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과 마르첼로 세메라로 추기경 프란치스코 교황과 마르첼로 세메라로 추기경 

세메라로 추기경 “저의 추기경 직무를 성 바오로 6세 교황께 의탁합니다”

지난 11월 28일 추기경으로 서임된 마르첼로 세메라로 교황청 시성성 장관은 자신의 추기경 서임이 주는 의미에 대해 「바티칸 뉴스」와 일문일답을 나눴다. 세메라로 추기경은 “책임이 더 커지고 길을 잃을 위험도 더 커졌다”고 고백하며 추기경 서임식을 마치고 성 바오로 6세 교황의 무덤 앞에서 기도를 바쳤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이 7년간 사무총장직을 역임했던 추기경평의회의 최근 작업 결과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Fabio Colagrande / 번역 이재협 신부

지난 11월 28일 토요일 추기경 서임식에서 추기경으로 서임된 이들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과 오랜 시간 함께 일한 이가 있다. 2004년부터 알바노교구장을 역임하고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추기경평의회의 사무총장직을 맡았으며 지난 10월 15일 목요일 교황청 시성성 장관으로 임명된 마르첼로 세메라로(Marcello Semeraro) 추기경이 그 인물이다. 「바티칸 뉴스」는 세메라로 추기경과 서임식 다음날 일문일답을 나눴다. 세메라로 추기경은 인터뷰를 통해 추기경으로 서임되는 자신에게 영감을 준 성 요한 23세 교황의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의 새로운 직무를 또 다른 성인 교황 성 바오로 6세에게 의탁했다고 말했다.

이하 세메라로 추기경과의 일문일답:

“추기경 모자를 받던 순간, 저는 10월 15일 교황님이 13명 중 한 명의 신임 추기경으로 저를 지명하신 이후 계속 제 머릿속을 맴돌던 어떤 생각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그것은 안젤로 론칼리(성 요한 23세 교황의 세속명) 교황님이 지금 저와 비슷한 상황, 곧 1952년 11월 말 추기경으로 서임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남기신 말씀입니다. 저는 그 말씀을 반복해서 읽었고, 최근 며칠을 보내며, 그리고 추기경 서임식을 치르며 제 안에 새기려고 노력했습니다. 당시 성 요한 23세 교황님은 추기경 서임 표어를 ‘순명과 평화’로 정하시고 이렇게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저는 그의 당나귀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한 요셉 성인의 모범을 따를 것입니다.’ 저는 주교 직무를 이미 수행하고 있었고, 이제 교황님은 지난 몇 년 간 제게 언급하신 바 있는 다른 협력직으로 저를 부르셨습니다. 저는 기꺼이 이 새로운 직무를 수행할 것입니다. 제게 새로운 시작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면서 말입니다. 또한 주님을 따르는 사람은 언제나 새롭게 시작하듯 말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추기경 서임식 강론에서 새로 임명되는 추기경님들에게 ‘길을 잃어버릴 위험’, ‘자신을 고위직분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위험’, ‘신자들과 가까이하지 않으려는 위험’을 경계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추기경님은 이러한 위험을 느끼신 적이 있나요?

“교황님은 강론에서 복음을 해설하시면서, ‘복음을 읽는 사람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종종 자신을 따르라고 말씀하셨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설명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도 반복해서 ‘나를 따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을 따른다는 것은 제자가 됨을 의미하는데, 무엇보다 언제나 예수님을 바라보는 눈을 갖춘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런데 모든 제자들, 주교나 추기경도, 예수님을 바라보지 않으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습니다. 예수님을 바라보며 그분의 뒤를 따르고, 그분과 같은 길을 걸어가야 하지만, 예수님을 바라보지 않으면 교황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길을 잃고 맙니다. (‘나를 따르라’는 예수님의) 부르심은 아주 강력하면서도 우리 각자를 위한 매일의 부르심입니다.”

