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노쇠하고 지친 서양에서도 사람들은 복음을 필요로 합니다”
Salvatore Cernuzio / 번역 이창욱
무엇보다도 먼저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 오늘날 “상호문화성과 포용의 도전이 생생하고 시급한” 세상에서 교회 안팎으로 “여전히 복음을 필요로 하는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위 ‘선교지’”는 물론 “노쇠하고 지친 서양에서도” 복음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많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산토 스피리티 수도회(1703년 설립)와 마리아의 성심 수도회(1841년 설립)라는 두 수도회가 합쳐지면서(1884년) 마리아의 티 없이 깨끗하신 성심의 보호 아래 태어난 산토 스피리티 수도회, 이른바 스피리티니들을 만나 이 같이 강조했다. 수도회 ‘재창립’ 175주년을 맞아 교황은 5월 8일 사도궁에서 수도회 회원들의 예방을 받았다.
수도회의 기원
교황은 특히 첫 번째 창립의 역사와 스피리티 카리스마의 근간이 되는 기본가치를 설명했다. “용기와 열린 마음, 성령의 활동에 내어 맡기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그리하여 성령께서 새로운 일을 하실 수 있도록 말입니다.” 교황은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열두 명의 신학교 동료들과 함께 용감하게 예상치 못한 모험을 떠난” 젊은 부제 클로드-프랑수아 풀라르 데 플라크의 첫 번째 창립 이야기를 이어갔다.
“유복한 가정 출신으로 좋은 사제가 될 수 있었던 그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사명을 위해 평온한 미래를 포기하면서 희생과 오해, 반대에 직면하다 건강이 매우 약해져 꿈을 완전히 이루기도 전에 일찍 죽게 됐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많은 사건과 많은 장애물이 있었지만 “성령의 역사하심에 자기 자신을 내어 맡기는 유순함”이 모든 것을 용감한 “예”로 탈바꿈했고, 이러한 용기 덕분에 “하느님께서는 매번 그 안에서 그리고 그를 통해 다른 이들에게도 무엇인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셨다. 교황은 창립자와 그를 따르는 형제들이 “프랑스 혁명으로 촉발된 종교 박해에도 전혀 위축되지 않고 가난한 신학생들에 대한 봉사와 대중 선교” 등의 활동을 전개하며 세계 곳곳의 ‘만민에게’(ad gentes) 복음을 전하는 한편, “새로운 시대의 징표에 기꺼이 응답하며” 일을 계속해 나갔다고 설명했다.
다시 게임이 펼쳐지다
교황은 “아름답고 풍요로운” 역사를 되짚으며 다시 게임이 펼쳐지는 “또 다른 특별한 순간”을 떠올렸다. 곧, 가경자 프랑수아 리베르만이 창립한 마리아의 성심 수도회와 연합해 1848년 이뤄진 두 번째 창립이다. 두 수도회는 공통적으로 선교 수도회였지만 각자 다른 역사를 이어가고 있었다. 교황은 당시 “두려움과 질투를 극복하는 것”이 필요했다면서도 “두 가족 수도회의 형제들은 도전을 받아들이고 힘을 합쳐 가진 것을 함께 나누면서 새롭게 시작했다”고 떠올렸다. 한 세기 반이 지난 지금, 약 2600명의 수도자와 많은 평신도들의 참여로 다섯 대륙 60개국에 수도회가 널리 진출하며 그 결실을 거뒀다.
“여러분은 기꺼이 변화하려는 의지와 인내 덕분에 창립 정신에 충실하게 남았습니다. 곧,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아무도 가고 싶어하지 않는 선교지를 받아들이며, 가장 버림받은 이들에게 봉사하고, 민족과 문화를 존중하며, 온전한 인간 발전을 위해 방인 성직자와 평신도를 양성하고, 형제애와 단순한 삶과 간절한 기도 안에서 모든 것을 행하는 것, 이것이 바로 여러분의 창립 정신입니다.”
기도, 용기, 내적 자유
교황은 연설문을 내려놓고 특별히 기도를 강조했다. “기도하는 게 중요합니다. 기도를 소홀히 하지 마십시오. 정해진 기도문으로 바치는 형식적인 기도가 아니라 마음을 다해 기도하십시오!” 아울러 교황은 기도와 마찬가지로 중요하고 또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게 있다고 말했다. “용기와 내면의 자유를 포기하지 말고, 이를 함양해 여러분 사도직의 살아있는 특징으로 삼으십시오.”
“모든 이를 만나고자 하시는 예수님의 눈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을 바라보십시오. 모든 이 말입니다! 이를 잊지 마십시오. 모든 이, 모든 이, 모든 이입니다! 특히 가장 가난한 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들을 손으로 만지고 그분의 눈으로 바라보십시오.”
성령께서 인도하시도록 내어 맡기십시오
끝으로 교황은 모든 선교사명의 “진정한 주역”이신 성령의 “생생하고 활기찬 숨결”에 자기 자신을 내어 맡기라고 권고했다. “모든 시대와 모든 순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아시는 분은 바로 그분이십니다. 따라서 조건 없이, 아무도 예외 없이, 성령께서 여러분을 비추시고, 인도해 주시고, 그분께서 원하시는 곳으로 여러분을 이끄시도록 내어 맡기십시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에는 출처를 밝혀주시고, 임의 편집/변형하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