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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복음」 반포 25주년... 팔리아 대주교 “사람과 생명에 중심을 둔 진정한 길”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회칙 「생명의 복음」(Evangelium Vitae) 반포 25주년을 맞아 지난 8월 28일 오후 생명권에 대한 범아메리카네트워크의 인터넷 화상회의가 열렸다. ‘교황청 평신도와 가정과 생명에 관한 부서’ 장관 케빈 파렐 추기경과 교황청립 생명학술원장 빈첸초 팔리아 대주교가 참석했다.

Gabriella Ceraso / 번역 박수현 

생명권 수호와 가정의 보호와 관련해 서로 다른 관점으로 성찰하고 경험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됐다. 범아메리카네트워크(Pan-American Network)는 지난 8월 28일 금요일 생명권에 관한 두 번째 회의를 열었다. 코로나19 대유행의 여파로 회의는 온라인으로 진행됐으며 이탈리아 시간으로 오후 4시 콜롬비아와 연결하며 시작됐다. 이번 행사를 주관하는 라틴아메리카 주교회의 페이스북 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회의에 참관할 수 있다.

이날 회의에는 ‘교황청 평신도와 가정과 생명에 관한 부서’ 장관 케빈 파렐(Kevin Farrel) 추기경과 교황청립 생명학술원장 빈센초 팔리아(Vincenzo Paglia) 대주교가 참석해 “「생명의 복음」 25년의 빛”을 주제로 연설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회칙 「생명의 복음」(Evangelium Vitae)은 인간의 탁월한 가치와 생명에 대한 새로운 위협 그리고 잉태에서 자연사까지 생명을 수호하는 보편 교회의 사명을 다루고 있다. 

빈첸초 팔리아 대주교는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가장 큰 고통을 겪고 있는 라틴아메리카 대륙에서 이번 회의를 개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라틴아메리카 대륙은 코로나19 대유행 때문에 브라질에서만 700만 명 이상의 확진자와 약 20만 명의 사망자를 내면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팔리아 대주교는 삶이 주어진 선물이라며, 더 좋게 사용돼야 하는 하나의 탈렌트(마태 25,14-30참조)라고 말했다. 아울러 자기 자신에게만 집착해 살아가는 사람은 삶의 진정한 의미를 잃어버린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저는 이번 회의가 교황님이 원하신 아마존 시노드를 계속 이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곧, 모든 것이 모든 이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코로나19 대유행 때문에 엄청난 비극을 겪고있는 라틴아메리카의 수많은 국가들에서 보여지는 생명의 존엄성과 발전에 주목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대주교님이 보시기에 세상은 어떤 도전에 직면하고 있나요?

“먼저 우리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기억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전체 교회가 관심을 둬야 하는 중심에 ‘사람’을 두었습니다. 공의회는 (사람을 단순히) 추상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이상적 공간, 곧 하느님과의 관계와 형제들 간 관계가 이뤄지는 만남의 장(場)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삶은 하나의 위대한 선물처럼 나타납니다. 우리 모두는 그 누구에게도 받을 수 없는 이 생명과 삶을 (하느님에게서) 선물로 받았습니다. 복음 또한 유다-그리스도교의 모든 전승과 함께 하느님에게서 우리가 생명을 받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삶은 자기 소유가 아니라 주어진 선물인 것입니다. 복음의 이미지로 이야기하자면, 우리가 받은 탈렌트를 땅 속에만 간직해야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사용하고 나눠야 한다는 말입니다(마태 25,14-30 참조). 오직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살기를 원하는 사람, 다시 말해 삶의 의미가 오로지 자기 자신에게만 집중돼 있는 사람은 삶이 지닌 진정한 가치를 놓치기 쉽습니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초개인주의적 문화(cultura iper-individualista)’에서 매우 중요한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생명과 생명에 대한 복음을 성찰하는 일은 우리 지구의 미래에 결정적인 주요 지점 중 하나를 건드리는 걸 뜻합니다.”

대주교님은 연설에서 「생명의 복음」 반포 25 주년에서 발산되는 빛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이 회칙이 우리를 어떻게 비추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제 생각에 「생명의 복음」은 역사상 결정적인 순간마다 인간을 중심에 두게 하면서 생명을 수호하는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빛은 미동 상태의 빛이 아닙니다. 그 회칙은 (훗날)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님도 다시 언급하신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위대한 업적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인간보다 과학기술 우위가 지상주의라는 측면에서도 심도 있게 받아들여졌습니다. 이후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재위기간 중 생명을 수호해야 하는 중요한 순간마다 이 회칙이 언제나 다시 언급돼 왔습니다. 또한 신학적·과학적·세계 생명윤리의 측면에서도 오늘날까지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님이 더욱 밝혀주신 「생명의 복음」의 빛을 이어받아 삶에 대한 신학의 빛, 곧 하느님을 만나는 공간으로서의 인간성의 빛이 인간 존재의 구석구석을 비추도록 확장하셨습니다. 우리는 또한 신기술 및 융합기술과 관련된 거대하고 새로운 도전에 직면합니다. 저는, 예를 들어 인공지능이나 심지어 유전공학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교도권의 빛이 이끌어주는 대로 우리를 맡긴 채 새로운 사건을 이해하고 동행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이러한 까닭에 저는 우리가 성찰의 발전 중에 있다고 말한 것입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생명은 모든 사람의 진정한 가치로 재평가됐습니다. 이 시기가 여러 다른 순간보다 삶의 가치를 더 많이 가르쳐주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렇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세상을 무릎 꿇리고 생명을 위태롭게 한 이 전염병이, 우리 삶의 연약함과 함께 (우리가) 근본적으로 갖추고 있는 상호의존성을 재발견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마스크 사용처럼 도구를 사용하는 일은 자신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을 보호하는 데도 사용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삶은 언제나 더 상호의존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오늘날 지구상에 70억 명이라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점에서 삶은 추상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한 개인의 생명을 포함한 70억의 생명은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환경과도 밀접히 연관돼 있으며 도시의 생명과 생태계의 생명과도 연결돼 있습니다. 여기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와 함께 특별한 교훈을 주셨습니다. 이러한 구체적인 관점을 유지하는 게 참으로 중요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삶의 탄생과 죽음에 이르기까지 생명의 불가침성에 대해 계속해서 큰 목소리로 지지하고 있지만, 우리는 모든 사람들이 각자 다른 조건에서 살아가며 평생 동안 (스스로의) 생명을 수호하는 것이 (더욱)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확신합니다. 따라서 삶의 시작이나 끝과 관련된 중요한 투쟁들뿐 아니라, 모두가 잘 살고 더 나은 삶을 위해 필요한 의무를 우리는 책임감 있게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전염병 때문에 우리 곁에 늘 존재하며 용납할 수 없는 그 깊은 불평등이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 전염병과 같이 우리 모두는 동일한 폭풍우 속에 처해있음에도 불구하고, 작고 더 약한 배들이 곁에서 힘 없이 침몰하는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생명의 영예와 수호와 증진이라는 지평이 위대한 예언과 위대한 헌신의 지평선인 이유입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이것을 열어 보여주었죠. 그렇기에 모든 삶을 가치 있게 하려면 선한 마음을 지닌 모든 이와 신자들 간의 위대한 동맹이 시급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모든 사람과 인류 전체에 정확히 속하는 형제애와 평화 그리고 존엄이라는 주제가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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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8월 2020, 0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