추기경평의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교황청 개혁과 관련한 문서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추기경님은 추기경평의회의 사무총장으로 7년간 역임하셨는데요. 이번 작업에서 우리가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추기경평의회는 지난 여름 이미 교황님께 작업의 결과물을 전달했고, 이런 의미에서 추기경평의회는 자신의 사명을 마쳤습니다. 가장 중요한 문서 작업은 마무리됐고, 현재 교황님이 추기경평의회의 작업으로 제안된 문헌을 몇몇 관련 부서의 협조와 함께 재검토하시는 중입니다. 무엇보다 신앙교리성의 작업과 협조가 빠질 수 없습니다. 따라서 저도 추기경평의회의 사무총장으로서 이번 작업과 관련된 업무를 완료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제 (추기경평의회의 작업 결과인) 문서는 교황님께 건네졌고 현재 교황님은 관행에 따라 몇몇 관련 부서의 지침과 제안을 듣고 검토하시는 중입니다. 관련 부서들은 이미 작업 과정 전반에 참여하기도 했고요. 저는 이 작업을 마치면서 교황님이 최종 승인을 내리실 것이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이번 작업의 전반적인 관점은 무엇보다 교황님이 반포하신 회칙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의 시각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착한목자」(Pastor bonus)를 대체할 새 교황령은 회칙 「복음의 기쁨」과 온 세상 땅 끝까지 파견된 교회에 대한 생각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시성성 장관으로서 새로운 직무를 수행하는데 있어 추기경님의 특별한 신학적 소양이 어떤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사실 (시성성 장관이라는) 새 직무는 예전에 제가 교회론을 공부하고 가르치던 시기로 돌아가게 해줍니다. 교회의 신비는 ‘성인들과의 친교’ 안에서 드러납니다. 지상 여정을 걷는 우리는 매일의 미사 안에서 ‘성인들과의 친교’를 재현합니다. 매 미사 때마다 천사들과 성인들과 함께 하느님께 ‘거룩하시도다’를 3번 외치면서 말이죠. 이와 관련해 교황님은 교황 권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Gaudete et exsultate)를 통해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과 완전하게 일치하는 ‘거룩함’에 대해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저는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 『인류의 빛』(Lumen gentium)이 제정되는 과정에서 교의헌장의 ‘교회의 보편적 성화 소명’을 다룬 제5장이 이미 교의헌장의 절정에 해당하는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모습에 관한 장(제8장)을 미리 예상하고 있었다는 것을 즐겨 반복해서 말합니다. 『인류의 빛』 제5장은 모든 이를 향한 교회의 보편적 성화 소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매일의 성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하십니다. 우리가 하느님께 드려야 할 응답은 삶의 특별한 순간만이 아니라, 매일의 성화를 위한 노력입니다. 우리는 특별한 순간을 살도록 부르심 받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매일의 성화를 살도록 부르심 받았습니다. 이 매일의 성화가 우리를 부르시는 주님께 대한 응답입니다.”

교황님은 “옆집의 성덕”을 재발견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데요. (…)

“최근 몇 주 간의 시성성 작업을 통해 저는 최근 교황님의 통찰과 관련해 교황님께 말씀드려야 할 몇 가지 이야기를 발견했습니다. ‘우리를 일상에 집중하도록 하는 성덕’에 대한 내용입니다. ‘성덕’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매일 꽃 피우는 것입니다. 물론 갑작스러운 회심을 통한 응답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를 매일 부르시는 주님의 방식을 잘 알고 있습니다.”

추기경 서임식을 마치고 추기경님은 성 바오로 6세 교황님의 무덤 앞에서 기도했다고 하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저는 (서임식 당일) 바티칸 지하 묘소에 아무도 없다는 얘기를 듣고 잠깐 내려갈 수 있도록 부탁해 지하 묘소에서 침묵 중에 기도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성 바오로 6세 교황님은 제 사제 생활의 성인이시면서, 동시에 제가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교회를 위해 어떤 삶으로 봉헌해야 하는지 가르쳐주신 성인입니다. 저는 성 바오로 6세 교황님의 흔적의 표지를 많이 간직하고 있고, 무엇보다 1978년 8월 6일 성인께서 선종하신 장소인 카스텔 간돌포가 속한 알바노교구의 교구장직을 16년간 수행했습니다. 정말로 교구의 모든 사람들은 성 바오로 6세 교황님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는데요. 이 경험은 제게 선을 실천하도록 격려하는 큰 자극이 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성인의 무덤 앞에서 성인과 침묵 속에 대화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결국에는 성인과 대화하기보다 성인의 무덤 앞에서 무릎을 꿇고 분명 성인께서도 바치셨을 성모찬송을 바쳤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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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12월 2020, 2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