칸에서 팔로 십자가를 안고 성금요일 십자가의 길을 함께하셨습니다. 십자가의 길에서 예수님께서는 세상을 구원하시려고 당신 자신을 아버지께 바치셨습니다. 우리도 모두 삶으로 그렇게 해야 합니다.” 

산드리 추기경은 로마 교황청의 여러 관료들이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고통받는 것을 보고 그가 사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특별히 연로하고 육체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볼 때 다르게 생각했다. “아마도 그들에게 있어서 교황님은 고통 속에서도 완전함과 존엄성을 보여주는 모범이었을 것입니다.” 토르니엘리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때때로 논쟁적인 어조로 직접 자기 자신을 보여주는 순간에 기자들이 주목했다고 말했다. “그것은 그분의 용감하고 개인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아무나 자신의 고통받는 모습을 공유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분은 약하고 고통받는 자기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고 끝까지 십자가에 머무는 것이 복음을 증거하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확신하셨습니다.” 

소리 없는 복음 선포

르포 영상은 제멜리 병원에서 기관절개수술을 받은 후 바티칸으로 돌아오는 마지막 여정을 보여준다. 당시 바티칸 텔레비전 방송국의 관계자가 교황전용차에 동승했기 때문에 우리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시점을 따라갈 수 있다. 토르니엘리는 “교황전용차는 교황에게 인사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로 가득 찬 로마의 거리를 천천히 가로질러 나갔다”고 말했다. 신자들과 기자들은 교황이 발성 연습을 통해 목소리를 회복할 것이라 희망하면서 그와 영적으로 가까이 있었다. 

성지주일 삼종기도를 위해 교황청 사도궁 도서관 창문에서 성 베드로 광장을 내려보며 말이 나오지 않아 손으로 독서대를 치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여러 차례에 걸쳐 산드리 추기경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연설문을 대독해야 했다. 교황의 선종 소식을 세상에 알린 사람도 산드로 추기경이다. 산드로 추기경은 그 선종 소식이 임종과정에 있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이미지와 관련된다고 말했다. “저는 그분의 발을 보며, ‘복음과 평화를 선포하는 이의 발은 복되다’라고 되뇌면서 그 모습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저는 그 발이 복음, 역사, 인류의 여정에 자기 자신의 삶을 바친 인물의 종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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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2월 2022, 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