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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티나 성당에서 바티칸 박물관 현대미술 소장품 전시관 개관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예술가들을 만난 프란치스코 교황 시스티나 성당에서 바티칸 박물관 현대미술 소장품 전시관 개관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예술가들을 만난 프란치스코 교황   (VATICAN MEDIA Divisione Foto)

교황, 예술가들에게 “여러분은 저의 동맹... 조화의 원칙을 세상에 자리잡게 하십시오”

프란치스코 교황이 6월 23일 시스티나 성당에서 바티칸 박물관 현대미술 소장품 전시관 개관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예술가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인간 생명의 수호, 사회 정의,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 공동의 집(지구)에 대한 돌봄, 인간의 보편적 형제애” 등 자신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들에 대한 예술가들의 도움을 요청했다. 아울러 예술가들이 “사회의 비판적 양심”으로 제 역할을 이어가도록 당부했다.

Alessandro Di Bussolo

예술가는 “조화의 원칙”을 세상에 자리잡게 하고 “세상을 훌륭히 어우러지게 하시는 하느님의 영”을 위한 자리를 만들도록 도울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예술가들을 가리켜 “인간 생명의 수호, 사회 정의,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 공동의 집(지구)에 대한 돌봄, 인간의 보편적 형제애 등” 자신이 마음에 두고 있는 많은 것들에 대한 “나의 동맹자”로 느낀다며 “인류애, 인류의 인간적 차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6월 23일 시스티나 성당에서 바티칸 박물관 현대미술 소장품 전시관 개관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예술가들을 만나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연설했다. 

여러분의 예술은 성령으로 부풀어 오르는 돛과 같습니다

긴 박수갈채를 받은 연설에서 교황은 무엇보다도 교회가 항상 예술가들과 “자연스럽고 특별한” 관계를 맺어 왔다며, 예술가들이 “모순과 비극적 측면을 포함해 인간 실존과 우리의 삶, 세계의 무한한 심오함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술가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우리가 움직이는 차원이 성령의 차원이라는 것을 상기시켜 줍니다. 여러분의 예술은 성령으로 부풀어 오르는 돛과 같아서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새로운 현실로 세상을 풍요롭게 하십시오

교황은 “특히 우리가 함께 걸어온 역사를 생각한다면 교회와 예술가들의 우정도 특별하다”며, 오늘날 “경청과 자유, 존중의 분위기 속에서 우리 시대에 풍요로운 열매를 맺는 새로운 계절을 고대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그런 열매, 특별한 열매를 필요로 합니다.” 교황은 신학자 로마노 과르디니의 말을 인용해 예술가의 상황이 어린아이의 상황과 다르지 않다며 심지어 예언자의 상황과도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상상력으로 가득 찬 아이들의 자발성과 현실을 파악하는 예언자의 직관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예술가는 독창성과 창의성을 발휘해 이전에 본 적 없는 새로운 것을 세상에 내어놓는 어린아이와 같은 존재다.

“예술가 여러분은 자신만의 독창성을 통해 이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우리 모두와 마찬가지로 유일무이한 존재로서 자신의 무언가를 작품에 담아내지만, 보다 위대한 것을 창조하기 위해 그렇게 하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재능을 통해 이전에 없는 무엇을 밝혀내고 새로운 현실로 세상을 풍요롭게 합니다.”

인위적인 아름다움의 매혹에서 벗어나십시오 

교황은 이사야서와 요한 묵시록에 나오는 하느님의 말씀을 인용했다. “보라, 내가 새 일을 하려 한다”(이사 43,19). “보라, 내가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든다”(묵시 21,5). 이어 “예술가의 창의성은 창조에 대한 하느님의 열정에 참여한다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러분은 하느님의 꿈의 동반자입니다! 여러분은 보는 눈, 꿈꾸는 눈과 같은 존재입니다.” 교황은 예술가들이 “새로운 버전의 세상을 꿈꾸고 역사에 새로움을 소개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며, 따라서 예언자와 닮았다고 말했다. “여러분은 눈을 부릅뜨고 지평을 바라보며 겉으로 보이는 것 너머의 현실을 파악하는 파수꾼처럼 깊이 있게 보고 멀리 내다보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교황은 예술가들이 “오늘날 널리 퍼져 있으며 때때로 불평등을 낳는 경제 메커니즘에 연루된 인공적이고 피상적인 아름다움의 매혹에서 벗어나도록 부름받았다”고 말했다.

