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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주교회의위원회(COMECE) 신임 의장 마리아노 크로치아타 주교와 인사를 나누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 유럽연합주교회의위원회(COMECE) 신임 의장 마리아노 크로치아타 주교와 인사를 나누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  (VATICAN MEDIA Divisione Foto)

교황, 유럽연합 주교단에 “평화의 대의 진전시키라” 촉구

프란치스코 교황이 최근 마리아노 크로치아타 주교를 신임 의장으로 선출한 유럽연합주교회의위원회(COMECE) 대표단에게 연설하면서 평화의 대의를 끊임없이 추구하라고 당부했다.

Linda Bordoni / 번역 고계연

프란치스코 교황이 유럽연합의 주교단과 그들의 새 의장인 마리아노 크로치아타 주교에게 “유럽 건국의 아버지들이 꾸었던 두 가지 위대한 꿈, 곧 일치의 꿈과 평화의 꿈”을 절대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교황의 이 같은 당부는 3월 23일 오전 유럽연합주교회의위원회(COMECE)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나왔다. 유럽연합주교회의위원회는 전날 춘계 정기총회를 마치며 마리아노 크로치아타 주교를 새 의장으로, △앙투안 에루아르 대주교 △누노 브라스 다 실바 마르틴스 주교 △리만타스 노르빌라 주교 △체슬라프 코존 주교 등 4명을 부의장으로 선출했다.

교황은 유럽연합 주교단에게 유럽 프로젝트의 고무적인 가치, 곧 일치와 평화로 규정된 지평을 계속 주시하라고 촉구했다. 

다양성 안의 일치

첫 번째 요점으로 교황은 “유럽의 일치는 획일적이고 동질적인 통합이 아니”라며 “유럽을 구성하는 민족과 문화의 특수성과 특이성을 존중하고 귀중히 여기는 통합”이라고 설명했다. 

교황은 서로 다른 국적과 문화를 떠올리며, 유럽의 풍요로움이 “다양한 사상과 역사적 경험의 융합”에 있다고 말했다. 

“강과 마찬가지로 유럽은 지류에서 비롯됩니다. 지류가 약해지고 막히면 강 전체가 고통받고 힘을 잃습니다.”

교황은 유럽이 제각각 특색을 지닌 국가들의 총체로 환원되지 않고 “참된 연합을 이뤄내야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다양성 안의 일치가 과제라고 덧붙였다. 이어 기술관료적 패러다임을 뛰어넘어 사람들을 사로잡고 새로운 세대를 끌어들일 수 있는 강력한 영감이 공동의 프로젝트를 구축할 수 있다면 그러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유럽연합 출범 이후 유럽 사회가 얼마나 변했는지 되돌아보며 “시대의 표징을 읽고 오늘날의 역사에서 유럽의 프로젝트를 해석하는 법을 아는 사람들을 양성하는” 책임이 교회에 있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는 유럽연합주교회의위원회(COMECE) 대표단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는 유럽연합주교회의위원회(COMECE) 대표단

평화를 향한 응집력 있는 헌신

교황은 평화의 꿈과 관련해 “오늘날의 역사는 평화를 위해 봉사하는 하나된 유럽이라는 꿈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황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이 역사상 가장 긴 평화의 시기를 경험했다고 떠올렸다. 아울러 세계 곳곳에서 잇따르는 수많은 전쟁을 규탄하고, 지금까지 “수년째 질질 끄는” 몇몇 전쟁 때문에 “이제 제3차 세계대전 중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목전에서 벌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유럽의 평화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교황은 이웃 국가들이 최선을 다해 난민들을 받아들이고, 모든 유럽인이 우크라이나인들과 연대한다는 사실을 높이 평가했다.

교황은 “애덕의 차원에서 전개되는 이러한 공동 대응은 평화를 향한 응집력 있는 헌신과 맞물려야 한다”면서도 “이러한 일이 쉽지도 않고 제대로 이뤄지지도 않는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말했다.

교황은 유럽연합의 각국이 “다중의 동맹, 이해관계, 전략 그리고 단일 프로젝트로 통합하기 어려운 다양한 세력에 관여하고 있다”는 복합적인 상황을 인정하는 한편, 그럼에도 모든 이가 명확하고 결단력 있게 공유해야 할 원칙이 하나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더 이상 전쟁을 해결책으로 생각할 수 없으며 또 그래서도 안 됩니다.”

교황은 “오늘날 유럽 국가들이 이러한 윤리적, 정치적 원칙을 공유하지 않는다면, 이는 그들이 원래의 꿈에서 멀어졌다는 것을 뜻한다”며 “하지만 그 원칙을 공유한다면, 역사적 상황이 요구하는 온갖 노력과 복합성을 감수하면서 이를 실행하는 데 전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쟁은 정치와 인류의 실패입니다.”

교회와 유럽연합 기구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십시오

교황은 연설을 마무리하며 “유럽 교회와 유럽연합 기구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수행해야 할 책임을 참석자들에게 상기시켰다.  

“여러분은 관계와 만남, 대화 건설을 사명으로 삼은 이들입니다. 이러한 것들은 이미 평화를 위해 작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황은 “그러한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평화의 대의를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예언과 선견지명, 창의력도 필요합니다. 평화를 이루는 현장에는 건축가와 장인이 모두 필요하지만, 저는 진정한 평화의 건축가란 건축가 겸 장인이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유럽연합주교회의위원회(COMECE) 신임 의장과 부의장들
프란치스코 교황과 유럽연합주교회의위원회(COMECE) 신임 의장과 부의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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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3월 2023, 09:40