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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뮌헨-프라이징대교구 주교좌 성당 전경 독일 뮌헨-프라이징대교구 주교좌 성당 전경  사설

뮌헨 조사보고서 그리고 성 학대에 대한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의 분투

독일 뮌헨-프라이징대교구의 의뢰를 받아 진행된 성 학대 범죄에 대한 조사 결과가 공개된 후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이 뮌헨-프라이징대교구장으로 재직했던 시기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미성년자 성 학대에 대한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의 분투를 비롯해 교황 재위 기간 동안 성 학대 피해자들을 만나 용서를 구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그의 모습을 기억해야 한다.

ANDREA TORNIELLI / 번역 김호열 신부

독일 뮌헨-프라이징대교구의 의뢰로 진행된 성 학대 범죄 조사보고서를 공개하는 기자회견에서 사용된 표현들과 요제프 라칭거(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의 세속명) 추기경이 뮌헨-프라이징대교구장으로 재직했던 시기에 해당하는 72쪽에 달하는 조사보고서의 내용이 지난 한 주 동안 언론을 장식하면서 강한 비난의 목소리도 나왔다. 독일 뮌헨-프라이징대교구의 의뢰를 받은 법무법인은 미하엘 폰 파울하버(Michael von Faulhaber) 추기경이 교구장으로 재직할 때부터 현 교구장인 라인하르트 마르크스(Reinhard Marx) 추기경의 재직 기간에 이르는 오랜 시간 동안 성직자들에 의한 미성년자 성 학대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은 자신의 협력자들의 도움을 받아 법무법인의 조사에 성실히 임했으며, 뮌헨-프라이징대교구 기록보관소의 문서를 검토한 다음 82쪽에 달하는 답변서를 법무법인에 제출했다. 조사보고서가 공개되자 예상대로 라칭거 추기경이 4년 반 동안 뮌헨-프라이징대교구의 교구장으로 재직했던 기간에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의혹제기 내용 중 일부는 이미 10년 전부터 알려진 것으로, 주요 국제 언론에 벌써 보도된 것들이다. 현재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에게 제기된 의혹은 네 가지다. 전임교황의 개인비서 게오르그 겐스바인(Georg Gänswein) 대주교는 전임교황이 조사보고서 검토를 마친 후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는 동안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이 한결같이 보여준 행보처럼 이 같은 범죄에 대해 강력히 단죄하는 한편, 그의 교황 재임 이후 최근 몇 년 동안 성 학대에 대한 교회의 대응을 되짚어 볼 수 있다.

미성년자 성 학대는 끔찍한 범죄다. 성직자들에 의한 미성년자 성 학대는 어쩌면 훨씬 더 역겨운 범죄라고 베네딕토 16세 교황과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힘주어 말해왔다. 미성년자 성 학대는 하느님 앞에서 복수를 부르짖게 하는 죄악이다. 신앙 안에서 가르침을 받도록 부모가 어린아이들을 맡겼던 바로 그 사제나 수도자들로부터 아이들은 학대를 당했다. 이 아이들이 양의 탈을 쓴 성범죄자들의 희생양이 되는 건 용납되지 않는다. 이를 두고 예수님께서는 다음과 같은 가장 웅변적인 말씀을 남기셨다.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죄짓게 하는 자는, 연자매를 목에 걸고 바다에 던져지는 편이 오히려 낫다”(마르 9,42).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긴밀한 협력자였던 라칭거 추기경이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으로 재직할 당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재위 말기에 드러난 미성년자 성 학대 현상과 싸워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라칭거 추기경이 교황으로 선출된 후에도 가해 성직자들을 처벌하기 위한 매우 엄격한 규범을 반포하고, 소아성애 퇴치를 위한 실질적인 특별법을 제정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게다가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은 미성년자 성 학대 현상에 대처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사고방식의 변화가 시급하다는 것을 자신의 구체적인 모범으로 보여줬다. 곧, 성 학대 피해자들을 만나 용서를 구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그들 가까이에 있고자 노력했다는 점이다. 너무나 오랫동안 성 학대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은 환대를 받거나 치유의 길로 들어서야 할 상처 입은 사람으로 간주되기는커녕 교회로부터 배척을 받았다. 불행하게도 그들은 소외돼 왔고, 심지어 자주 교회와 교회의 명성에 해를 끼치는 “원수”로 지목되기까지 했다.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은 사도 순방 중 수차례에 걸쳐 성 학대 피해자들을 만난 첫 번째 교황이다. 그는 수많은 자칭 “라칭거주의자들”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아일랜드와 독일에서 몰아치는 스캔들의 폭풍우 속에서도 용서를 구하며 자신을 낮추는 교회, 당혹감과 후회, 고통과 연민, 친밀감을 느끼며 참회하는 교회의 얼굴을 제시했다.

바로 이 참회의 모습에서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이 전하는 메시지의 핵심이 드러난다. 교회는 기업이 아니다. 교회는 좋은 관행으로만 구원되는 게 아니다. 비록 필수불가결할지라도 엄격하고 효과적인 규범의 적용으로만 구원되는 것도 아니다. 교회는 용서와 도움과 구원을 청해야 한다. 교회는 자신에게 이러한 것들을 줄 수 있는 유일하신 분께, 언제나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 편에 서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분께 청해야 한다.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은 지난 2010년 5월 사도 순방을 위해 리스본으로 향하던 전세기 안에서 “교회의 고통은 교회 내부에서, 교회 안에 존재하는 죄에서 나온다”고 밝혔다. “우리는 항상 이를 알고 있었지만, 이제는 정말 끔찍한 방식으로 보고 있습니다. 교회를 향한 가장 큰 박해는 외부의 원수에게서 비롯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 안에 존재하는 죄에서 비롯합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참회하는 법을 다시 배우고, 정화가 필요함을 받아들이며, 한편으로는 용서를 구하는 법을 배우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하지만 용서가 정의를 대신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 성직자 소아성애의 상처에 맞선 싸움에 있어 구체적인 행동에 앞서고 또한 뒤따르는 말이다. 이 모든 것은 잊히거나 지워질 수 없다.

뮌헨-프라이징대교구의 조사보고서 내용이 사법 조사나 최종 판결은 아니지만, 희생양을 찾는 마녀사냥의 도구나 심리 없는 판결로 전락하지 않는다면 교회 내 소아성애 퇴치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러한 위험을 피해야만 진실 안에서 정의를 찾고 과거의 잘못에 대한 집단적 양심성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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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1월 2022, 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