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교황청 미성년자보호위원회 위원들과 함께한 교황 교황청 미성년자보호위원회 위원들과 함께한 교황  (Vatican Media)

교황, 성 학대 “이 악으로 인해 상처 입은 우리 모두가 부서진 삶을 치유해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5월 5일 교황청 미성년자보호위원회 총회 참가자들을 만나 “지금은 우리 이전 세대가 입은 피해를 치유할 때”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션 패트릭 오말리 추기경을 의장으로 둔 위원회의 활동에 감사를 전하며, 특히 피해자가 “침묵 중에 고통받는” 가난한 나라의 불평등한 상황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아울러 성직자의 행동지침과 기준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라고 권고하며 “이에 대한 연례보고서를 제출해 적절한 변화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Salvatore Cernuzio / 번역 박수현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늘날 주교,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 심지어 교황조차도 “교회 내 성 학대의 현실에 상처를 입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교회 내 성 학대는 삶이 부서진 이들에게 “속죄”와 “보속”을 해야 하는 악이다. 교황은 교회와 세상에 “크나큰 상처”를 남긴 교회 조직의 가장 심각한 재앙인 성 학대 문제를 두고 “성직자와 수도자의 행동지침과 기준을 개선”하겠다는 꾸준한 노력을 촉구하며 “적절한 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무엇이 잘 되고 있으며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연례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교황은 지난 5월 3일부터 로마의 마페이 마레스코티 궁(Palazzo Maffei Marescotti)에서 시작돼 오는 5월 6일 막을 내리는 교황청 미성년자보호위원회(이하 위원회) 총회 참가자들에게 이 같이 호소하고 또 요청했다.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Predicate evangelium) 반포에 따라 교황청 신앙교리부 산하에 위원회가 설치되고 2022년 9월 신임 위원 10명이 임명된 이후 위원회 의장 션 패트릭 오말리 추기경이 위원들과 함께 교황과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였다. 

세계의 불평등 해소에 대한 계획

약 10년 전 뿌린 “씨앗이 열매를 맺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다”고 말한 교황은 지난 수년 동안, 심지어 최근까지도 일부 위원들의 사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위원회가 일궈낸 활동에 감사를 표했다. 특히 위원회가 교황청 복음화부와 협력약정을 체결한 데 대해서도 높이 평가했다. “세계에서 가장 잊힌 곳까지 광범위하게 활동하는 교황청 복음화부와의 협력약정 소식을 알게 돼 기뻤습니다.” 교황은 또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피해자들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교회 내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위원회의 준비된 계획에 “고무”된다고 말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의 피해자와 그 가족은 존중을 받는 가운데 잘 꾸려지고 충분한 자금을 지원받는 좋은 보호 프로그램에 의지할 수 있지만, 다른 지역의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겪은 학대에 대해 말하려 해도 거부당하거나 낙인 찍혀 침묵 중에 고통받습니다. 이는 올바르지 않습니다.”

교황과 교황청 미성년자보호위원회의 만남
교황과 교황청 미성년자보호위원회의 만남

현재의 도전을 위한 과거 반성

교황은 “이 분야에서도 교회는 환대와 선행의 모범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러한 범죄에 대한 접근방식과 관련해 “지혜와 용기로” 오늘날의 도전에 맞서기 위해서는 잠시 멈춰 과거를 되돌아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10년 동안 저를 포함한 우리 모두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부적절한 대처

교황은 “성직자에 의한 미성년자 성 학대와 교회 지도자들의 부적절한 대처는 우리 시대 교회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몇몇 폭력 피해자를 위원으로 두고 있는 위원회에게 “여러분 중 많은 이가 이 일에 크게 헌신했다”고 말했다.

“전쟁과 기아, 타인의 고통에 대한 무관심은 이 세상의 끔찍한 현실이며 하늘까지 올라가는 울부짖음입니다. 그러나 성 학대 위기는 교회에 특히 심각합니다. 자유롭게 하시는 하느님의 현존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증거하는 교회의 역량을 약화시키기 때문입니다.”

교황은 “이러한 해악을 막고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적절히 행동하지 못한 것이 하느님 사랑에 대한 우리의 증거를 더럽혔다”고 한탄했다. 이는 우리가 저지른 잘못은 물론 아직 우리가 알아내지 못한 죄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특히 교회 지도자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은 많은 이들에게 추문의 원인이 돼 왔다”며 “최근 몇 년 동안 이 문제에 대한 인식이 그리스도인 공동체 전체로 확산됐다”고 인정했다. 동시에 교회가 이러한 해악에 대처하기 위해 노력하는 헌신도 언급했다. 교황은 “영구적인 규정”이 된 자의 교서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Vos estis lux mundi)가 최근 개정된 사실을 떠올리며 “우리는 침묵하지도 활동을 멈추지도 않았다”고 확언했다.

