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 의장 리노 피시켈라 대주교 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 의장 리노 피시켈라 대주교 

피시켈라 대주교 “여성 폭력은 야만적인 형태의 가난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 공보실을 통해 오는 11월 14일 지낼 제5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위한 담화를 발표했다. 올해도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계획들이 마련돼 있다. 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 의장 리노 피시켈라 대주교는 인구과잉이 가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이념적 이론을 언급했다.

Salvatore Cernuzio / 번역 박수현

식량과 기본 생필품의 부족, 보건 불안정성 외에도 과소평가하면 안 되는 또 다른 형태의 가난이 있다. 바로 여성에 대한 폭력이다. 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 의장 리노 피시켈라(Rino Fisichella) 대주교는 여성에 대한 폭력 현상을 가리켜 “여성들의 세상을 진정한 가난의 무대로 만드는 야만”이라고 비난했다. 아울러 피시켈라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11월 14일 지낼 제5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맞아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미사를 주례할 것이라고 전했다. 제5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위한 교황 담화는 6월 14일 교황청 공보실을 통해 공개됐다. 

여전한 불평등과 존엄성 결여

“여성에 대한 일상의 폭력 사건에 직면하여, 우리는 여성들의 세상을 진정한 가난의 무대로 만드는 이 야만적 행위를 비난하는 것에 목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피시켈라 대주교는 제5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준비하며 이 같이 역설했다.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은 지난 2016년부터 기획됐으며 자비의 희년이 끝날 무렵 제정됐다. 피시켈라 대주교는 여성 폭력에 대해 “가장 성숙한 형태의 평등을 이룬 현시대의 문화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방식”이라며, “우리는 가난한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입히는 불평등과 존엄성 결여의 표현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 전체가 종종 무력하고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며 “이는 마치 “수십년 동안 어렵게 얻은 성취를 즉각 포기하고 체념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가난의 새로운 표현

피시켈라 대주교는 또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점철된 현시대와 “가난의 새로운 표현들이 점점 더 분명해지는 불의의 형태들”에 초점을 맞췄다. “교황님은 매일 모든 사람의 관심하에 있는 코로나19 대유행의 영향에 대해, 심지어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 기본적인 생필품조차 얻지 못하고 있는 것까지도 잘 알고 계십니다.” 이와 관련해 피시켈라 대주교는 무료급식소 앞에서 길게 늘어선 대기열이 “이러한 악화의 가시적인 표징”으로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무관심이 습관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 비극적인 상황 안에서 교황이 담화를 통해 거듭 강조하려는 메시지는 “가난한 이들 앞에서 무관심해지는 어떠한 습관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피시켈라 대주교는 “가난한 이들은 공동체 밖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가 그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며 불편함과 소외감을 덜어줘야 할 형제자매들”이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가난한 사람들과 가난의 상황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의 결과”가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 계시는 그리스도의 현존을 “구체적으로 나타내는 표징”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피시켈라 대주교는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에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열정을 다시 한 번 재발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및 기관에 “창의적 계획” 요구

이러한 점에서 교황의 가르침은 단순히 강론의 수사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강력하고 정확하다. 교황은 전 세계 각국 정부와 관계 기관들을 대상으로 “정의에 기반한 더 나은 세상을 건설해야 할 책임감을 갖고 투자하며” 장기적인 해결책으로 이어지는 “창의적 계획”을 구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피시켈라 대주교는 각국의 정부와 정치 지도자들이 “어떠한 경우에도 언제나 위대한 울림을 갖는” 교황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실천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빈곤은 한 국가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행성적 현상입니다. 마치 문제가 없는 것처럼 등을 돌리고 살아가는 것에 대해 교황님은 이렇게 사람들의 마음에 호소하십니다. ‘우리는 종종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정책을 논하지만, 실제론 우리 스스로가 무능하다는 걸 알게 될 뿐입니다.’”

가난의 원인, 인구과잉... 이념적 이론

피시켈라 대주교는 인구과잉이 가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이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답했다. 피시켈라 대주교는 “오랫동안 지속된” 이 이론이 “이념적 선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출산율과 사회적 존재의 부문별 형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런 종류의 문제는 다양한 관점과 요인으로 분석돼야 하지만, 그러한 인과관계에 대해 단일적이고 획일적인 해석은 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면, 가난은 부유한 나라 때문에 발생할 수 있습니다. 부유한 나라는 더 많은 제품을 원하고 더 많은 소비를 함으로써 가난의 상황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피시켈라 대주교는 다양한 “분석과 결과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이념적 선택에 빠지지 않도록” “다각적 해석”이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11월 14일의 계획들

끝으로 피시켈라 대주교는 올해도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맞아 지난 2020년 로마교구의 불우한 가정에 5000 박스의 생필품을 나눠주고 교외 지역의 학교에 35만 개의 마스크를 배포했던 여러 계획들이 다시 시작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현재 정확한 지침은 없다. 왜냐하면 모든 행사와 프로젝트가 코로나19 대유행과의 싸움을 위해 국제적 차원에서 취한 결정에 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피시켈라 대주교는 여름 이후 “재개될 것”으로 내다본다며 다음과 같이 말하고 기자회견을 끝맺었다. “백신의 발견을 비롯해 가능한 한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 특히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백신이 배포될 가능성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멈춰버린 일상의 여정을 재개하는 목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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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6월 2021, 1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