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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 폭발 장면 핵무기 폭발 장면 

교황 “핵무기 위협 아래 우리 모두는 패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9월 26일 ‘국제 핵무기 전면 폐기의 날’을 맞아 교황 ‘엑스’(X, 트위터의 새 명칭) 계정(@Pontifex)을 통해 “핵무기 보유는 부도덕하다”며, 회칙 「지상의 평화」(Pacem in terris)에 담긴 성 요한 23세 교황의 메시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Salvatore Cernuzio

1963년에도 그랬고, 2023년에도 여전히 그렇다. “핵무기 보유는 부도덕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9월 26일 ‘국제 핵무기 전면 폐기의 날’을 맞아 다시 한번 핵무기 보유에 대한 규탄을 되풀이했다. 교황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엑스’(X, 트위터의 새 명칭)에 9개 언어로 번역된 교황 계정(@pontifex)을 통해 이 같은 메시지를 게시했다.

“핵무기 보유는 부도덕합니다. 성 요한 23세 교황님이 회칙 「지상의 평화」(Pacem in terris)에서 지적했듯이 ‘때때로 예측할 수 없고 통제할 수 없는 한 사건이 전쟁을 일어나게 한다는 것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핵무기의 위협 아래 우리 모두는 언제나 패배자입니다!”

교황은 250자도 안 되는 메시지에 전쟁의 역사와 현실(특히 우크라이나에서 1년 반 넘게 진행 중인 전쟁), 핵 악몽과 그에 따른 위험, 예상되는 승리와 사실상 패배의 확실성 등의 주제를 집약했다. 아울러 쿠바 미사일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반포된 성 요한 23세 교황의 회칙 「지상의 평화」를 인용했다. 올해는 회칙 「지상의 평화」 반포 60주년이다.

회칙의 예언

회칙 「지상의 평화」 반포 당시 연로한데다 병색이 짙었던 성 요한 23세 교황의 말을 프란치스코 교황이 인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문헌은 많은 이들에게 “예언적”으로 평가된다. 특히 “전쟁을 목적으로 하는 핵실험이 계속되어 세상에 치명적 결과를 주는 것은 여전히 인간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것”(111항)이라고 표현한 대목에서 미래를 내다보는 성 요한 23세 교황의 안목이 예언적이고 그 생명력도 예언적임을 알 수 있다. 다른 대목에서 “우리의 정의, 지성, 인간성은 무기 경쟁을 중단하고, 상호간에 동시적으로 이미 존재하는 무기들을 축소하고, 핵무기 개발을 금지하고, 끝내는 완전한 무장 해제 상태에서 효과적 감시 체제를 운영하도록 촉구하는 것”(112항)이라고 강조했을 때도 예언적이다.

성 요한 23세 교황
성 요한 23세 교황

핵 없는 세상

일주일 전인 지난 9월 19일 교황은 교황청립 사회학술원의 본부인 비오 4세 별관에서 「지상의 평화」 반포 60주년을 기념하는 세미나 참가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지상의 평화」에 나타난 “성 요한 23세 교황의 예언적 경고”를 귀담아들으라고 당부한 바 있다. 당시 교황은 “핵무기 보유가 부도덕한 것처럼 전쟁 목적으로 핵을 사용하는 것도 부도덕하다”고 단언하면서 “핵 없는 세상이 가능하고 또 필요하다”는 전망을 “꾸준히 견지해 나가자”고 촉구했다. 

외교관들에게 한 연설

‘엑스’에 포스팅한 마지막 문장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주년을 한 달 앞둔 지난 2023년 1월, 교황청 주재 외교사절을 대상으로 한 신년연설에서 등장한 표현이다.

“‘착하신 교황’(성 요한 23세 교황의 별칭)의 눈에는 1962년 10월 이른바 쿠바 미사일 위기로 촉발된 핵전쟁의 위험이 여전히 살아있었습니다. 핵무기의 파괴적인 영향력을 알고 있는 인류가 대화로 해결하지 못했다면 멸망에 한 걸음 더 다가갔을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핵 위협은 여전히 전 세계를 다시금 공포와 고뇌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저는 핵무기 보유가 부도덕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성 요한 23세 교황님이 지적하신 것처럼 ‘사실, 한 전쟁에서 비롯되는 비참과 파괴들을 책임질 사람들이 없으며, 때때로 예측할 수 없고 통제할 수 없는 한 사건이 전쟁을 일어나게 한다는 것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히로시마에서 호소하다

앞서 교황은 지난 2019년 11월 24일 일본 사도 순방 중 히로시마 평화기념관을 찾아 생존자들의 증언을 듣고 1945년 핵폭탄 투하로 전 세계가 경험한 ‘고통의 심연’을 떠올리는 기념비를 바라보며 이렇게 되물었다.

“핵무기 사용 위협을, 분쟁 해결을 위한 정당한 수단으로 계속 사용한다면 우리가 어떻게 평화를 제안할 수 있겠습니까?”

히로시마 평화기념관을 찾은 교황 (2019년)
히로시마 평화기념관을 찾은 교황 (2019년)   (Vatican Media)

군축 목표

교황은 지난해 6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제1회 핵무기금지조약(TPNW) 당사국 회의를 주재한 알렉산더 크멘트 의장에게 메시지를 보내 “비용이 많이 들고 위험한 책임”이 따르는 핵무기가 없는 자유로운 세상에 대한 소망을 피력한 바 있다. 당시에도 교황은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 자체가 “부도덕한 일”이라고 강조하며, 특히 인류가 “갈림길에 서 있는” 이 시기에 “도전적이고 원대한 목표”인 군축의 시급성과 국제 협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점을 교황청을 대표해 거듭 강조했다. 교황은 “군축이 약함의 형태가 아니라 힘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교황청립 과학원이 지난 2022년 4월 8일 발표한 핵전쟁 방지에 관한 장문의 선언이다. 여기에는 핵전쟁이 온 인류에 초래할 위험 외에도 핵무기 방지를 위한 9가지 행동강령과 전 세계 국가·종교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한 4가지 호소가 담겼다. 이 선언문은 과학자를 비롯한 전 세계의 모든 이가 “과학기술을 평화에 이바지하는 데 사용하고 과학기술의 성과로 인한 위험을 억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번역 이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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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9월 2023, 09: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