션 패트릭 오말리 추기경과 함께한 교황
션 패트릭 오말리 추기경과 함께한 교황

교회 지도자들도 신뢰를 잃었습니다

교황은 규정들이 분명 “개선할 부분이 있지만”, “보상의 영성”(spiritualità di riparazione)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교황은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첫 번째 원칙은 희망이다. 

“학대의 결과로 많은 사람들이 경험한 끔찍한 상실감은 때때로 감당하기 힘든 무거운 짐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교황은 “교회 지도자들도 자신들이 적절하게 행동하지 못한 것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으며 또 그로 인해 신뢰를 잃었다”며 “복음을 전파하는 우리의 역량 자체가 훼손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시대에 새로운 것을 낳으시는 주님께서는 마른 뼈들도 다시 살리실 수 있습니다(에제 37,6 참조).” 교황은 비록 그 여정이 “어렵고 힘들더라도” 결코 희망을 잃지 말라고 격려했다.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이 거의 없어 보인다고 해도 낙담하지 마십시오. 인내하며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십시오!”

부서진 삶의 조각을 다시 모으게 하십시오

교황은 “많은 피해자들이 수년 전 일어난 학대의 영향으로 계속 고통받고 있다”며 “이는 여전히 그들의 삶을 속박하고 상처를 주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학대의 결과는 배우자, 부모와 자녀, 형제자매, 친구, 동료 간의 관계에서 그대로 나타납니다. 학대의 교활한 속성은 사람들의 마음과 관계를 무너뜨리고 분열을 일으켜 공동체가 트라우마를 겪게 합니다.” 교황은 여기서도 희망과 재탄생의 관점으로 초대했다. “우리 삶은 분열된 상태로 유지되어서는 안 됩니다. 부서진 것을 부서진 상태로 두어서는 안 됩니다.”

“삶이 부서진 곳에서는 부서진 조각을 다시 이어 붙일 수 있길 바라며 삶의 조각을 다시 모으는 일을 도와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생존자들과의 만남

교황은 자신의 개인적 경험, 곧 약 50년 전 자신이 다녔던 학교를 운영한 종교기관의 책임자를 만나고 싶다고 요청한 학대 생존자 단체와의 만남을 들려줬다. “그들은 모두 고령이었습니다.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그들은 남은 여생을 평화롭게 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들에게 화해란 상처를 준 교회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겪은 고통은 물론 그 이후로 자신들을 괴롭혀온 의문들도 끝내길 원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믿어줄 누군가를 원했고, 누군가가 자신들의 의문을 풀어주도록 도와주길 원했습니다. 우리는 함께 이야기를 나눴고, 그들은 용기를 내어 마음을 열었습니다.”  

특히 교황은 학대받은 이의 딸이 “아버지의 경험이 가족 전체에 미친 영향”에 대해 말했다며, 이에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과거 이야기의 찢어진 천을 수선하는 것은 구속 행위입니다. (…)”

과거의 피해

끝으로 교황은 학대와 빈곤의 희생자이자 아프리카계 미국인 인권의 상징, 미국의 시인 겸 작가, 배우 마야 안젤루의 말을 인용하며 “하느님처럼 자기 자신을 존중하고 친절하게 대하는 태도를 함양하라”고 권고했다. “지금은 우리 이전 세대가 입은 피해와 계속해서 고통받는 이들을 치유할 때입니다.”

개별 교회를 위해

교황은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멈추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위원회가 끊임없이 “여러 개별 교회를 지원”하라고 당부했다. “모든 이의 존엄성, 올바른 행동, 선행, 건전한 삶의 방식에 대한 존중의 원칙은 문화나 경제 및 사회적 상황과 무관하게 보편적인 규범이 돼야 합니다.”

“교회의 모든 사목자는 신자들을 섬기는 데 있어 이 원칙을 존중해야 합니다. 사목자는 공동체를 이끄는 이들로부터 존경과 존엄성으로 대우받아야 합니다.”

교황은 “교회 지도자들 사이에서 사목적 회심이 일어나야만 보호의 문화가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에는 출처를 밝혀주시고, 임의 편집/변형하지 마십시오)

05 5월 2023, 2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