예언자들처럼 권력의 간계를 비판하십시오

교황은 그러한 인공적이고 피상적인 아름다움을 가리켜 “가짜, 꾸며낸 아름다움, 드러내기보다는 감추는 메이크업(화장)”이라고 지적한 뒤 “이러한 아름다움에서 거리를 두라”고 당부했다. “여러분은 예술을 통해 사회의 비판적 양심으로 행동하고 진실을 드러내야 합니다. 여러분은 사람들이 생각하도록 만들고, 경각심을 갖게 하고, 모순 속에서 현실을 드러내게 하고, 묻어두고 이야기하지 않는 것을 꺼내어 불편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성경의 예언자들처럼 여러분은 오늘날의 거짓 신화, 새로운 우상, 공허한 말, 소비주의의 함정, 권력의 간계를 비판하면서 때때로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들을 직시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제가 마음에 두고 있는 많은 것들에 대한 동반자”

교황은 예술가들이 종종 “놀라운 미덕인 반어법”을 통해 그러한 작업을 수행한다고 말했다. “성경은 반어법의 감동으로 넘칩니다. 권력의 탈을 쓰고 때로는 거룩한 것처럼 위장하는 자만과 기만, 불의와 비인간성을 조롱합니다.” 교황은 유머와 반어법을 우리가 더 많이 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예언자, 파수꾼, 비판적 양심을 지닌 여러분은 인간 생명의 수호, 사회 정의,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 공동의 집(지구)에 대한 돌봄, 인간의 보편적 형제애 등 제가 마음에 두고 있는 많은 것들에 대한 저의 동맹자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인류애, 인류의 인간적 차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또한 하느님의 크신 열정이기 때문입니다.”

교황을 예방하기 위해 시스티나 성당에 모인 예술가들
교황을 예방하기 위해 시스티나 성당에 모인 예술가들   (VATICAN MEDIA Divisione Foto)

예술은 양심을 잠들게 하지 않고 깨어 있게 합니다

교황은 신앙과 마찬가지로 예술도 우리를 다소 당황스럽게 한다고 말했다. 예술과 신앙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두지 않는다. 바꾸고, 변형하고, 전환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예술은 결코 마취제 역할을 하면 안 됩니다. 예술은 평화를 주지만 양심을 잠들게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고 양심을 깨어 있게 합니다. 예술가들은 종종 인간조건의 깊은 곳, 그 어두운 심연을 파헤치려고 시도합니다.”

교황은 “우리의 이기심과 무관심, 그 어둠 속에서 희망의 빛을 비춰야 한다”며 “우리가 그 빛, 곧 구원의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도록 도와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예술은 영혼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감각을 건드린다”며 “아름다움을 통해 그렇게 한다”고 말했다.

“진정한 아름다움 속에서 우리는 하느님께 대한 갈망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예술이 점점 더 아름다움을 가꿀 수 있도록 되돌아오길 바라고 있습니다. 물론 제가 말한 것처럼 헛된 아름다움, 인위적이고 피상적이며 심지어 기만적인 아름다움도 있습니다. 꾸며낸 아름다움, 회칠한 무덤과 같은 아름다움 말이죠.”

진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기준은 조화입니다

교황은 진정한 아름다움을 식별하는 중요한 기준은 “조화”라고 강조했다.

“성령께서 조화를 이루십니다. 그리고 예술가에게는 조화를 이루시는 성령의 무언가가 있습니다. 성령의 인간적 차원입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사실 조화의 반영입니다.”

교황은 조화를 가리켜 “아름다움으로 움직이는 미덕”, 곧 “세상을 훌륭히 어우러지게 하시는 하느님의 영이 작용하는 가장 깊은 정신”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조화는 서로 다른 부분들의 단순 총합과는 다르고 “일치를 이룰 때” 발견할 수 있다.

“차이가 갈등이 되지 않고 서로의 다양성을 통합하는 일, 획일성이 아니라 다중성을 포용하며 일치를 이루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오직 성령만이 하실 수 있는 일입니다. 오순절에 벌어진 일처럼 조화는 이러한 기적을 일으킵니다.”

세상은 더 많은 조화가 필요합니다

교황은 “조화는 균형과 다르다”는 사실을 다시금 강조했다. “우리는 미디어가 주도하는 이념적 식민화와 갈등이 심화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동질화하는 세계화는 폐쇄적이고 자기중심적인 특정 이해관계와 공존하고 있습니다.” 교황은 “교회도 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일치의 탈을 쓴 갈등은 분열과 파벌, 나르시시즘 같은 형태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조화의 원칙을 세상에 자리잡게 하고 획일성을 없애야 합니다. 예술가 여러분은 우리가 성령을 위한 자리를 만들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교황 도착 전, 시스티나 성당에서 한 음악가가 이주민들의 배에서 나온 목재로 제작한 악기 “오케스트라 델 마레”로 연주하고 있다.
교황 도착 전, 시스티나 성당에서 한 음악가가 이주민들의 배에서 나온 목재로 제작한 악기 “오케스트라 델 마레”로 연주하고 있다.   (VATICAN MEDIA Divisione Foto)

가난한 이들을 잊지 말고 그들의 침묵의 부르짖음을 대변하십시오

교황은 “성령의 활동은 차이를 없애는 게 아니라 조화를 이루는 것”이라며 “획일화하는 게 아니라 조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름다움은 조화를 이루시는 성령의 작품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여러분의 예술적 재능이 이 과정을 따르기를 바랍니다!” 교황은 참석한 예술가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건네기 전에 “가난한 이들에게도 예술과 아름다움이 필요하다”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받는 가난한 이들을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어떤 이들은 극심한 고난의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예술과 아름다움이 더욱 절실합니다. 이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예술가 여러분이 그들의 침묵의 부르짖음을 대변할 수 있습니다.” 

 

번역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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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6월 2023, 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