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의 한주간” 바티칸 라디오 라틴어 서비스 개시

6월 8일 토요일 12시32분부터 ‘교황의 한주간, 라틴어로 듣는 바티칸 뉴스’가 시작된다. 이번에 새롭게 편성된 5분 분량의 이 프로그램은 팟캐스트에서도 들을 수 있다. 교황청 국무원 산하 라틴어 부서가 협력했다.

Alessandro Di Bussolo / 번역 이정숙

라틴어로 방송되는 첫 번째 라디오 소식이 오는 6월 8일 토요일 12시32분부터 바티칸 라디오 주파수를 통해 전파된다. 프로그램 제목은 ‘교황의 한주간, 라틴어로 듣는 바티칸 뉴스(Hebdomada Papae, notitiae vaticanae latine redditae, 헵도마다 파페, 노티티에 바티카네 라티네 레디테)’다. 매주 1회씩 5분 분량으로 교황과 교황청 활동 소식을 전한다. 이 프로그램은 바티칸 라디오-바티칸 뉴스 편집국과 교황청 국무원 산하 라틴어 부서의 협력으로 탄생했다. 라틴어 부서는 교황의 공식문서와 트위터 계정(@Pontifex_In)을 라틴어로 번역해서 배포하는 일을 맡고 있다.

매주 토요일 12시32분, 5분 방송

알레산드로 데 카롤리스(Alessandro De Carolis)가 담당한 이 프로그램은 바티칸 라디오 채널을 통해 매주 토요일 방송된다. 바티칸 라디오 이탈리아어 주파수를 통해 12시32분과 주일 오후 5시30분에 들을 수 있다. 또 이 내용은 원문 번역을 포함한 기사와 함께 바티칸 뉴스 다중언어 정보포털을 통해 팟캐스트 형식으로도 배포된다.

토르니엘리, “진짜 라디오 뉴스, 미래를 위한 도전”

‘교황청 홍보를 위한 부서(이하 교황청 홍보부)’ 편집주간 안드레아 토르니엘리는 “이는 뉴스 및 서비스와 함께하는 진짜 라디오 뉴스가 될 것”이라며 “우리는 과거를 회상하는 게 아니라 미래를 향한 하나의 도전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 새로운 주간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는 가톨릭 교회의 공식 언어로 뉴스를 듣길 원했다”며 “매일 오전 미사 때 이미 바티칸 라디오 주파수를 통해 (라틴어가) 전파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발데마르 투렉(Waldemar Turek) 몬시뇰

뉴스 후 '라틴 영혼'으로 심화하기

라틴어로 된 라디오 뉴스가 끝나면 ‘바티칸 뉴스 이탈리아’에서 ‘라틴 영혼, 교회 언어로 전하는 라디오’라는 23분 분량의 이탈리아어 방송이 이어진다. 파비오 콜라그란데(Fabio Colagrande)가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라틴어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재발견한다. 이를 위해 라틴어 부서의 발데마르 투렉(Waldemar Turek) 몬시뇰과 부서 동료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라틴어를 새롭게 하고자 라틴어의 이론과 실제에 관한 꼼꼼한 강의를 펼칠 예정이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의 트윗 메시지에 등장한 라틴어 신조어도 소개한다. 바티칸 뉴스는 투렉 몬시뇰과 인터뷰를 나눴다.

이하 발데마르 투렉 몬시뇰과의 일문일답:

“우리는 교황청 홍보부의 기획을 환영했습니다. 우리는 라틴어로 된 본문을 준비하는 데 도움을 주면서 협력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아마 우리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라틴어로 말하고, 또 오늘날 삶과 관련된 개념이나 전통적인 개념을 표현하기 위해 라틴어로 말하는 사람들일 겁니다. (…) 따라서 우리는 교황님과 교황청의 활동에 관한 중요한 소식을 매주 잠깐씩 전하는 이 라틴어 뉴스가 나오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적어도 이 분야에서는 새로운 소식일 것입니다. 이와 비슷한 것들이 한동안 없었죠. 우리는 오늘날 라틴어로 쓰였거나 말해진 것들에 특정한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 이 프로그램은 젊은이와 어른들이 오늘날 라틴어를 피부에 와 닿게 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것이 라틴어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아니면 일반적으로 과거에 서로 다른 말을 하던 백성들을 하나로 일치시킨 기능을 했던 라틴어의 보편적 가치가 아직도 유효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호기심에서 핵심적인 것들로, 풍요로운 유산으로 넘어갔으면 합니다. 그것은 오래 전에 표현되거나 서술됐음에도 언제나, 현재 모두로 하여금 여전히 우리의 분석을 기다리고 있으며, 또 수많은 내용을 발견하기 위한 연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의 신학적, 철학적 사유를 위해서도, 또 우리 시대가 당면한 문제들을 위해서도, 교회의 역사를 위해서도, 라틴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따라서 저희는 이 위대한 전통을 가능한 한 꾸준히 심화하도록 노력합니다.”

핸드폰이나 컴퓨터 같은 새로운 현대적 사물들을 어떻게 부를지 누가 결정합니까?

