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개인적인 고백
ANDREA TORNIELLI / 번역 이재협 신부
약속대로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는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으로서 말했다. 비록 몸은 서서히 쇠약해지고 목소리는 미미할지라도 명료한 정신의 소유자인 95세의 그리스도인은 생의 끝자락에서 다시 한번 여러 의혹과 논쟁의 중심에 섰다. 짧지만 진심이 담긴 그의 서한은 신앙에 대한 심오한 시선에서 나온 것이다. 요제프 라칭거(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의 본명)는 매일 미사의 참회예식에서 자신의 개인적이고 감동적인 “고백”의 영감을 얻었다. 모든 미사의 시작 부분에서 주례자와 참석자들은 “제 탓이오, 제 탓이오, 저의 큰 탓(grandissima colpa)이옵니다”를 반복한다. 이는 우리가 죄인임을 인식하고 더 나아가 자비와 용서를 구해야 하는 존재임을 깨닫는 일이다. 이러한 “참회”의 태도는 교회를 세속적인 권력으로 여기는 승리지상주의 혹은 교회 생활을 조직, 구조, 전략으로 축소시키는 사업가적 방식과 거리가 멀다. 또한 자신의 잘못을 성찰하기보다 항상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매우 팽배한 태도와도 거리가 멀다.
요제프 라칭거는 새 천년기의 시작 무렵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으로서 성직자들의 성 학대 문제에 맞서 싸웠다. 교황 재임 시기엔 이 끔찍한 상처에 대항하는 매우 엄격한 법률을 반포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서한에서 이와 관련한 그 어떤 사실도 언급하거나 강조하지 않았다.
성 학대 범죄에 대한 뮌헨 조사보고서가 공개된 후 전임교황은 자신의 일상을 이번에 발생한 사건에 대한 “양심성찰”과 “개인적 숙고”의 시간으로 삼았다. 전임교황은 지난날 성 학대 피해자들과의 만남에서 “중대한 잘못(grandissima colpa)의 결과들”을 두 눈으로 들여다봤다며 “우리가 너무 자주 그래왔고 여전히 그렇게 행동하고 있듯이, 이 문제를 소홀히 하거나 그에 걸맞은 필수적인 결단력과 책임감으로 이에 맞서지 못할 때마다 우리도 이 중대한 잘못(grandissima colpa)에 말려들게 된다”는 사실을 배웠다고도 말했다. 그는 이 문제를 “매우 수치스럽고 고통스러운 일”이라 부르며, 특히 그가 교구장직과 교황직을 수행하는 동안 독일과 로마에서 발생한 성 학대 사건을 비롯해 모든 성 학대와 관련한 잘못에 “진심 어린 용서”를 구했다. 예수님께서 홀로 죄의 심연 앞에서 기도하시며 피땀을 흘리시는 동안 올리브산에서 잠들어버린 제자들처럼, 오늘날까지도 이 현상을 과소평가하는 사람들, 곧 잠들어버린 이들의 모습에 응답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그는 서한에서 말했다. 또한 전임교황은 “형제자매들”에게 자신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청했다.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이 서한을 통해 건네는 이야기는 자비이신 하느님과의 만남이 가까워졌음을 깨달은 쇠약한 노인의 이야기다. 그것은 구체적인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진심 어린 용서를 구하는 동시에, 성 학대 문제로 피 흘리는 그 상처를 전체 교회가 자신들의 상처로 받아들이길 당부하는 “주님의 포도밭에서 일하는 겸허한 일꾼”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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