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여성에 대한 전적인 신뢰 “오늘날 가정생활에 해로운 것을 멀리합시다”
Tiziana Campisi / 번역 박수현
하느님의 뜻에 온유하게 순명하고, 세상에 자기 자신을 봉헌하며, 생명을 전달하는 기쁨을 널리 퍼뜨린 여성 복녀 아르미다 바렐리는 온 교회의 보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4월 30일 밀라노에서 거행된 아르미다 바렐리의 시복식에 대한 감사의 순례를 위해 깃발과 현수막을 들고 로마의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1만여 명의 신자들에게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말했다. 복녀 아르미다 바렐리는 밀라노 성심가톨릭대학 공동 설립자 겸 선교사, ‘그리스도 왕직 선교 재속회’ 공동 창립자 겸 이탈리아 가톨릭 액션 단체의 지도자다. 4월 22일 연설에서 교황은 특별히 이튿날 “지식에 대한 사랑을 위하여: 새로운 휴머니즘의 도전”이라는 주제로 99번째 설립 기념일을 기념하는 성심가톨릭대학에 복녀 아르미다 바렐리의 생육성(生育性, generativity)에 대해 언급하고 다른 이들과 관계를 맺는 그녀의 역량을 강조했다.
“복녀 아르미다 바렐리는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로, 이탈리아 전역을 여행하면서 모든 이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굳건한 관계망을 구축했습니다. 이는 복녀가 남긴 수많은 열정적인 편지에 기록돼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오늘날에는 이와 반대로 가려는 힘, 곧 퇴행하려는 힘이 더 드셉니다. 가정생활에 매우 해로운 이런 것들은 사회적 차원에서도 관찰될 수 있습니다. 대화의 여지를 남기지 않고 비인간적인 영향을 미치는 양극화와 극단주의 말입니다.”
복녀 아르미다 바렐리가 장려한 교회 내 여성 리더십
교황은 복녀 아르미다 바렐리가 교회와 사회 분야에서 여성 리더십의 “뛰어난 선구자”였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유대감, 경청, 중재하는 역량과 관계를 육성하는 역량에 대한 관심 등은 오랫동안 여성의 특권으로 간주돼 왔다”며 “이러한 가치를 남성의 역할과 관련된 역량 및 성과에 통합하는 통합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사회 및 고용 분야에서도 생산성을 보장”하려면 차이를 통합하고 상호적 관계를 중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교황은 성심가톨릭대학을 통해 “많은 여성을 포함한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시민의식을 형성하는 데 이바지한” 복녀 아르미다 바렐리 그리고 아고스티노 제멜리 신부를 인도했던 것과 “동일한 교육적 열정과 교육사업을 오늘날에도” 보여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오늘날에도 신앙의 인도를 받아 영적 삶과 교육, 전문가 양성에 자신의 흔적을 남길 수 있는 여성들이 필요합니다.”
복음과 삶에 열정을 지닌 평신도가 되십시오
교황은 ‘가톨릭 액션’ 단체 회원들에게 복녀 아르미다 바렐리의 특징이 사도가 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복녀는 겸손과 창의성, 주도성을 발휘하며 인내와 함께 주님과 함께하는 여정에 임했다. 교황은 그 체험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복녀의 열망과 꾸준히 나아가고자 하는 추진력을 강조했다. “자신의 한계와 불완전함을 넘어 자기 자신을 다른 이들을 위한 선물이 되도록 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할 수 없어’, ‘나는 그럴 능력이 없어’, ‘나는 시간이 없어’ 등 타협과 자기변명에 안주하며 적당히 사는 것에 만족하지 말고 기쁨 안에서 사도로 살아가라는 복녀 아르미다 바렐리의 초대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사도가 된다는 것은 복음과 삶에 대한 열정을 지닌 남녀 평신도가 되어 모든 이의 좋은 삶을 돌보고, 보다 정의롭고 보다 포용적이며 보다 연대적인 사회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형제애의 길을 마련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울러 한편으로는 모든 이의 말을 경청하면서 대화하는 법을 훈련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교회 생활, 곧 함께 걷는 이들의 삶을 가르치는 ‘더 큰 우리’를 표현하는 동반 체험의 아름다움 속에서 이 모든 것을 함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스도에 뿌리를 내리고 다양한 사회 영역에 참여하십시오
교황은 “경제, 문화, 정치, 학교, 직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가장 작고 약하고 가난한 이들에게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이면서 평화와 정의를 추구하는 한편, 모든 이와 함께 걸어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라”고 ‘가톨릭 액션’ 단체 회원들을 초대했다. 이어 이것이 복녀 아르미다 바렐리가 당대에 행한 일이라며 “주님께 전적으로 의탁하는 영과 구체성으로 특징지어지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런 다음 몇 가지를 권고했다.
