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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생명」 반포 50주년, 복자 바오로 6세 교황과 그의 ‘긍정적’ 눈길

군중, 그리고 날씨 온도와는 무관하게 열기가 가득했던 한여름의 어느 수요일. 복자 바오로 6세 교황은 (교황 여름별장이 있는) 카스텔 간돌포에 있었고 교황궁에서 일반알현을 주재했다. 교황의 첫 마디가 불씨를 지폈다. “오늘 우리의 이야기에는 「인간 생명」(Humanae Vitae)이라는 제목의 회칙이 부과하는 하나의 주제가 있습니다.” 이 순간은 아마도 복자 바오로 6세 교황이 며칠 전부터 음미해 왔을 순간일 것이다. (그 순간은) 여러 해에 걸쳐, (회칙 반포) 일주일 전까지 복자 바오로 6세 교황으로 하여금 자신의 교황직과 현대 교회의 가장 민감하고 복잡한 문헌 가운데 하나를 완성하려는 노력으로 몰두하게 만든 주제를 사람들에게 직접 마음을 열고 이야기하는 순간이었다.

열쇠가 되는 형용사

몇 줄 되지 않지만 가장 민감한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이 교황 문헌은 (...) 단순히 하나의 부정적인 윤리법규를 선언하는 게 아닙니다. 곧, 생식을 불가능하게 하는 모든 행위를 배제하는 게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사랑과 풍요(다산)의 사명이라는 차원에서 부부 윤리를 긍정적으로 제시하는 것입니다.” 교회 안팎에서 불거져 나온 해당 문헌에 대한 비판과 의구심은 복자 바오로 6세 교황도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꾸밈없으면서도 엄숙한 독백의 의연한 행보가 파열음을 내게 된다. 당시 일반알현의 녹취물을 들으면 “긍정적 제시(presentazione positiva)”라는 강조가 마이크에서 날카롭게 울린다.

“「인간 생명」(Humanae Vitae)은 무엇보다도 부부 윤리의 긍정적 제시입니다.”

왜냐하면 그 형용사는 마치 마음의 송곳같아서, 한번 확고하고 평온한 마음에 틈을 내면 교황뿐 아니라 인간의 마음을 드러내게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회칙에서 생겨난 어려운 논쟁을 넘어서, 설명을 필요로 하고 또한 설명할 필요를 느끼는 인간의 마음이다. 복자 바오로 6세 교황이 (회칙을) 교도권의 행위가 되게 하려고 개인적으로 한 단락 한 단락 꼼꼼히 재검토한 것은 무감각하고 압제적인, 일종의 전제군주적인 사고가 아니라 모든 것에 앞서 가족들을 생각하는, 특별히 날마다 신앙으로 삶을 가늠하는 그러한 가족들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사랑이 요구하는 숙고였기 때문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연구하고 토론하기

복자 바오로 6세 교황은 그 상황에서 「인간 생명」(Humanae Vitae)의 내용에 대해 말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7월의 마지막 그날에 복자 바오로 6세 교황은 “감정”에 자리를 내주는 데 관심을 갖고 있었다. 교황은 회칙의 작성이라는 “힘든 작업”을 하던 그 “4년” 동안 자신의 “마음”을 채웠던 그 감정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다음과 같이 털어놨다. “첫 번째 감정은 지극히 중대한 우리의 책임감이었습니다. 이 책임감은 또한 우리로 하여금 정신적으로 적지 않은 고통을 주기도 했습니다. (...)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연구하고, 읽고, 토론했습니다. 아울러 기도도 많이 했습니다.” (‘우리’라는) 복수형의 사용은 복자 바오로 6세 교황이 굳이 감추고 싶지 않았던 작업의 고뇌(수고)를 (다른 이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경청과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모든 소리와의 대조를 아우르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스도인 부부에 대한 희망

복자 바오로 6세 교황은 뒤에 가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그럼에도 항상 우리의 작업을 인도했던 또 다른 감정은 부부생활과 가정생활을 통해 각자의 고유한 인격을 통합하도록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을 향한 사랑의 감정, 곧 사목적 민감성의 감정입니다.” 아울러 교황은 세 번째 감정을 “희망”이라고 말했다. 모든 사람을 위한 희망, 곧 “우리의 말이 비록 엄격하고 어렵게 들릴지라도, 당신의 신비로운 신부인 교회에 대한 그리스도 사랑을 본받아 스스로를 변화시키라는 부르심을 받은 그들이 진정한 사랑의 대변자가 되게 하는 것을 이해한다는 것”, 그리고 “각 구성원을 위한 완덕의 샘이요 사회 안에서 윤리적 증언의 원천인 고유한 영성을 현대의 가정으로 부과하는 것이 바로 그리스도인 부부”라는 희망이다.

 

25 7월 2018, 1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