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대화는 평화를 이룩하지 복수나 적의를 부추기지 않습니다”
Francesca Sabatinelli
프란치스코 교황이 11월 6일 유럽랍비총회(CER) 대표단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이스라엘 성지가 증오와 무시무시한 무기의 굉음, 반유다주의 행위로 황폐해지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유럽의 주요 정통 랍비 동맹인 유럽랍비총회를 “유럽 랍비들의 목소리”로 정의한 교황은 이날 약간의 감기로 인해 구두 연설을 생략하고 연설문을 배부하겠다고 말했다. 교황청 공보실장 마테오 브루니는 이와 관련해 기자회견에서 “교황은 가벼운 감기에 걸렸지만 많은 사람들을 만난 하루를 보냈다”며 “개별적으로 유럽 랍비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길 원했으므로 연설문을 배부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교황님의 일정은 정상적으로 이어졌습니다.”
지난 11월 5일 삼종기도 훈화를 통해 중동의 평화를 위해 호소한 교황은 이날 다시 한번 중동의 평화를 부르짖었다.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축복을 받은 이 땅에서 또 다시 전쟁과 폭력사태가 발생했고, 증오의 사악함과 무시무시한 무기의 굉음으로 끊임없이 공격받고 있습니다. 제가 강력히 규탄하는 반유다주의 시위의 확산도 큰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교황은 인류가 겪고 있는 파멸의 시기에 모든 믿는 이가 하느님의 이름으로 “모든 이를 위해 그리고 모든 이보다 먼저 형제애를 이루고 화해의 길을 열도록” 부름받았다고 설명했다.
평화를 이룩하기 위한 정의와 대화
“무기도, 테러리즘도, 전쟁도 아닌 연민과 정의, 대화만이 평화를 이룩하는 적합한 수단입니다.” 교황은 인간과 인간이 서로 마주 대하는 것으로 이해되는 ‘대화’의 의미를 강조했다. 아울러 ‘대화’가 어원적으로 ‘말씀을 통해’라는 뜻이라면서, 인간이 하느님 말씀을 따름으로써 대화 그 자체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 말씀은 우리 발걸음을 이웃을 찾고 받아들이며 인내하는 길로 인도하지, 복수의 거친 충동이나 적의의 광기로 이끄는 게 아닙니다. 그러므로 우리 믿는 이들이 대화의 증거자가 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요!”
그리스도교의 유다교 유산
교황은 이러한 점을 그리스도인과 유다인의 대화에 적용하면 “만남, 경청, 형제적 교류를 통해 서로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되고, 말씀이 샘솟는 생명의 통로인 하느님 말씀의 종과 제자임을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평화의 일꾼이 되기 위해 두 종교의 믿는 이들이 자신의 힘과 역량은 물론 하느님의 도우심을 받아 “대화의 일꾼이 되도록 부름받았다”고 강조했다.
“유다교와의 대화는 유다교에 뿌리를 둔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특별히 중요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유다인으로 태어나 유다인으로 사셨습니다. 그분은 그리스도교 내 유다교 유산의 으뜸 보증인이시며, 그리스도께 속한 우리에게는 사랑하는 형제인 여러분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유다교가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유다인과 그리스도인의 대화는 신학적 차원을 간직하면서도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문제를 계속 다루는 것이 중요합니다.”
평화의 증거자, 유다인과 그리스도인
교황은 유다교와 그리스도교가 “서로 영향을 주지 않고 별개의 영역에서 독립적으로 발전해온 서로 이질적인 두 종교”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교황은 지난 1986년 4월 13일 로마 유다교 회당을 방문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유다인을 “사랑하는 형제”, “맏형”이라 부르며 유다교 신앙이 그리스도교에 “본질적”이라고 언급했던 때를 떠올렸다. 아울러 유다인과 그리스도인의 대화는 “종교 간 대화를 넘어 가족 간의 대화”라고 마무리했다.
“사랑하는 형제 여러분, 한 분이신 하느님 앞에서 서로 연결돼 있는 우리는 대화를 통해 그분의 말씀을 증거하고 행동으로 그분의 평화를 증거하도록 부름받았습니다. 역사와 생명의 주님께서 그렇게 할 수 있는 용기와 인내를 우리에게 주시길 빕니다. 샬롬!”
번역 이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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