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국무원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교황청 국무원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파롤린 추기경 “구술서는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한 것, 법안 막으려는 의도 아냐”

교황청 국무원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최근 교황청이 이탈리아 정부에 전달한 구술서(Nota verbale)와 관련한 논쟁에 대해 입장을 표명했다. “교황청의 입장은 자신의 성적 지향 등의 이유로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모든 형태의 편견과 증오의 태도에 반대하는 것입니다. 교황청이 우려하는 바는 법안을 둘러싼 해석에 관한 문제입니다.”

ANDREA TORNIELLI / 번역 이재협 신부

교황청의 구술서(Nota verbale)는 성소수자 혐오 반대 법안 심의를 중지하라는 요청이 전혀 아니며, 이탈리아 의회의 작업에 부당한 압력을 가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다만 심의 중에 있는 법안의 몇몇 조항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에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이탈리아 정부에 구술서를 전달한 것은 통상적인 외교 채널을 통한 의사표현이다. 이는 교황청 국무원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밝힌 입장의 골자다. 교황청이 이탈리아 정부에 전달한 구술서의 몇몇 문장이 언론의 관심사가 됐을 당시, 파롤린 추기경은 멕시코를 방문하고 있었다. 로마로 돌아온 파롤린 추기경은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구술서를 전달한 과정과 의도를 설명했다. 

이하 파롤린 추기경과의 일문일답:

추기경님은 이런 반응을 예상하셨나요?

“저는 주 교황청 이탈리아 대사관에 구술서를 전달하는 것을 승인했고, 당연히 이에 대한 반응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구술서는 외교 채널을 통한 정부간 의사소통을 위해 전달된 내부 문서입니다. 교황청 측이 우려하고 있는 몇몇 부분을 소통하기 위한 의도로 기획하고 작성한 문서일 뿐 공개를 위해 작성한 문서가 아닙니다.”

교황청이 ‘성소수자 혐오 반대 법안’에 대해 본질적으로 우려하는 바는 어떤 부분인가요?

“저는 먼저 이번 구술서가 어떠한 방식으로도 정부의 법안을 막으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자 합니다. 교황청은 개인의 성적 지향은 물론, 출신이나 종교를 이유로 사람에게 가해지는 모든 형태의 편견과 증오의 태도를 반대합니다. 다만 저희가 우려하는 것은 모호하고 불분명한 내용을 담은 법안이 채택됨으로써 야기될 해석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명확하지 않은 법안은 무엇이 범죄이고 무엇이 범죄가 아닌지 판결해야 하는 순간에 해석상의 문제를 야기하고, 판사에게는 판결에 필요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합니다. 차별에 대한 개념은 내용상으로 너무 모호합니다. 적절한 세부 규정이 없다면 다양한 행동을 하나의 행위로 치부해버릴 위험이 있습니다. 곧 남녀를 구별하는 모든 행동이 범죄로 치부될 위험이 있죠. 이는 법안이 스스로 모순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결과가 될 수 있으며, 시간이 있을 때 이런 결과에 이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교황청의 생각입니다. 규정은 형벌의 수위를 결정하기 때문에 명확한 판결이 특히 중요합니다. 따라서 법률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무엇이 허용되고 무엇이 금지되는지 명확히 결정해야 합니다.”

이번 교황청의 구술서는 아직 논의 중인 법안에 대한 “섣부른(preventivo)” 개입이 아니냐는 부정적 평가가 있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법안이 채택되기에 ‘앞서(preventivo)’ 의견을 전달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는 너무 늦기 전에 문제점을 제기하기 위함입니다. 법안은 이미 하원에서 통과됐고, 상원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있습니다. 사후 개입, 곧 법안이 채택된 후에 표명하는 의사표현은 너무 늦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오히려 교황청이 침묵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사안이 협의의 대상이 되는 문제일 경우 더욱 그러합니다.”

교황청의 입장 표명이 불필요한 간섭이라는 평가들이 있는데요. (…)

“불필요한 간섭이 아닙니다. 드라기 총리가 말씀하신 것처럼 이탈리아는 세속 국가이지 종교 국가가 아닙니다. 이탈리아가 세속 국가이며 의회의 결정을 통해 통치된다는 총리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구술서라는 방식을 이용해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구술서는 외교관계에서 대화를 위한 공식적인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저는 이탈리아의 법률 체계가 헌법의 원칙과 국제적 책무를 존중하도록 보장한다는 총리의 말씀을 존중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조약은 지켜져야 한다’는 본질적 원칙이 효력을 발휘합니다. 이런 배경에서 구술서는 교황청과 이탈리아가 맺은 (라테라노) 조약의 주요 조항들을 상기하는 것으로 그 역할의 한계를 설정했습니다. 조약의 내용들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교황청은 진실한 협력적 관계 안에서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교황청과 이탈리아가 그동안 맺어 왔고 지금도 맺고 있는 우정의 관계 안에서 말입니다. 저는 또한 법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조약 내용이 명확하게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구술서는 간과해선 안 될 바로 그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 것입니다. 일부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바와 마찬가지로 표현의 자유라는 주제는 가톨릭 신자들에게만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관련된 문제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표현의 자유를 양심의 지성소라고 정의한 것처럼 말입니다.”

교황청은 입장을 밝혔는데 이탈리아 주교회의는 왜 입장 표명이 없나요? 시각의 차이가 있기 때문인가요?

“이탈리아 주교회의는 이의 제기를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 했습니다. 주교회의는 두 차례나 제안서를 전달했고, 이탈리아의 가톨릭 일간지 「아베니레」(Avvenire)도 수차례 관련 논쟁을 보도했습니다. 이탈리아 주교회의는 지속적으로 견해와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법안을 막으려고 시도하지 않았으며 수정을 제안했을 뿐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교황청의 구술서 또한 법안의 수정을 요청하면서 끝맺었습니다. 논의는 언제나 합법적입니다.”

이날 저녁 파롤린 추기경은 비테르보 지역의 몬테피아스코네에서 열린 제1회 통합 생태 축제의 한 켠에서 몇몇 기자들을 만나 ‘성소수자 혐오 반대 법안’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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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6월 2021, 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