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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목소리 없는 이들을 배제하는 방식으로는 정의로운 사회를 이룰 수 없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3월 8일 제멜리 종합병원에서 생명수호운동본부에 메시지를 보내고 “여성들의 포용력과 너그러움, 용기를 끊임없이 신뢰하라”고 당부했다. “태아는 가장 분명하게 소외된 이들,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들을 대표합니다.”

Benedetta Capelli

3월 8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의미 있는 두 행사가 함께 열렸다. ‘생명수호운동본부’(Il movimento per la vita) 창립 50주년과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희년 행사다. 많은 신자들이 생명수호운동본부가 마련한 순례에 동참해 성 베드로 대성전 성문을 통과하고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집전하는 미사에 참례했다. 지난 2월 14일부터 로마 제멜리 종합병원에 입원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을 위해 3월 5일자로 메시지를 보냈으며, 이를 파롤린 추기경이 대독했다. 메시지에서 교황은 “교회와 조화를 이루며” 수년간 헌신해온 생명수호운동본부의 활동을 떠올렸다. 교황은 생명수호운동본부가 “인간 존엄성을 중심에 두고” “가장 취약한 이들”을 우선시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보여줬다며 높이 평가했다.

“태아는 가장 분명하게 소외된 이들,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들을 대표합니다. 태아 편에 선다는 것은 이 세상에서 버림받은 모든 이와 연대한다는 뜻입니다. 태아를 우리 중 하나로 바라보는 따뜻한 마음이 바로 이러한 활동을 실현하는 원동력입니다.”

가까이 다가가는 봉사

교황은 카를로 카시니의 주도로 “1975년 피렌체에서 시작된 생명지원센터(Il Centro di Aiuto alla Vita)”를 모태로 한 생명수호운동본부의 봉사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이들은 미혼모를 위한 쉼터인 ‘환대의 집’, SOS 생명 핫라인, 입양 지원을 위한 젬마 프로젝트, 익명 영아 보호소 ‘생명의 요람’ 등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교황은 이들이 “어려운 상황이나 예상치 못한 임신으로 힘겨워하는 산모들 곁에 가까이 다가가 구체적인 연대를 실천했다”면서 “모든 이를 향한 진리와 사랑을 단단히 엮어 진심 어린 솔직함과 따뜻한 사랑 그리고 굽히지 않는 끈기로 이 소중한 가치를 실현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분이 모성을 사회적으로 보호하고, 생명의 첫 순간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인간을 따뜻하게 품어안는 일을 꾸준히 이어나가길 바랍니다.”

‘생명수호운동본부’ 창립 50주년 행사
‘생명수호운동본부’ 창립 50주년 행사   (Vatican Media)

버리는 문화

교황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피조물을 돌보는 마음이 깊어졌다면서도, 동시에 “버리는 문화”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졌다고 한탄했다. 이러한 까닭에 교황은 “가장 연약하고 취약한 순간에 있는” 생명을 위해 실질적으로 헌신하는 사람들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생명은 거룩하기 때문입니다. 생명은 하느님께서 위대하고 아름다운 여정을 위해 창조하신 선물입니다.”

“환영받지 못하는 태아, 더 이상 홀로 설 수 없는 노인, 치유가 불가능한 환자들을 외면하고 배제하는 사회는 결코 참된 정의를 이룰 수 없습니다.”

인간 존엄성 존중

생명에 대한 ‘예’는 사랑의 문명에 대한 ‘예’이며, 시민사회가 거듭나겠다는 의지에 대한 ‘예’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여성들은 자녀 출산을 가로막는 압박 상황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소유와 행동, 생산과 외모라는 가치 위에 세워져 있음은 누구나 목격하는 현실입니다. 교회 전체와 조화를 이루는 여러분의 헌신은 인간 존엄성을 중심에 두고 가장 취약한 이들을 먼저 돌보는 새로운 길을 보여줍니다.” 

여성에 대한 신뢰

교황은 “여성들의 포용력과 너그러움, 용기를 끊임없이 신뢰하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생명수호운동본부가 시민사회와 교회 공동체 전체의 든든한 지원을 구하는 여성들에게 희망의 등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류 역사의 페이지 위에 희망과 온유한 사랑이라는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기도록 도와주셔서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 헌신은 이미 풍성한 열매를 맺고 있으며, 앞으로도 끝없이 이어질 것입니다.”

메시지 말미에 교황은 순례자들을 축복하며, 이들을 생명수호운동본부의 영적 지도자 콜카타의 성녀 마더 테레사에게 의탁했다.

‘생명수호운동본부’ 창립 50주년 미사에서 파롤린 추기경
‘생명수호운동본부’ 창립 50주년 미사에서 파롤린 추기경   (Vatican Media)

파롤린 추기경 “생명 수호 노력에 좌절하지 마십시오”

교황 메시지를 대독하기에 앞서 파롤린 추기경은 입원 중인 교황의 쾌유를 위해 함께 기도하자고 초대했다. 교황 메시지 대독 후 파롤린 추기경은 생명수호운동본부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그는 “여성과 어머니들의 인생 여정에 진정한 동반자가 되어 그들이 예수님의 친밀함을 체험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달라”며 “생명이신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생명을 주시고, 넘치도록 풍성하게 주시기 때문에 결코 좌절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생명수호운동본부 덕분에 지난 50년간 27만 명 이상의 아이들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면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선의 씨앗을 심어나가자”고 권고했다. 끝으로 파롤린 추기경은 창립자 카를로 카시니의 말을 인용하며 “인간 생명을 수호하는 것은 모든 이에게 주어진 도덕적, 시민적 의무”라고 말했다. “가정을 수호하는 일은 생명 증진에서 시작됩니다. 우리는 ‘죽음의 문화’에 맞서 싸워야 합니다.” 파롤린 추기경은 이러한 ‘죽음의 문화’가 “낙태와 안락사 같은 관행을 비롯해 상황에 따라 생명을 취사선택하거나 없앨 수 있는 대상으로 바라보는 사고방식”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번역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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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3월 2025, 1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