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ACLI 회원 만남 “평화의 문화를 대변하고, 예수님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십시오”
Tiziana Campisi
프란치스코 교황이 6월 1일 올해 창립 80주년을 맞이한 이탈리아 그리스도교 노동조합(이하 ACLI) 회원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ACLI의 “사회를 위한 봉사”와 헌신이 “신문의 제1면에 실리지는 않지만 때로는 진정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옆집의 성인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바오로 6세 홀에 모인 6000여 명의 ACLI 회원들을 만나 노동자, 은퇴자, 젊은이, 외국인,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 처한” 많은 사람들을 위해 평생을 헌신해온 모든 이를 기억했다. 아울러 “중요한 영향력을 발휘해온” ACLI가 “숱한 전쟁 때문에 피로 물든 세상”에서 평화를 위해 헌신할 것을 당부했다.
“ACLI 회원 여러분, 여러분의 활동이 전쟁은 결코 ‘불가피한 것’이 아니며 평화가 언제나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이는 국가 간 관계, 가족, 공동체, 일터의 삶에서 모두 적용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자리이자 평화 문화의 대변자가 되길 바랍니다.”
공동선을 위한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자리가 필요합니다
교황은 ACLI의 여정에서 기본이 되는 다섯 가지 특징을 △민중 방식 △시노드 방식 △민주 방식 △평화 방식 △그리스도인 방식으로 꼽았다. 먼저 민중의 방식과 관련해 “민중과 가까워지는 것”, “민중의 일부로 느끼는 것”, “공동체의 기쁨과 일상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것”, “소박한 사람들의 가치와 지혜로부터 배우는 것”, “위대한 사회 프로젝트와 지속적인 변화가 아래로부터, 곧 공동의 헌신과 공동의 꿈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사람들의 진정한 본질은 연대와 소속감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분열된 사회와 개인주의 문화 속에서 사람들이 ‘나’에서 ‘우리’로 나아가 공동선을 위한 프로젝트를 함께 개발하고, 이를 실현할 방법과 수단을 찾는 데 도움이 되는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소속감을 체험할 수 있는 자리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교황은 ACLI의 소명이 “문을 열고, 계속 열어두는 것”이라며 “사람들을 맞아들이고, 연대의 유대와 소속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하며” “만남의 문화로 이어지는 통합의 여정으로 함께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노드 방식
시노드 방식과 관련해 교황은 “공동선을 위해 함께 일하고 협력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서로 다른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심지어 교회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ACLI에 함께해 “사회의 다른 주체 세력들과 섞여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특히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여 “누구도 뒤처지지 않도록” 초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에는 모두를 위한 자리가 있습니다
교황은 민주 방식과 관련해 “민주주의에 대한 충실성”이 항상 ACLI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오늘날 민주주의에 대한 충실성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사회란 선언문이나 서류상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현실에서 진정으로 모든 사람을 위한 자리가 있는 사회입니다. 그러므로 소외될 위험에 처한 사람들, 곧 젊은이들, 특히 전문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젊은이들, 다양한 형태의 차별과 불평등에 시달리는 여성들, 가장 취약한 노동자와 이주민을 지원하는 여러분의 활동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들이 ACLI에서 자신의 권리를 존중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을 만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울러 사회에서 너무나 쉽게 ‘버려지는’ 노인과 은퇴자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그들이 사회에서 ‘버려지는’ 것은 불의입니다.”
교황은 단순히 도와주는 데 그치지 말고 “각 개인의 존엄성을 증진”하며 “모든 이가 자신의 역량과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평화를 위한 헌신
평화 방식과 관련해 교황은 마르티니 추기경이 평화를 위한 기도회에서 언급한 “‘중재’하는 역량”을 설명했다. “분쟁 당사자 사이에서 양쪽의 어깨에 손을 얹고 그로 인해 수반되는 위험을 감수하는 역량입니다.” 교황은 평화를 위해 헌신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은 분명한 입장을 취하는 동시에 다리를 놓는 방법을 알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이해하며 대화와 화해를 촉진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평화를 위한 중재는 단순한 정치적 타협을 넘어섭니다. 자신을 희생하고 위험을 감수하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이 세상은 갈등과 분열로 얼룩져 있습니다. 평화를 위한 중재자로서 여러분의 증거는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고 가치가 있습니다.”
그리스도인 방식
끝으로 교황은 그리스도인 방식과 관련해 하느님을 바라보고 예수님의 삶에서 영감을 받은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리스도인 방식을 따른다는 것은 모임에서 기도의 시간을 마련하고, 주님과 복음의 정신에 친밀해져서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스며들고 우리의 행동이 그리스도의 방식을 이 세상에 드러내도록 성장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교황은 “인간 존엄성의 아름다움을 무효화하고 사회를 분열시키려는 문화적 관점”에 직면해 “말로만 국한되지 않는 형제애와 사회적 우애의 새로운 꿈”(교황 회칙 「Fratelli tutti」, 6항)을 길러 나가라고 초대했다. 그 꿈은 실제로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와 다른 수많은 성인, 그리스도인, 모든 종교의 믿는 이들이 꾸었던 꿈이기도 하다.
번역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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