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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교황 기도지향 “고문의 공포를 멈추십시오. 인간의 존엄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6월 기도지향 영상 메시지에서 고문의 폐지를 위해 기도하자고 초대했다. 유엔은 매년 6월 26일을 세계 고문 희생자 지원의 날로 지내고 있다.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 끔찍한 관행은 지금도 여러 나라에서 자행되고 있다. 교황은 “극도로 폭력적인 형태의 고문”이 있는가 하면 “모욕적인 대우나 감각을 무디게 하는 고문 또는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대량 구금하는 등 더 복잡한 형태의 고문”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 공동체가 고문의 폐지를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여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에 대한 지원을 보장하도록 기도합시다.”

Salvatore Cernuzio / 번역 박수현

“인간이 어떻게 이토록 잔혹할 수 있을까요?” 프란치스코 교황의 눈앞에는 의자에 묶인 채 두건을 뒤집어 쓰고 손이 묶인 채 비인간적인 환경에 처한 죄수들의 이미지가 펼쳐진다. 6월 기도지향 영상에 흐르는 장면들은 모두 과거의 오래된 고문 관행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규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곧, 오늘날의 세상에서 이어지는 “극도로 폭력적인 형태의 고문”과 “모욕적인 대우나 감각을 무디게 하는 고문 또는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대량 구금하는 등 더 복잡한 형태의 고문”에 관한 것이다. 교황은 인류에게 왜 이토록 잔혹할 수 있는지, 왜 아직도 이토록 잔혹의 정도가 큰 고문이 존재하는지 고통스러운 질문을 던졌다.   

“고문. 맙소사, 고문이라니요! 고문은 과거의 역사가 아닙니다. 안타깝지만 오늘날에도 우리 역사의 일부입니다.”

세계 고문 희생자 지원의 날 

교황의 6월 기도지향 영상 메시지는 전 세계 ‘교황님 기도 네트워크’를 통해 평소와 같이 약 114개국을 대상으로 20개 이상의 언어로 전파된다. 6월 교황 기도지향 주제가 고문의 폐지를 다루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오는 6월 26일이 유엔이 정한 ‘세계 고문 희생자 지원의 날’이기 때문이다. 고문 및 기타 잔혹하고 비인도적이거나 모욕적인 대우 또는 처벌에 반대하는 유엔 고문방지협약이 지난 1984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되고 1987년 6월 26일 발효됨에 따라 협약이 발효된 날을 기념해 매년 6월 26일을 세계 고문 희생자 지원의 날로 지내고 있다. 현재 이 협약은 162개국이 비준했다. 

죽음의 도구

영상에서 교황이 스페인어로 고문을 규탄하는 동안 헝겊이 담긴 물통, 밧줄, 전기 배터리, 펜치, 망치, 날이 넓고 무거운 칼 등 고문실의 충격적인 장면이 가상적으로 낱낱이 드러난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극도로 폭력적인 형태의 고문이 있는가 하면, 인간의 존엄성을 앗아가는 모욕적인 대우나 감각을 무디게 하는 고문, 또는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대량 구금하는 등 더 복잡한 형태의 고문도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수난

교황은 인간을 한낱 ‘물건’으로 대하는 사람이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의 인간성을 잃게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예수님을 때리고 채찍질하며, 조롱하고 고문한 이들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 수난 중에 고문을 당하신 예수님께서는 가시와 채찍으로 인한 상처, 주먹으로 맞은 멍, 밧줄로 부어오른 손목 등 고문의 흔적을 고스란히 남긴 채 돌아가셨다. 기도지향 영상에는 이탈리아 크로토네 지방의 메소라카 성지에 모셔진 ‘이 사람을 보라’(Ecce Homo, 에체 호모) 성상의 모습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여준다. 이 모습이 인상적인 까닭은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됐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어떻게 고문을 당하시고 십자가에 못 박히셨는지 생각해 보세요.”

이탈리아 크로토네 지방의 메소라카 성지에 모셔진 ‘이 사람을 보라’(Ecce Homo) 성상의 모습
이탈리아 크로토네 지방의 메소라카 성지에 모셔진 ‘이 사람을 보라’(Ecce Homo) 성상의 모습

교황의 호소

“이 고문의 공포를 멈추십시오. 무엇보다도 인간의 존엄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피해자는 사람이 아니라 ‘물건’에 불과하게 되어, 무자비하게 학대를 당해 사망에 이르거나 평생 지속되는 정신적, 신체적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수세기에 걸친 고문

역사는 이러한 잔혹함을 드러내는 ‘사건’으로 가득하다. 고문은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관행으로, 18세기와 19세기에 서방 국가들은 사법 제도를 통해 공식적으로 고문을 폐지했다. 오늘날 고문은 국제법에 의해 완전히 금지돼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가에서 자행되고 있다. 1981년 이래로 유엔은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매년 평균 5만 명의 고문 피해자가 나오는 것으로 집계했다. 유엔은 기금을 통해 이 사람들을 지원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러시아 군인들이 우크라이나 군인과 민간인을 상대로 고문을 자행했다는 보고가 있었던 것처럼 분쟁 지역에서 고문 피해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도 고문 피해자는 더욱 증가하고 있다.

“새로운 고문”

아울러 새로운 기술의 출현으로 인해 심리적 고문과 같은 특정 비신체적 고문의 관행이 증가했다. 끝으로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고문 및 학대 가해자를 식별하고 처벌하는 게 어려운 까닭은 공권력의 조직적인 부인, 방해공작, 고의적 책임 회피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피해자를 집계하고 기록하기 어려워진다.

6월 교황 기도지향 영상 메시지의 한 장면
6월 교황 기도지향 영상 메시지의 한 장면

국제사회에 대한 호소

교황은 국제사회 전체가 “고문의 폐지를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여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에 대한 지원을 보장하도록” 호소했다. 이 호소는 일찍이 교황이 지난 2014년 국제형사법협회 대표단에게 한 연설에서 “이러한 학대는 무엇보다도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하는 국제사회의 확고한 의지가 있을 때만 멈출 수 있다”고 지적한 발언을 떠올리게 한다. 

“국제 공동체가 고문의 폐지를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여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에 대한 지원을 보장하도록 기도합시다.”

포르노스 신부 “인류의 몸에 상처를 입히는 것”

‘교황님 기도 네트워크’ 총책임자 프레데릭 포르노스 신부(예수회)는 교황의 기도지향과 관련해 “이유가 무엇이든 고문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논평했다. 그는 지난 2018년 6월 26일 교황 트윗 계정(@Pontifex)에 게시된 내용을 인용했다. “사람을 고문하는 것은 대죄입니다! 그리스도인 공동체는 고문 피해자를 돕는 데 전념해야 합니다.” 포르노스 신부는 “그리스도인에게 예수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얼굴”이라며 “그분은 역사를 통틀어 당신의 수난을 통해 모든 고문 피해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셨다”고 말했다. “이러한 까닭에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회칙 「Fratelli tutti」에서 ‘한 사람에게 가하는 폭력은 모두 인류의 몸에 상처를 입히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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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5월 2023, 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