“동반자 관계 생활의 중심에 항상 포괄적 교육이 자리 잡고, 교육의 중심에 항상 복음적 영성이 자리 잡길 바랍니다. 지역 교회의 삶에 뿌리를 내리고 헌신하는 일이 여러분 안에 항상 선교적 충동을 불러 일으키고, 여러분의 마음과 세상에 대한 관상적 시야를 더욱 넓혀주길 바랍니다.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는 ‘큰 언니’인 복녀 아르미다 바렐리의 권고를 받아들입시다. 그것은 하느님의 사랑으로 거듭나 사람들의 삶을 구체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변화시키고 이들을 통한 사회적 쇄신의 과정 및 여정에 활력을 주는 끝없는 사랑입니다.”
공동체 방식
끝으로 교황은 복녀 아르미다 바렐리가 원했던 축성된 여성들인 ‘그리스도 왕직 선교 재속회’ 선교사들에게 세속에서의 축성생활이 “힘든 소명”이지만 “세상에서 평신도로 살아가는 새로운 방식의 패러다임”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평신도는 역사의 흔적 안에서 말씀의 씨앗을 알아보고, 누룩처럼 내면에서 그 말씀에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 헌신하며, 지상 현실에 존재하는 선의 씨앗을 잘 활용하는 일에 전념”하는 이들이라며 “인간 가치를 촉진하는 이들, 관계를 엮어내는 이들, 복음중심적 과감함을 묵묵하고도 능동적으로 증거하는 이들”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복녀 아르미다 바렐리가 축성생활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여성의 지위를 증진함으로써 그들이 부차적인 자리에 머물지 않고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파견될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교황은 복녀 아르미다 바렐리가 “시대의 징표와 가장 시급한 필요를 읽을 수 있었다”며, 이것이 복녀의 “헌신과 선교사명의 토대”가 됐다고 덧붙였다. 또한 복녀는 “교회의 사도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여성과 남성, 젊은이와 어른, 평신도와 사제”가 함께 협력하는 공동체 방식을 실천에 옮겼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개인의 선택과 공동체에 대한 봉사의 여정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헌신의 길로 나아가는 데 어려움을 겪곤 합니다. 우리 스스로 결코 그럴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복녀 아르미다 바렐리가 오늘 이 자리에 있었다면, 그녀는 여전히 ‘주님께 자신을 맡기면 불가능은 없다’고 말할 것입니다.”
교황은 우리 자신을 하느님께 의탁하는 것이 “희망과 행동에 활력과 원동력을 주는 믿음의 행위”라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교황과의 만남이 끝난 후 밀라노대교구장 마리오 델피니 대주교가 성 베드로 대성전 안뜰에서 아르미다 바렐리의 시복 감사 미사를 집전했다. 델피니 대주교는 강론에서 “가톨릭 액션 단체와 성심가톨릭대학의 역사는 복녀 아르미다 바렐리가 자신의 시대와 소명, 선교사명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말해준다”며 “무미건조하게 살아가는 시간을 자신의 때를 놓쳐서는 안 될 기회와 도전으로 삼으라고 부름받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성령께서 힘을 주신다”고 말했다. 델피니 대주교는 “오늘날 성령께서는 우리 교회에도 불안, 낙담, 상실을 공동 책임에 대한 새로운 소명으로 해석하는 법을 제안하신다”며 “주교들이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사목에 필수적인 것이 무엇인지 새롭게 인식하며, 선교에 대한 새로운 형태의 참여를 공동체에 요청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종신 부제직을 잘 활용하고”, “독서자, 시종자, 교리 교사와 같은 평신도 사목직의 형태를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톨릭 액션과 성심가톨릭대학은 더 이상 제도화된 직무를 필요로 하기보다는 오히려 우리 시대의 필요와 불만, 가능성과 기회를 해석하는 데 헌신하는 이 세상의 남녀, 역사 속의 남녀를 필요로 합니다. 가난한 이들이 멸시받지 않도록, 불안이 더 많은 것을 추구하는 원동력이 되지 않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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