“저희는 사전을 갖고 있습니다. 교황청에 있는 저의 동료들과 몇몇 교황청립 대학들과 협력하며 만든 것입니다. 30년 전에 마련된 것이지만 오늘날에도 저희에게 참고가 됩니다. 그러나 때로는 오늘날의 언어표현에 해당하는 단어가 없기 때문에, 실제로 우리 부서가 그 개념들에 관한 서술방식이나 혹은 고대 언어에서 알려지지 않았던 단어들을 어떻게 표현할지 결정하려고 애를 씁니다.”

하느님의 인플루언서일 때 하느님의 선동가가 됩니다

국무원의 라틴어 학자들은 교황의 트위터 계정과 같은 학문적 용어가 아닌 대중 언어를 오늘날 라틴어로 번역하는 문제에 호기심을 갖고 자주 대화를 나눈다. 예컨대 세계축구월드컵은 라틴어로 뭐라고 부를까? 러시아에서 축구 월드컵 전야 당시 교황의 트윗 메시지를 보면 ‘세계 축구 경기(certaminibus mundialibus sphaeromachiae)’로 옮겼다. 또 마리아가 하느님의 첫 번째 ‘인플루언서(Influencer)’였다고 말할 때, 곧 (프란치스코 교황의 특별한 표현으로 굳어진) ‘하느님의 인플루언서’라는 표현은 “선동가(concitatrix, 선동하는 여인)”로, 곧 “하느님의 선동가(concitatrix Dei)”로 번역됐다. 라틴어 학자들의 사전을 더 살펴보면, 칼국수 면처럼 길고 넓은 파스타 면을 뜻하는 ‘탈리아텔라(tagliatella)’는 ‘오브롤냐 파스타 세그멘타타(oblonga pasta segmentata)’, 이탈리아에서 성탄절에 먹는 빵의 한 종류인 ‘파네토네(panettone)’는 ‘메디오라넨시스 플라첸테(Mediolanensis placentae)’, 실로폰은 ‘액스테라룸 젠티움 오디움(Exterarum gentium odium)’이다. UFO 학자는 ‘레룸 인엑스프리카타룸 볼란티움 스투디오수스(rerum inexplicatarum volantium studiosus)’이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자살공격을 감행한 일본군 특공대 카미카제(kamikaze)는 ‘볼룬타리우스 수이스 인테르롬프토르(voluntarius suis interromptor)’다.

관용어의 빛, “모두 밖으로 나가시오”에서 “복된 죄”까지

교회 내 전문용어로 사용되는 라틴 관용어도 있다. 예컨대 “로마와 온 세상에 보내는 부활/성탄 메시지와 교황 강복”을 뜻하는 “우르비 엣 오르비(Urbi et Orbi)”, 교황 선거 시작 전에 추기경들만 남고 다른 사람은 모두 투표장 바깥으로 나가라는 외침인 “모두 밖으로 나가시오”라는 뜻의 “엑스트라 옴네스(extra omnes)”, 교황의 교도권과 관련된 “성좌에서”라는 뜻의 “엑스-카테드라(ex-cathedra)” 등은 바티칸 전문가들이 교회사를 통해 반드시 알아야 하는 용어들이다. 또 라틴어로 된 짧은 격언들도 있다. 예컨대 “(주님) 어디로 가십니까?”라는 뜻의 “쿠오 바디스(Quo vadis)?”, (마태오 복음 16장 18절에서 유래한,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라는 뜻의 “논 프레발레분트(non praevalebunt)”,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표현에서 유래한) “복된 죄(탓)”라는 뜻의 “펠릭스 쿨파(felix culpa)” 등은 성경과 가톨리시즘에 관한 깊은 이해를 가능케 한다.

독특하고 선구적인 한주간

우리가 (라틴어인지 알아채지 못하고)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라틴어 격언이나 속담도 있다. ‘적자’를 뜻하는 ‘데피치트(deficit)’, ‘국민투표’를 뜻하는 ‘레페렌둠(referendum)’, ‘강세나 발작’이라는 뜻의 ‘익투스(ictus)’, 화면이나 감시장치를 뜻하는 ‘모니토르(monitor)’, ‘매체’를 뜻하는 ‘메디아(media)’, ‘무료’를 뜻하는 ‘그라티스(gratis)’, 교육과정이나 커리큘럼을 뜻하는 ‘쿠리쿨룸(curriculum)’, 핸드북이나 안내서를 뜻하는 ‘바데메쿰(vademecum)’ 등이다. 파비오 콜라그란데는 라틴어로 유희(말장난)하면서 “독특하고(sui generis)” “선구적인(ante litteram)” 한주간이 될 것이라며 “현재를 즐기라(Carpe diem)!”고 말했다. “라틴어를 안다는 것은 무지에 대해, 어떤 방법으로든 새로운 것에 대해, 기술적 환원주의에 대한 위험을 극복하면서 역사와 말을 붙든다는 뜻입니다.” 그는 또 미래의 청취자들을 향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취향은 논쟁거리가 아닙니다(De gustibus non est disputandum)’. 그러나 우리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분이 깊은 인상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우리가 여러분을 실망시킨다면, 이 말을 기억하십시오. ‘인간은 누구나 실수한다(errare humanum est)’. 어쨌거나, ‘최후의 수단으로(extrema ratio)’, 여러분이 이 방송을 듣고 싶지 않다면, ‘최소 한번(tantum)’ ‘버튼을 돌려서(obtorto collo)’ 라디오를 끌 수 있습니다. ‘아, 세태여, 아, 세습이여(O tempora, o mores)!’”

06 6월 2019, 0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